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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26859
    작성자 : 드림해적선장
    추천 : 12
    조회수 : 1927
    IP : 112.152.***.137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6/09/19 20:59:39
    http://todayhumor.com/?history_26859 모바일
    단종이 직접 들려주는 로얄패밀리 잔혹사 (누나편)
    옵션
    • 창작글
    오늘은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먼저 하고, 누나 이야기를 할까 하오. 사실 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소. 날 낳은 다음 날 어머니는 돌아가셨소.. 어머니는 두 명의 세자빈이 폐위 될 당시 세자의 후궁 자격 이었소. 이때 마침 나의 누이인 경혜공주를 출산 하셨소. 우리 누나가 복덩이였소. 할바마마는 왕자도 생산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어머니를 세자빈으로 맞이 하셨던 게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혼인을 하지 않으셨다오. 어마마마에 대한 깊은 사랑의 결과라고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쳤다오.
    앞의 두 세자빈 이야기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아바마마(문종임금)는 결혼 생활에 회의감도 들었
    을 테고 여기에 조정에 연 이은 초상으로 인하여 왕비를 맞이 할 시간 적 여유도 없었다오. 이런
    연유로, 문종임금은 조선 역사상 유일하게 재위기간 동안 왕후가 없는 왕으로 기록 되셨소. 아버
    님 본인이 그리 빨리 가실 줄 몰랐으니, 두 분 중 한 분만 살아계셨어도……
     
    7살 터울 누나와 백 어리니 라는 유모의 보살핌 속에 자라게 되었소. 여자의 모성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다들 아시지요? 누나는 내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소. 인복 없던 나 에게 백 유모 또한 하늘이 주신 선물 이었는데, 백 유모는 우리 어머니의 몸종으로 궁궐에 들어왔지만, 탁월한 총명함으로 우리 남매의 전담 유모로 발탁이 되었다오.
    할바마마의 병환이 깊어지면서, 우리 집안에 한 가지 걱정이 늘었다오. 할바마마의 3 년상 기간 동안은 로얄패밀리는 누구도 혼례를 치룰 수 없소. 혹여나 할바마나가 돌아 가시면 우리 꽃 같은 누나는 이 시대 기준으로 노처녀가 되어 버린다오. 그래서, 아바마마는 누이의 남편을 서둘러 고르셨소. 이 때 부인이 안 계셨으니, 홀 애비가 혼자 딸의 남편을 찾아 나셨던게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른 나의 매형은 정종 이라는 분이외다. 왕 이름 같지만 왕은 아니라오. 매형 아버님이 지금으로 치면 전직 서울 시장 출신이오. 원래 과부의 자식은 왕족과 결혼 할 수 없지만, 아버지는 이를 무시 할 정도로 매형을 마음에 들어 하셨소. 난 우리 누나를 빼앗아 가는 거 같아 누구라도 싫었지만, 매형의 당당한 인간됨에 차츰 마음을 열게 되었소.
    그러나, 이 후 우리 집안에는 그야 말로 죽음의 폭풍우가 내리 쳤소. 할아버지 삼년상을 마치자 마자 아버지까지 승하 하셨소. 여기서 잠깐 우리 아버지에 대한 독살설이 있는데, 판단은 여러분들이 해주시구려. 이 당시 아버마마의 주치의는 전순의라는 자였소. 왕의 일상 이란 것이 과도한 업무의 연속이긴 하오. 여기에 세종대왕의 삼년상까지 치르고 나니 면역력은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태였소. 면역력이 떨어지면 종기가 생기기 쉽다고 하오. 조선의 왕들은 종기로 돌아 가시는 분 들이 많은데 아버님도 마찬 가지였소. 종기에는 꿩고기가 상극 이라고 하였으나, 전순의는 어쩐지이를 진상 하였소. 물론 꿩고기가 치명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냄새가 좀 나오. 전순의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치료과정이 진행 되었고, 아버님은 끝내 돌아가셨소. 전순의는 이에 책임추궁을 당하여, 투옥 되었소. 그런데, 내가 왕이 되자 슬며시 특사로 풀려 나더니, 세조가 왕이 된 후에는 공신으로 추대까지 되었소. 여기까지만 하겠소. 물론 물증은 없소.
     
