꿈인지 생시인지.. 몇년이 지나도 아직도 생생한 꿈이 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몇달전에 꾼건데요.. 그거 적어볼려구요. 아직도 한번씩 생각납니다.
딸 둘 키우고 있습니다. 초등 5학년 4학년. 너무 예뻐요.
꿈에서 제 형편이 너무 안좋아서 둘째를 입양 보냈나 봅니다.
친아빠와 자주 만나면 입양 간 집에 잘 적응 못할까봐 생전 못찾아가다
1년쯤 뒤에 너무 보고 싶기도 하고 잘 지내고 있나 보러 간 상황이었습니다.
사랑받고 있나 등등 너무 걱정되지만 최대한 티 안내고 담담한 척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집에 갔는데.. 와 집이 너무 좋더라구요.
흔히 말하는 드라마 속 평창동 대저택 이런 느낌
마당넓은 단독주택이었는데 도로보다 마당이 1층정도 높고.. 집이 그 넓은 마당에 ㄱ자로 싸고 있고
그 마당이 환히 보이는 2층이 딸 방이었는데 남향에 햇볕 엄청 잘 들어오고 담장 너머 전망도 너무 좋고
꿈이었는데도 딸래미 방이 세세하게 다 눈에 보이더라구요.
딸래미 방이 지금 우리집 안방만하더라구요. 공부하는 책상, 침대위에 꽃무늬 이불 베개,
화장대 위에 수많은 인형들 청소하기 힘들었을텐데 먼지 하나 없더라구요.
아 사랑받고 잘 지내고 있구나 정말 다행이다라고 느껴졌습니다.
딸래미 방에 둘이 있을때 물어 보았습니다.
"아빠랑 집에 갈까?"
아마도, "아빠 여기 너무 좋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걱정 안해도 된다고, 잘 지낸다고..
그런데 말이죠.. 물어 놓고 괜히 물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말 온다고 하면 어떡하지? 나는 이만큼 못해주는데.. 좋은 집에 좋은 환경에 하고싶은것 다.. 못해주는데
내가 해줄수 있는건 사랑해 주는것 밖에 없는데.. 근데 사랑은 이집에서도 많이 받고 있는것 같은데?
딸래미가 2초쯤 후에 대답하더라구요
"아빠 그냥 여기 있으면 안돼?"
그 대답에 순간적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엄밀하게 말하면 "다행이다"라는 말할수 있을정도의 시간도 아니었구요.. 그냥 0.01초만에 안도하는 느낌?
딸래미는 계속 좋은 환경 누리면서 잘 클 수 있고, 나는 계속 마음편히 어렵게 살아도 되고(?)
"어, 그래. 아빠 자주 올게" 했는데..
그렇게 대답한 후에 딸래미의 그 말에 0.00001초 라도 안도(?)했던 제 자신이
너무 한심? 저주스럽더라구요.
왜, 좋은 집에 못살고, 좋은 물건 못해주더라도 "아빠가 비교도 안되게 예뻐해 줄게. 집에 가자"라고 말 못했나
계속 어려울건 당연한거고, 내 마음 편히 살기 위해, 딸래미가 먼저 "계속 있으면 안되?"라고 말해주길 바랬구나.
그러니 0.001초 안심했지. 핑계를 댔구나. 겨우 4학년짜리 딸래미한테 그 책임감을 떠넘겼구나.
아 우리 딸래미한테 나는 겨우 그정도였구나. 나도 몰랐었는데 지금까지 아빠라고 불릴 자격도 없었던 거구나.
그러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벌떡 일어난건 아니고 운 것도 아닌데,
누운 상태에서 눈감고 숨이 안쉬어져서 헐떡 헐떡 몰아 쉬면서 헉 헉 하고 있더라구요.
일어나서 딸래미들 방에 가니 둘이 곤히 자고 있길래 꼭 안아 보았습니다.
자다가도 아빠가 안으니 배시시 웃더라구요.
아.. 정말 꿈이었구나. 꿈이어서 정말 다행이다. 니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꿈에서 깬 후에도, 지금도 가끔 한번씩 생각날때 마다
0.0001초 안도했던 제 자신을 아직도 용서할 수 없더라구요.
그 꿈 생각나는 날에는, 누가 저녁에 한잔 하자고 해도 집에 일찍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