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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과 사바신의 대화 p221~p222
"어이, 뻗침머리! 너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들지 않냐!"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자고 싶다, 바람 얼간이!"
지크와 사바신은 정말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었다. 이렇게 대량의 적과 싸워 보긴 처음이었고, 보기도 싫은 바이오 버그의 체액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30분이 넘게 싸우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에겐 수건이 필요해! 넌 내 심정을 알고 있겠지!"
지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사바신은 눈을 번뜩이며 영룡으로 주위의 바이오 버그들을 쓸어 버린 뒤 소리쳤다.
"핵폭탄 안고 녀석들과 키스하고 싶다!"
일순간 허공에 그어진 수십 개의 검광. 역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바이오 버그들을 쓸어 버린 지크는 장갑으로 얼굴에 묻은 체액을 닦으며 사바신에게 소리쳤다.
"너 오래간만에 멋진 말을 하는구나! 지크 인용구에 넣어 주지! 이봐! B급 녀석들이 몰려오는데, 뻑 가는 소리 한 마디 해 보시지!"
"좋아! 크크큭, 죽는 거다!"
"죽이는데!"
강해지는 이유 p281~p282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강해진 슈렌 강해지기 위해 강해진 휀, 광기에 젖어 싸우다 보니 강해진 바이론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강해진다는 리오. 지크는 슬그머니 고개를 저으며 생각해 봤다. 자신은 과연 무슨 이유로 강해지려 하는 것일까.
"어이, 형제. 네가 생각하기에 난 왜 강해지는 것 같아?"
그 질문에 슈렌은 옅은 미소를 띠었다.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불든 이유가 있을까? 북쪽으로 불든 남쪽으로 불든, 그건 바람 마음이잖아. 내 생각엔 네가 가장 자연스럽게 강해지는 경우 같은데?"
무슨 말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엇지만 일단은 좋은 것 같았다. 이윽고 만면에 미소를 띤 지크는 슈렌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헤헷, 좋게 들리는데? 좋아, 그럼 난 '내키는 대로 강해지는 남자' 로 하지! 자, 어서 날 '내키는 대로 강해지는 남자' 라 불러봐, 형제!"
표정을 원래대로 굳힌 슈렌은 지크의 팔을 피해 슬그머니 침대에 누우며 힘없이 말했다.
"제정신으로는 힘들 것 같아."
"응? 너, 너무하잖아! 어서 말을 해 줘, 슈렌!"
"무슨 일이야, 시끄럽게. 일을 안 하니 쓸데없는 곳으로 힘이 쏠리는 거냐?"
때마침 노동을 마치고 들어온 사바신은 방 전체를 울리는 지크의 목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지크는 곧 바람처럼 사바신에게 달라붙으며 방금 전과 똑같은 제의를 하기 시작했다.
"자아, 친구! 어서 날 '내키는 대로 강해지는 남자' 라 불러 봐! 어서!"
"뭐? 왜?"
"하여튼! 듣고 싶단 말이다!"
땀에 젖은 상의를 벗고 담배를 문 사바신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히히, 너무 길어서 기억이 안 나."
"......"
그렇게 그 날 하루도 저물어 갔다.
마르티네즈의 오해 p81~p82
"예, 리오 씨. 정말 당신에게 실망... 음?"
...
"저어, 어젯밤 어떠셨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마르티네즈는 질문을 꺼냄과 동시에 자신의 입을 막앗으나, 다행히도 그녀의 말뜻을 오해한 리오는 지난밤의 상황을 가볍게 대답했다.
"대단했죠.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도 녀석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오래간만에 타오르는 기본이었죠."
그러자 마르티네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세상에......! 저런 수준의 음담패설을 이토록 가볍게 말할 줄은 몰랐어! 그것도 여자 앞에서!'
"어, 언제까지 하셨는데요?"
이어진 질문 역시 리오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음... 한 시간 전까지? 아마 그럴 겁니다. 고되긴 했는지, 녀석의 다리가 풀려 저도 더 이상 할 수 없었죠. 전 쉴 겸 해서 아래로 내려온 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하긴, 이 남자의 체력은 알아줘야 하니까.'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까 엿본 바이칼의 상반나신을 떠올렸다. 자신이 남자라면, 상대가 아무리 예쁜 몸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과연 같은 남자끼리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리오라는 남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속을 읽지 못했는지, 리오는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튼 길트 녀석, 정말 배우고자 하는 의지 하나는 인정해 줄 수 밖에 없더군요."
