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할머니들 경악 "멱살 잡으러 가겠다"
이승연 '위안부' 누드집 파문.... 관련단체 사과 - 제작 중단 촉구
▲ 1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탤런트 이승연의 기자회견장에 공개된 '종군위안부' 테마 화보중 한 장면.
ⓒ 연합뉴스 배재만
탤런트 이승연(36)씨가 구 일본군의 성 노리개로 끌려가 피해를 입은 '위안부'를 주제로 하는 누드집 발간을 계획하고 있어 3.1절을 앞두고 역사의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비난이 거세게 일고있다.
이는 최근 친일파 진상규명법 제정과 친일인명사전 편찬 네티즌 모금 등을 계기로 일제잔재 청산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누드집 발간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 나눔의집 등 관련단체와 한국여성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오늘(12일) 오후 긴급 성명서를 내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에 낸 성명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주는 상업주의에 분노한다"며 이승연씨의 '일본군 위안부 테마 프로젝트'에 대해 공동대응할 방침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6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잊을 수 없는 한과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며 "이러한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이승연, 일본 정신대에 끌려가는 위안부 컨셉트의 누드촬영'이라는 언론보도에 우리는 경악했다"고 밝혔다.
관련단체 경악 "위안부 누드집 통한 한일관계 재조명은 어불성설"이들은 이승연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누드집 기획의도에 대해 "화려한 미사여구의 나열에 불과하다"며 "누드를 통해 과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한·일관계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진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면 이 문제를 컨셉으로 하는 누드 촬영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러한 피해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고령의 피해자들과 더불어 여성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번 '이승연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누드집 제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누드집 제작자인 네띠앙엔터테인먼트와 이승연씨는 '상업적 의도'에 대해 "희생, 복수, 극복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여인의 삶을 장중하게 다룬 서사적 작품"이라고 밝히며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이승연씨 누드집 파문을 통해 가장 분노하고 있는 당사자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 12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눔의집측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나 방문도 없었다"며 "할머니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나눔의집 안신권 사무국장은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할머니들을 끌어들인 것에 대해 할머니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국장은 "3·1절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고도의 상술"이라며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한 이번 사건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작자측의 수익금 환원에 대해서는 "일본정부의 배상을 거부한 것도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며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찾아와 손 한번 잡아주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당장 사과하고 촬영 중단하지 않으면 멱살 잡으러 갈 것"현재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용수(77) 할머니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승연씨 누드집 촬영) 소식을 듣고 너무 분해 혼자 울고 있었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15살 때 한밤중에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3년 동안을 갖은 협박과 고문 속에 살았고, 그 후유증으로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살고 있는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당장 사과하고 촬영을 중단하지 않으면 멱살이라도 잡으러 가겠다"고 흥분했다.
16살 때 대만 가미가제 부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성노예 생활을 한 이 할머니는 "잊으려고 해도 잊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왜 다시 울리냐"며 "우리가 있었기에 그(이승연씨)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우리를 이런 식으로 모독해도 되는가"라고 말하며 격분했다.
마지막으로 이 할머니는 "후대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기에 역사의 증인으로서 죽는 날까지 이라크 파병반대와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내일 당장 서울에 올라가 (이승연씨를) 찾겠다"고 항의를 표시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132명은 지난 14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매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 등을 열며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통한 명예회복을 위해 힘겹게 싸워왔다. 이번 주로 수요집회는 595회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