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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68598
    작성자 : ㅇㅇㅀ
    추천 : 102
    조회수 : 6359
    IP : 203.171.***.175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4/01 20:14:48
    원글작성시간 : 2010/04/01 16:49:53
    http://todayhumor.com/?humorbest_268598 모바일
    만우절이 맺어준 인연이라고나 할까.
    1주일전부터 만우절에 어떤 거짓말을 할까 고민하는

    주위 사람들과 오유인들의 계획을 두루 살펴보면서

    내심 '회사 동료들이 나에게 어떤 구라를 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등급을 최상위로 유지하고 있었다.

    드디어 하루 전날인 3월 31일.

    그러던 내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팀 후배인 Y모양이 다가왔다.

    책상옆으로 와서는 부탁하지도 않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올려놓고 가는게 아닌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나를 향해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다른 동료들한테 들킬까 빠른 걸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보니 종이컵 바닥에 조금 삐져나온 형광색 포스트잇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시기는 만우절을 하루앞둔 퇴근시간 40분전.

    Y양의 의미심장한 미소.

    태연히 앉아있는척 하는 듯한 주변 동료들의 웬지 어색해보이는 표정들.

    "올해의 타겟은 나로 정해졌구나"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황이었다.

    우리 회사는 매년 만우절 이런 식의 장난을 쳐왔다.

    재작년엔 사장님을 상대로 월급인상을 요구하는 장난을 쳤다가,

    막상 참여도 하지 않았던 과장님과 부장님만 사장님방으로 불려 들어가 제대로 깨진적이 있다.

    그래서, 작년엔 조용히 넘어갔다.

    아무튼 나는 그 포스트잇을 떼어 읽어보앗다.

    "훗"

    역시나.

    퇴근후에 회사 건너편 커피전문점에서 보자는 메모.

    무슨 꿍꿍이일까.

    어떤 장난을 치려고 이러는걸까.

    나는 나의 두뇌를 총동원하여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래, 쿨하게 속아줄까? 아니면, 역으로 내가 골탕을 먹여볼까?"

    아무래도 알면서 속아주는 것보다는 유주얼 서스펙트와 같은 반전을 그들에게 선사하기로 결심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도착한 커피전문점.

    그녀가 앉아있었다.

    주변을 살펴봐도 딱히 수상해보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녀에게 말을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대리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회사에 들어온지 4개월이 조금 넘은 신입사원이다.

    나는 3년차 대리지만,

    그녀는 내게 유일한 후배다.

    3년만에 뽑은 신입이기 때문이다.

    내게는 처음생긴 직장 후배이기에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자상히 가르쳐주었다.

    이런저런 간단한 출장도 교육차원에서 내가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주변 동료들은 항상 우리 둘이 사귀게 될 것이라고 놀리곤 했었다.

    사실 그런 놀림들이 싫지는 않았다.

    그녀는 내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하얀 피부와 아담한 키를 가졌다.

    쌍꺼풀 없는 작은 눈에 왼쪽에만 생기는 보조개.

    나이차도 내입장에선 적당하다고 보는 5살.

    같이 출장을 다니면서 대화를 나눠보아도 생각도 똑바로 박혀있고,

    예의도 바른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극적인 내 성격에 대쉬한다거나 하는 것은 꿈도꾸지 못했고,

    그렇다고 그녀도 내게 특별히 이성으로써의 호감은 나타내지 않는것 같았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 나를 커피숍으로 불러내서,

    '저.. 사실 대리님이 좋아진거 같아요, 대리님은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진심일까.

    만우절은 아니지만 내일 크게 골탕먹이기 위한 사전 세팅일까.

    사실 그간의 관계와 지내온 일들을 생각하면 진심일 확률은 적어보였다.

    그리고, 진심이라고 믿는 순간 나는 그들의 놀림감이 되어버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여기서 지금 장난하는거냐며 산통을 깨기에는

    그들이 준비한 정성이 불쌍해 일단 속아주기로 했다.

    나는 그녀의 수줍은 고백에 '정말~?'하며,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척하다가,

    '사실 나도 ??씨한테 호감있었는데..'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런 나의 대답에 당황한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을법한데,

    그녀는 안도와 기쁨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능숙한 연기를 펼쳤다.

    '그러면 우리 지금부터 사귀는 거예요?'하며 묻는 그녀에게

    '그래요, 그럼 나 이제 ??씨한테 말 놔도 되는거지?" 대답했다.

    그녀는 웃음을 머금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말 놔도 돼요?" 물었다.

    실제 연인같으면 놓으라고 말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번 말을 놔버리면,

    나중에도 계속 말을 놓을것 같은 걱정도 들긴했다.

    그나마 하나있는 후배한테 제대로 선배대접 받고는 싶지만,

    이 상황에서 안된다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랬더니 '에이 막살 할려니 안나와요 담부터 할게요'라고 귀엽게 대답하는 그녀.

    역시 만우절 이후의 관계까지 염두해둔 듯한 그녀였다.

    평소에도 같이 여기저기 출장다니면서 붙어있어서 그런지,

    연인 컨셉으로 같이 있어도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우리는 그녀의 집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이런 일로 그녀의 집앞까지 가게 될줄이야.

    정말로 연인이 된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몰입한 나머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내 얼굴과 마음은 상기되어있었다.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내일 어떻게 이 상황을 멋지게

    역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휴, 지어낼라니까 무지 힘드네요..

    지금까지 다 지어낸 이야기구요.

    막판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다가

    뻥이라고 밝혀서 님들좀 낚아볼라했는데,

    역시 창작은 쉬운게 아니군요.

    그간 드라마작가들 까서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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