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일상이 늘 그렇듯 낚시 한 번 마음먹은대로 다녀오기 어렵죠. ㅎㅎ
지난 겨울 얼음낚시를 결국 패스하고 그나마 첫 물낚시를 가던 길에 일이 생겨 다시 상경,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올해 첫 낚시를 다녀왔군요.
마음먹었던 안면도권을 향해 오전 열시경 출발을 했지만 워낙 체증이 심한 상태라 두시가 넘어 승언1호지에 도착했지만,
인터넷으로 접하던 느낌과는 사뭇 달라 승언2호지를 둘러봤지만 한정된 포인트엔 이미 낚시꾼들이 선점한 상태.
무작정 지도와 네비만으로 도착한 저수지.
오후 늦은 시간이라 일단 먼저 자리한 분께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자리를 잡습니다만 털끝만큼도 기대는 안되는군요.ㅎㅎㅎ
사진 왼쪽에 자리한 중년의 부부는 여덟치에서 월척급으로 살림망을 채울 기세더군요.
인근에 거주하시는지 집에서 잠을 자고 또 낚시를 한다고 합니다.
계속 지인들끼리 자리를 물려가며 낚시를 하시는 모양이던데 그리 보기가 좋지는 않더군요.
아마 저수지 규모를 키우면서 수몰된 듯한 전신주가 쓰러져 가고 있군요.
뭔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밤엔 기대를 않았지만 그래도 여덟치 붕어 한 수로 올해 첫 붕어를 만났네요.
계곡지이지만 개체수가 좋고 배스등이 유입되진 않은 상태여서 다음에 한 번 들러보고 싶은 곳입니다.
저런 날짐승조차 쌍으로 노닥거리는데.... ㅡ,.,ㅡ
미련은 깔끔하게 접어 트렁크에 넣고 계획했던 다음 목적지인 부남호의 수로로 향합니다.
수로낚시는 그리 많이 접하진 않았지만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몇 번 경험했던 터라 낯설지는 않군요.
일요일 오후지만 오히려 주말꾼들이 빠진 자리를 꾸역꾸역 메우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적당한 갈대 분포가 기대감을 올려주지만....
낮 시간 동안 잠깐 해볼 요량으로 펴 본 떡밥낚시에 살치들의 폭격이 있더군요.
게다가 대형 잉어킹들이 산란을 하느라 발밑에까지 나와서 꼬리를 쳐대는 통에 도무지 붕어가 갈대밭 안쪽으로 들어 올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소주를 마시기로 합니다?
소주 마시기 적당한 핑계가 있으니 말이죠...
간단히 요기 겸 반주로 한 병을 비우고 나니 제법 해가 기울고 찌불을 밝힐 시간이 되어갑니다.
건너편에 하나 둘 사람들이 더 들어오는데, 저녁 시간이 소란스럽지나 않을까 조금 신경이 쓰이는군요.
해가 지고 그믐밤이 깊어가면서 점점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단 한 번, 그윽한 찌불의 정중동 그 움직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설렘이 생기던 차에
60cm가 채 안되는 가운데 2.4칸에서 찌불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얕은 수심탓인지 붕어가 민감한 상태인건지 꽤나 빠르게 찌불이 솟고 챔질!
낚싯대를 움켜 쥔 손에 이렇게 힘이 들어가긴 제법 오랜만이었군요.
살림망에 넣어 두며 내심 기대를 합니다, 혹시나 내게도 사짜가 온 것일까....
쿵쿵 뛰던 심장이 가라 앉을 즈음 다시 한 번 찌불이 움찔 거리더니 주저없이 밤하늘로 일어섭니다.
그런데 그 움직임에 무게가 없군요.
반사적으로 챔질을 하면서도 그 어떤 긴장감이 없었는데 갑자기 대끝이 휘청하더니 허릿대에서 우는 소리가 울립니다.
아!
왼쪽으로 내닫던 붕어가 방향을 트는가 싶던 순간 바늘이 튕겨나가며 낚싯대가 힘없이 출렁이네요.
너무 자만한 탓에 찌오름만으로 붕어의 크기를 짐작해 버리고 말았던 결과는 허탈할 수 밖에 없네요.
그렇게 아쉬운 밤을 보내고 이곳 수로에서의 아침을 맞습니다.
오랜만에 바람에 이는 물비늘과 시원스레 흔들리는 갈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낚시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 했던 그 붕어를 제대로 볼 시간이기도 합니다.
제일 작은 놈이 일곱치 정도 되는군요.
순간 4짜가 아닐까 오버하기도 했던....ㅎㅎㅎ
4짜를 한 번만이라도 안아 보게 되면 이런 자를 더이상 갖고 다니지도 않을텐데....
놓친 고기가 큰 법,
낚싯꾼에게 놓친 고기는 언제나 술안주 거리가 되기 마련이지만 어제의 아쉬움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군요.
두 번 다시 나같은 뜨내기 손에 걸려드는 일이 없길.....
서산의 너른 들에는 아직도 저렇게 논두렁을 태우나 봅니다.
수로의 끝에는 저렇게 부남호가 내다 보입니다.
다시 들를 일이 있을까....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부남호의 수로.
지난 밤, 두 번의 멋진 손맛을 보여 준 낚시 자리.
이제 귀가를 해야 할 시간.
잠시 부남호의 검은여를 들릅니다.
이곳 부남호의 명물입니다.
마치 제주도의 현무암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그 앞을 흐르는 또 다른 수로.
이렇게 고기들이 떼로 모여서 포식자인 베스들의 사냥에 대처하고 있더군요.
사진엔 잘 보이진 않지만 수시로 배스들이 밑에서 덥치고 있는 중.
자, 이제 2박 3일의 올해 첫 낚시를 기억으로 남기고 다시 밥 벌어 먹으러 가야죠.
꽉 막힌 도심에서 보내다 이렇게 트인 들판을 보는 것 만으로도 서울을 떠나 온 값어치를 하는 것 같군요.
그런데 이곳엔 마쉬멜로우 대신 저렇게 순대 썰어 놓은 것 마냥.......
첫낚시에 허릿급 붕어를 만났으니 작은 아쉬움은 오히려 지난 조행을 더 충실하게 해주는 듯 합니다.
이제 커플들이 준동을 할 벚꽃 시즌에 여러 조사님들의 어복은 더욱 충만하시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