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창 변호사 “미네르바 체포, 독재정권 우민화 정책의 전형” 주장
입력 :2009-01-15 14:37:00
▲ 송호창 변호사(자료사진). 사진 = MBC 화면캡처
[데일리서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접견했던 송호창 변호사는 15일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미네르바처럼 똑똑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인터넷 봉쇄·미네르바 체포는 80년대 독재정권·권위주의 정부의 전형적인 특징인 우민화 정책의 일환이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인 송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 막걸리 보안법을 철폐하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신화에서 미네르바는 지혜를 상징한다, 인터넷을 봉쇄하면 국민들은 정보를 가질 수 없고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 변호사는 “지혜를 갖게 되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고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려로 정부가 지혜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이번 미네르바 체포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이 똑똑해지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강압적·폭력적 정책을 계속 펴나가는 것이고, 또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미네르바 체포 이틀 후인 9일 직접 접견한 바 있는 송 변호사는 “상당히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도 4차원적이었다”고 인상평을 전한 뒤 “증거가 인터넷 상에 다 나와 있어 검찰이 더 수사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틀 동안 검찰이 한 일은 미네르바냐 아니냐였다, 이는 체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영장 발급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MB정부, 증권전문가들이 비관적 전망 풀면 즉시 경고”
송 변호사는 이어 “증권가 전문가들은 같은 상황에 대해 가장 낙관적 전망의 시나리오, 중간 정도의 시나리오, 비관적 전망의 시나리오 3가지를 쓰는데 고객에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공해 투자를 계속하도록 하고 자기가 속해 있는 증권사에는 중간 정도 수준을 제공하고 자신은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를 갖고 투자 여부를 선택한다”며 “이게 일반적 관례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부터 낙관적 시나리오와 중간 수준의 시나리오는 나왔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는 모습을 감췄다”며 “(애널리스트들이) 비관적 시나리오를 한번 풀면 정보 당국과 금융 당국이 바로 연락을 해 경고조치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그 결과 비관적 시나리오가 증권가나 인터넷에서 모두 사라졌다”며 “그러나 미네르바의 글에는 연락처가 없어서 금융 당국이 경고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경고조치로) 비관적 시나리오가 다 사라진 상태에서 미네르바의 글이 유독 눈에 띈 것이고 파장이 커지면서 체포되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송 변호사는 또 “검찰이 구속 영장에 청구한 내용은 법 적용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상당히 비겁한 조치”라며 “검찰은 12월 29일에 쓴 ‘긴급 공문’ 글 한편만을 문제 삼아 구속시켰는데 그 구속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그 한편이 아니라 이전에 쓴 200편 이상의 글을 근거로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실제 미네르바의 글을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거나 그의 글이 외환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외환시장 종사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국가신인도를 평가하는 무디스는 미네르바의 글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무디스는 오히려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고 조급해하고 과대평가하는 정부 조치를 보고 국가신인도 평가를 달리하게 됐다고 말했다”며 “시장이나 국가 신인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처벌해야 된다면 대상은 미네르바가 아니라 정부 당국자”라고 일침을 놨다.
민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