    너무나 급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왕의 자리에 까지 올랐지만 졸지간에 아버지까지 잃은 고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소.
    이런 나는 궁궐에 머물기 보다는 궁 근처에 매형과 누나가 사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소.
    누이, 궁중생활이 너무나 싫고 무섭소. 수양삼촌도 무섭고, 안평삼촌도 마찬 가지요. 내 왕위는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주고, 이 집에서 누이와 매형과 살면 안되겠소?”
    주상전하! 전하께서는 이제 어릴 적 저랑 놀던 이흥위가 더 이상 아니옵니다. 조선백성의 아버지시 옵니다. 김종서 장군을 필두로 할바마마 때부터 충신들이 전하 곁에 계신데 무슨 걱정 이시옵니까? “
    이리 날 어르고 달랬지만, 누나도 겨우 18살의 나이인데, 본인도 얼마나 두려웠겠소. 이제 와 그런 생각을 하니 우리 누이가 더 고맙고 미안하오. 이제 세상 하늘아래 친 가족이라고는 누나와 나 뿐이었소.
     
    수양대군은 내가 궁을 떠난 누나 집에 머무르는 날 계유정난을 일으켰소. 이 인간은 잔인하다기 보다는 치사 한 인간의 전형이오. 왕이 궁을 비운 사이 일을 해치우고 결국 누나의 집까지 들이 닥친 것이오.
    이 날 이후 나와 누나가 겪은 고초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소. 10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압박감으로 원형 탈모가 일어날 지경 이었소.
    수양은 모든 권력을 틀어지자, 우리 둘에게 악마 같은 마수를 뻗쳐왔소. 그 누구보다 기백 있었던 매형을 잡고 늘어졌소. 역모 죄를 씌워 귀양을 보낸 거요.
    남편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누나는 우리 집안의 가장이 되어서 수양과 맞섰소.
    수양삼촌! 왕의 남편을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귀향을 내 버리는 법도는 어느 집 구석에서 배우신 게요? 제가 어미 없이 자라 좀 경우가 없습니다. 아바마마까지 돌아 가시 판에 남편까지 멀리 보내고 과부처럼 사느니 미련 없이  깨끗이 자결하겠소
    하하하. 니 년이 무얼 믿고 이리 눈을 까 뒤집는지 모르겠구나? 니 가 죽는다고 내가 눈 하나 깜빡 할 거 같으냐?”
    누나가 집으로 돌아 온 후,
    대군마마. 경혜공주 눈의 살기가 여간 하지 않습니다. 지금 민심은 완전히 저희에게 등을 돌린 상태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요? 부모 잃고, 하나 있는 누이까지 자결을 한다면, 민심은 더 이상 돌이 킬 수 없는 상태에 까지 이를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
    에이! 지금은 내가 한 발 물러난다만, 왕이 되어도 민심이란 걸 신경을 써야 하는 게냐?”
     
    하지만, 우리 집안의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오.
    세종대왕 때 집현전 학자출신들의 주도 하여 세조를 끌어 내리려 한 사육신 사건이 터지고 말았소. 모반은 실패하였고, 호시탐탐 우리 집안의 해체를 노리던 세조에게는 최고의 떡밥이 되고 말았소.
    이 일로 누나내외는 전라도 광주로 귀향을 가게 되고, 이듬 해 나는 그 유명한 강원도 영월로 유배 되는 처지가 되었소. 세조는 누나의 집 담장을 높게 세우고 외부에서 출입문 잠금 장치를 하여 가택연금을 시켜 버렸소. 이런 난리통에도 광주에서 누나로부터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왔소.
    전하……감축 드리옵니다. 첫 번째 조카를 보게 되었사옵니다. 코는 아비를 닮고 입 은 저를 닮은 듯 하오나, 전체적인 용모에서 전하의 용안도 보이니 기쁘기 그지 없사옵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 남매의 신세가 이러 하오나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사옵니다. 이 아이가 무탈하게 자라 전하와 함께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에게 헌화 하는 날을 손 꼽아 기다리옵니다. 부디 그 날까지 옥체 보존 하시옵소서. 저도 마음 굳건히 먹고 있사오니 부디 저희 가족 걱정은 하지 마옵소서
    누님은 어머니가 되면서 더욱 강해지셨소. 귀향 살이 와중에도 대를 이으시면서 집 안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엿 보신 게요. 부창부수라고 매형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오. 매형은 광주에 내려오신 후로 불교에 심취 하셨는데, 성탄 이란 스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셨소.
    스님 이름이 성탄이라니 재미있지요?^^
    광주에서의 4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매형은 알고 보니 불교에 심취 한 것이 아니라, 성탄스님과 함께 세조를 치기 위한 일을 준비 하셨던 게요. 허나 그만 일이 중도에 탄로가 나 매형은 능지처참을 당하였고, 누나는!!!!!!!!!! 우리 누나가..조선의 공주가 관비로 전락 하게 되었소!!!
     
