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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27013
    작성자 : VKRKO
    추천 : 19
    조회수 : 4445
    IP : 220.77.***.21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3/23 21:42:23
    http://todayhumor.com/?panic_27013 모바일
    [청구야담]산신이 지키려고 한 길지(假封塋山神護吉地)
    옛날 전의 이씨의 선조가 부모의 상을 당해 시체를 안치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선산 옆에 있는 한 산이 밝고 모습이 수려하였으니 그 곳에 안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풍수가가 말했다.



    [이 땅이 매우 좋은 길지이나, 아직까지 무덤이 없는 것은 그 땅을 팔 때마다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흉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씨는 그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 생각해 무시하고 시체를 그 곳에 묻기로 했다.

    그런데 상여가 그 곳에 도착해 보니 시체를 묻으려고 한 곳에 이미 무덤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것을 본 손님들이 말했다.

    [어떤 나쁜 놈이 하룻밤 사이에 장지를 훔쳐 장사를 치뤘나봅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씨는 한참 동안 속으로 깊게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것은 분명 사람의 술수가 아닐 것이오. 한 번 무덤을 파봅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이씨를 말렸지만, 이씨는 고집을 피우며 말을 듣지 않았다.


    무덤을 헐어보니 관이 하나 있었는데, 옻을 칠한 것이 마치 거울처럼 빛났다.



    관 위에 놓인 깃발에는 [학생 고령 신공의 관] 이라고 붉은 글씨로 써 있었다.

    이씨가 말했다.

    [과연 내가 짐작한 대로구나!]



    이씨는 관을 들어 무덤 밖으로 꺼내고 그것을 도끼로 부쉈다.

    안에는 사기 그릇 조각만 가득 차 있었는데, 햇빛을 받자마자 가루가 되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이 축하하면서도 이상하게 여겨 질문을 하니, 이씨가 말했다.



    [내가 옛날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있소. 산신이 땅을 너무 아끼면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친다고 하더군요. 내가 어찌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이씨는 아무런 근심 없이 장사를 지냈다.

    지금도 전의 이씨 가문은 대대로 벼슬길에 올라 집안이 매우 융성하다.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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