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쓰여진 글. 미국인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는 않다고 본다.
Jonathan I. Kats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과학자가 되고 싶나요? 자연의 미스테리를 밝혀내고 실험과 계산을 통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싶으세요? 때려치우세요!
과학은 신나고 즐겁습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죠. 여러분이 똑똑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할 수 있다면 대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할때까지만입니다. 졸업 후에는, 현실과 마주해야 해요. 과학을 공부하러 대학원에 가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거죠. 대신 다른것을 하세요: 의대, 법대, 컴퓨터공학, 아니면 다른 뭔가 재밌어 보이는걸로.
왜 물리학과 교수인 내가 여러분의 과학을 향한 목표를 접게 하려 할까요? 제가 박사학위와 정년보장을 받은 1973년과 1976년으로부터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과학을 하는 것은 더이상 괜찮은 인생이 될 수 없습니다. 과학을 하러 대학원에 가는 것은 여러분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발휘해서 과학 연구를 하는 삶에 대한 기대에서겠죠. 하지만 여러분은 무조건 실망할 것이고, 그 때는 이미 다른 진로를 선택하기엔 늦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대학교들은 산업에서 원하는 것보다 두 배로 많은 박사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공급과잉인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박사 과학자의 경우 이 가격, 즉 임금의 하락으로 인해 수 년 동안 '대기'하고 있는 포닥을 하게 되죠. 정규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이 올라가지만, 요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박사학위 획득 후 2년정도면 직장을 찾을 수 있었던 25년전과 달리 5, 10년 또는 그보다 긴 시간동안 포닥으로 일하게 됩니다. 포닥이라는 자리는 정년보장이니 하는 거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더 자세한 사항은 Young Scientist's Network나 Washington Monthly의 2001년 5월호를 참고하길 바래요
우리 학과의 조교수직 후보인 두 사람의 예를 들어 드릴게요. 한 명은 37살이고, 박사학위를 받은 지 10년이 지나도록 정규직을 구하지 못했어요. 다른 한명은 35살이고 모두가 이 사람을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이들은 이제서야 겨우 교수직을 제의받았고, 그나마 이것도 6년동안 고생을 더 해서 정년보장을 못 받으면 또 2년단위로 학교를 옮겨다녀야하는 입장이죠. 좀더 최근의 예로 39살의 조교수직 후보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35개의 논문을 썼죠. 대조적으로 의사는 평균적으로 29살에 사업을 시작하고, 변호사는 25살에 시작해서 31살이면 파트너를 구합니다. 박사학위가 있는 컴퓨터공학자는 27이면 아주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죠. (컴퓨터공학은 박사학위를 할 만한 정도로 고학력자의 수요가 높은 몇 안되는 분야입니다.) 과학으로 성공하려는 목표와 의욕이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런 다른 직업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포닥들의 연봉은 생물학이 27,000달러, 물리학이 35,000달러부터 시작하고, 박사과정 학생들은 이것의 반도 못받죠. 이 정도로 한 가족을 유지할 수 있나요? 작은 월세집에 사는 커플이 겨우 살 수 있을 만한 정도입니다만, 나는 매번 집을 옮겨다니는것에 실증난 와이프를 떠나보낸 물리학자를 알고있습니다. 30대가 되면 돈이 더 필요할 거에요. 자녀들을 괜찮은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중간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는 집이 필요하겠죠. 과학은 직업이지, 금욕맹세같은게 통할 수 있는 종교가 아닙니다.
물론 여러분은 부자가 되려고 과학을 하는게 아니겠죠. 그래서 의사나 변호사가 과학자들(졸업하자마자 괜찮은 직장을 찾은 운 좋은 경우)보다 대충 두세배나 많이 버는데도 의대나 법대에 가지 않은 거겠죠. 나도 그런 결정을 했습니다. 나는 재미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과학자가 되었지만, 여러분은 이 자유를 누리지 못할꺼에요. 포닥이 되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고 이건 독립적인 과학자가 아니라 그냥 기술자처럼 대우받을 뿐이죠. 결국 여러분은 이 바글바글한 과학계에서 쫒겨나고 말 것이에요. 그러고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기왕 그럴 바엔 이렇게 과학자들의 비극을 몸소 체험하지 말고 그냥 22살부터 프로그래머를 하는건 어떨까요? 과학에 시간을 많이 허비할수록 벗어나기가 어려워지고 다른 회사에서도 여러분을 채용하려는 생각이 점점 없어질것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재능이 정말 대단해서 이 "포닥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대학교(물리학으로는 학교 말고는 취직할 곳이 거의 없죠)는 여러분의 재능에 완전 감동받아서 졸업한지 2년만에 정년이 보장된 교수로 취직을 시켜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과학계의 전반적인 소득 감소로 인해 정말 많은 수의 똑똑한 사람들이 포닥으로 오랜 시간 남게 됩니다. 좋은 성적과 추천을 받아 교수가 된 사람들조차도 연구 경쟁이 정말 어렵고, 최소한 기대했던것과 다르고,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자, 이제 결국 정년보장이 되는 직업, 이를테면 교수직을 찾았다고 칩시다. 이제 구직을 위한 고생은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걱정으로 바뀝니다. 여기에는 또 바글바글한 과학자들이 있어요. 이제 연구계획서를 쓰는데에 연구보다 많은 시간을 쓰게 되죠. 여러분의 경쟁자들에 의해 연구계획서가 평가되기 때문에, 여러분의 호기심을 해결해줄 수 있는 중요한 과학 문제에 대한 계획서보다는 쏟아지는 비판들을 막아낼 뿐인 계획서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두 가지는 상당히 다릅니다. 여러분이 과거에 성공했던 것들은 이미 끝난 일들이기에 쓸 수 없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없죠. 연구계획서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었다가는 망한다는 것은 거의 속담같은 말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쓸모있을거란 걸 아무도 모르는데도 그걸 가지고 돈을 달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리가 없죠. 결국 여러분은 목표했던 직업을 가진 뒤에도 이게 진정 원했던 것이 전혀 아니라는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어떡할까요? 젊은 사람들(아직 과학계에서 정규직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가오는 한없는 시련과 실망을 피할 수 있어요. 젊은 미국인들은 대체로 깨어 있고, 과학으로는 살만한 중산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피하고 있습니다. 아직 여러분도 그러지 않았다면, 빨리 깨어있는 사람이 되길 바래요. 더 불쌍한 인도와 중국 사람들을 위해 대학원을 남기고 떠나주세요. 나는 마약보다 물리학때문에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과학계의 지도자라면 빨리 박사과정 학생들을 조금만 뽑도록 학교와 정부를 회유하길 바래요. 대학원에 과도한 투자를 한 결과 과학자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정부는 전문직의 수요와 공급을 맞춰주거나, 적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주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과학을 했어야 할 똑똑한 사람들은 다른 직업을 찾는 현명한 선택을 해버리고 대학원들은 덜 똑똑한 미국인들과 미국 비자에 현혹된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