    누나는 관비로 떠나기 전 세조의 부인인 정희왕후와 딜을 하게 되었소. 이때 둘 사이의 중재자로 나선 이가 우리 남매의 어린 시절 유모인 백 어리니 였오. 그 풍파 속에서도 궁궐에서 자리를 지키며, 정희왕후의 신뢰까지 얻어 낸 게요.
     
    이 당시 세조도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오. 장자가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었고, 세조자신 역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찾아와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하오. 정희왕후는 세조의 업보를 자신이 나서서라도 씻고 싶었나 보오. 아니 두려웠던 게지요. 장남이 죽어 나가고 집 안에 우한이 끓이질 않으니 남은 자식을 지키고 싶었을 게요.
     
    경혜공주! 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내 그 사람에게 잘 말하여 장남 미수랑 여식은 잘 키우도록 할께요. 그리고 분위기를 봐서 내 공주가 관비로 가는 것도 막아 볼 테니 고생스럽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아이들은 백 유모에게 잠시 맡겨 둔다고 생각 해주세요
    내 원수의 소굴에 금 쪽 같은 자식들을 맡겨 두고 가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볼 것이외다. 난 당신을 믿는 게 아니라 나의 유모를 믿는 것이니 혹시라도 내가 노여움을 풀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어차피 당신도 업보를 풀기 위함이지 나와 자식들을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잖소. 서로의 필요에 의함 이니 오랜 시간 대면 하고 싶지 않소이다.”
    알아요..알아그리고 한 가지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둘 째는 딸 아이라 상관이 없는데……..”
    들었소이다. 내가 우리 미수를 출산하였을 때, 삼촌께서 아들이면 죽이라고 하셨다지요? 허나 당신께서 딸이라고 고하여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 하고 있다고.. 혹여나 생색을 내시려는 건 아니지요?”
    이리하여 나의 조카 정미수는 사내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여장을 하여 궁중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오.
    시간이 얼마 간 지난 후 세조부인의 설득으로 누이도 궁궐로 들어와서 살라는 허락을 받았으나, 누나는 단호히 거절하고 비구니가 되셨소. 궁중에서는 권력을 잡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그야말로 서바이벌 이오. 기구한 신세가 된 여인들이 워낙 많다 보니, 궁중여인들만 받아 주는 정업원 이라는 곳이 있었소. 여기서 누이는 내 부인과 조우하게 되오.
    형님….그간 마음 고생이 심하셨지요? 여기서는 제가 선배입니다^^ 저기 바위위로 올라가면 서방님 아니 전하 돌아가신 곳이 잘 보입니다. 불심이 부족하여 전하가 너무 그리울 때 한 번씩 찾아가면 마음이 가라 앉곤 합니다.”
    내 운명도 기가 막히지만, 자네도 세자빈으로 궁에 들어와 어린 나이에 왕비까지 되었다가 이게 무슨 꼴 인고내가 미안하내…..”
    형님 그런 말씀 마세요. 듣자 하니 수양 네 집안도 아들이 또 죽었다고 하옵니다. 수양은 하루도 맘 편히 잠을 못 이루고 있고, 원혼들이 꿈에 나타나 침을 뱉은 자리에 피부병이 생겨 몰골이 말이 아니라고 하옵디다
    왜 안 그러겠소. 천하의 나쁜 인간….불쌍한 우리 주상, 아니 내 동생 흥위 생각만 하면……”
     
    이 들을 하늘에서 보고 있자니 떠난 사람이 더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쌍한 누이는 폭풍 같은 삶을 39살이라는 나이에 마감 하게 되었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오시면 다른 글도 있으니 놀러 오세요^^

     
     
     
     
    드림해적선장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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