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글은 아닐 수 도 있다.
거기에 발을 담근 인연으로 님들에게 살짝 그 곳 세계를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글 한자 써 볼까 한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땐 새벽시장에 가 보라.
모든 생물들이 다 잠든 시간에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에
거긴 불이 환하다. 그리고 분주하다.
경매하는 사람들. 도매로 구입한 채소며 과일을 새벽부터 실어 나르는 사람들.
한마디로 "살아있다"는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
그 느낌은 놀이공원처럼 스릴 넘치지는 않지만 백화점 마냥 화려하지는 않지만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경험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풋풋하게 땀 흘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새벽시장.
언제였던가 한번은 어떤 형이랑 새벽까지 술마시다가 새벽 두시쯤이었나 보다.
갑자기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가자고 한다.
처음 가본 새벽시장.
뭐라 말할수 없는 신선함을 느꼈다. 이런 곳도 있구나. 뭔가 다른 세계같은 느낌과 함께
이 시간에도 대낮처럼 열심히 땀 흘리는 그 곳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형이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할려는 지 알았다. 뭐 진지한 말은 안했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런 농수산물시장에 뜻밖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참 우연이란..
술 한잔 마시면서 바라봤던 그 풍경의 일부가 될 줄이야.
그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길고 어쨋든 시장에 들어 갔다.
난 야채 쪽을 해보고 싶었는데 자리가 안나서 과일쪽으로 들어 갔다.
한번 와서 새벽시장 구경하며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한잔 할때는 낭만적으로 보였는데
직접 노가다를 뛰어 보니 이거 녹녹치가 않구나.
우선 생활사이클이 너무 적응이 안된다.
오후 6시쯤이면 잘 준비 들어가야 한다. 늦어도 7시에는 자야 한다. 오 갓...
이건 뭐 아침형 인간도 아니고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본데..
기상은 2시. 그리고 그때부터 오전 7시정도까지는 하루일과중에 가장 바쁜 시간이다.
취침시간 투덜거릴수 없는 게 채소쪽은 경매가 빨라 12시 이전에 기상을 해야 한단다. 그러니까 이 양반들은 아마 4시나 5시쯤에는 취침하지 않나 싶다. ㅋ
과일 경매가 2시 조금 뒤에 있어서 따라가보면 뭐라는 지 통 모르겠지만 손가락으로 사람들이 막 난리브루스를 춘다.
그러면 경매를 진행하는 사람이 도통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마구 조잘조잘거리다가 갑자기 한사람을 손가락으로 딱 가리킨다. 그러면 경매 한 건이 끝난 건가보다.
다음 물건으로 들어가면 또 그 이상한 의식이 반복된다.
처음에 들어가서 그게 신기해서 손가락으로 숫자사인 가르쳐 달라고 막 조르고
형들은 그거 지겨운거야 하는 표정으로 귀찮아하며 가르쳐 주던 기억이.
어쨋든 새벽경매가 끝나면 그때부터 시장 밖에 대기해 있는 납품처 차량들에 물건을 미친 듯이 실어 날라야 한다. 조금 늦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으니까 막 머라한다. 욕 안먹을려면 정신없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요리조리 다니면서 마구마구 물건을 실어야 한다. 다 끝나면 1톤트럭에 나머지 물건을 싣고 직접 납품해야 하는 곳으로 향한다. 그게 다 끝나면 훤하게 날이 새고 아침이 된다.
오전에는 간혹 새벽에 물건을 못산 소매상들이 와서 물건을 찾느라 손님이 조금 있지만 오후가 되면 완전 조용하다. 그러다 다시 6시쯤 잠이 든다.
이곳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과일 보기를 쓰레기 취급한다.
과일을 반이상 먹고 버리는 걸 못봤다. 조금 맛이 없었다하면 한두입 먹고 지나다니는 통로쪽에 툭 던진다. 쓰레기통이 따로 없다. 나는 처음 갔을 때 안남기고 다먹었다. 나를 신기하게 보더라. 병신보듯이. ㅋㅋ 뭐 이건 맛이 어떠니 무진장 미식가들처럼 떠든다 싶었는데 나중에 형들이 추천하는 최상품 과일 맛을 보고 나니까 사실 맛없는 거는 갈수록 먹기가 좀 그렇더라.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먹고 버리는 축에 속했다. 왜 이렇게 팔아야 될 과일을 먹어 치우냐구요? 공산품도 그렇지만 물건 가치가 떨어지거나 반품이 있기 마련이다.
바나나만 보더라도 까만 점이 다닥다닥 붙었을 때가 맛이 가장 좋다고 형들도 다들 인정한다. 하지만 백화점에는 점이 조금만 있어도 반품이다. 깨끗한 노란색이어야 된다. 그러면 반품돼서 돌아온 물건은 싸게 트럭아저씨들에게 넘긴다. 그것도 안되면 집에 가져가든가 누구 주든가 아니면 놔두고 먹든가 그것도 귀찮으면 걍 버린다. 헉. 처음에는 그게 아까워서 이러다 노란똥 누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먹었다.
수박은 깨지면 끝장이다. 그런게 없을 수야 없지. 하루에도 수백통씩 나르다 보면. 이 양반들 수박에 대해서는 진짜 까다롭다. 슬쩍 맛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통로에 내리꽂아 버린다. 난 수박도 사랑하니까 절대 안남길려고 했었고 또 다들 병신취급했고.
어쨋든 그렇게 포도면 포도, 사과면 사과, 감이면 감, 골든파인, 골든키위, 칠레포도 흑.. 그리워라 그렇게 내 입은 늘 심심할 날이 없었고 피부는 날로 좋아지고.
피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원래 도매상에는 장바구니 아줌마들이 오지는 않는다. 박스로 사야 되니까. 한번은 어떤 아줌마랑 아가씨랑 레몬을 한박스 사러 왔었다. 무슨 이마트 사람들도 아니고 한박스가 왜 필요하냐고 이상하게 봤는데 그걸로 목욕을 한단다. 레몬 한박스는 아주 비싼데 그걸 사가더라. 하기야 도매로 사면 소매로 사는 것 보다 반값이니까 많이 쓸거면 좋은 아이디어다 싶었다. 물 받아 놓고 한두개 짜넣는다고 하더라. 그렇게 하면 피부가 진짜 고와진다나. 어쨋든 피부에 관심있으신 분은 과일 많이 드시고 레몬 목욕 권해 드린다. 나도 정말 그때 피부미인이었다. 과일 = 피부. 진리다. 체험담. 그렇게 끝까지 먹어라고 했었건만 나를 비웃던 형들은 과일의 저주를 받아 뭐 그다지...
어쨋든 더 쓰고 싶지만 주접인거 같고 이만 줄이고자 한다.
글의 요지는 뭐...
삶이 지치고 힘들 땐 한번쯤 새벽시장에 가 보라. 그리고 거기서 스탠딩 막걸리 한잔. 캬..
피부가 지치고 힘들 땐 한번쯤 레몬 목욕도 시켜주자. 워매.. 매끈한거..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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