'뭐라고?'
바이칼, 너구리 만나다 p58
"이야, 이거 귀염둥이 바이칼 님 아니신가! 힛힛힛, 언제 오셨습니까, 전하?"
지크는 자신의 팔로 바이칼의 목을 힘차게 감싸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반면 바이칼은 또 이 기술이냐는 듯,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목숨이 소중하다 생각하면 내 몸을 당장 놔라."
"헤헷, 안심해. 이 형은 널 죽일 생각이 없단다."
그가 주먹으로 자신의 볼을 약간 거칠게 비벼 대기 시작하자, 바이칼은 리오를 힘겹게 쏘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구리가 있다는 말은 왜 안 했지?"
그의 얼굴이 거의 울상인 것에, 리오는 내심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지크를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지."
"닥쳐라."
아이큐 합쳐서 백?! P201
리오는 망토를 이불 삼아 덮은 뒤,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역시 침대에 누운 지크는 잠자리를 만들고 있는 브라디에게 물었다.
"근데 별다른 정보는 없니, 꼬마 친구?"
"아, 사바신 님께서 지원 오신대요. 소문으로 듣자하니, 휀 님과 비교해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존재가 휀 님을 도와 주고 있다던데요. 그래서 특별한 일거리가 없어진 사바신 님께서 지원을 오신다고 들었어요. 언제 오실진 저도 몰라요."
그러자 지크는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오, 그래? 헤헷, 그녀석 오래간만에 다시 보겠는걸? 녀석이랑은 이상할 정도로 박자가 잘 맞거든. 만나면 괜히 즐거워지고 말이야."
"그렇겠죠. 두 분이 아이큐를 합하셔야 딱 백이 되니, 얼마나 기쁜 일이겠어요."
"......"
지크는 뭔가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것 같은 느낌에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브라디는 그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p257~.258 앗! 저기 지크가!
"어이, 레디. 이제 넌 쉬어라."
그 때, 레디의 뒤로 큼지막한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사바신이었다.
에스토드 왕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그는 싸움에 대한 굶주림으로 인해, 미칠 지경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히 애가 타 있는 상태였다. 하다못해 작은 전투라도 맡겨 달라며 휀에게 간청했지만 작은 전투도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난다 해도 바이론에게 맡겨 버리는 터라 그는 상대를 만나 한 방씩을 주고받은 레디가 너무도 부러웠다.
"아, 안 돼, 사바신. 대장이 이번 일은 나에게 맡으라고 했단 말이야."
레디가 휀에게 들은 지시는 이러했다. 만약 어떤 신호라도 포착되면 앞으로 나서되, 엄청난 상대를 만나게 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지시를 알지 못하는 사바신이라면 분명 속전속결로 상대를 끝장내 머릴 테고, 또 그 기분으로 돌격하자는 말까지 할 게 뻔했기에 무슨 일이 있다 해도 이 싸움을 양보할 순 없었다.
"호오, 그래? 할 수 없지 뭐."
사바신의 입꼬리가 축 늘어졌다. 레디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헬리온에게 시선을 돌리려 했으나 그것은 안이한 생각이었다.
"앗! 저기 지크가!"
"뭐?"
친구의 손이 급히 가리킨 곳을 본 레디는 그 직후 사바신에게 후두부를 강타당했다. 말을 꺼낼 새도 없이 기절한 레디를 받아 든 사바신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다른 병사에게 맡기고는, 슬슬 주먹을 풀며 헬리온의 앞으로 다가갔다.
용제의 비밀 p87
"불덩이와 피에 젖은 달, 날개달린 사자는 이미 나타났지.
리오가 말을 안 한 것이 몇개 더 있지만,
머리가 일곱 달린 괴물은 충분히 연상할 수 있을 거야.
바이칼을 생각하면 말이야"
"뭐라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마쉬멜로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그런.......!"
그때 마악 집에서 나온 바이칼도 뭔가를 느낀 듯.
하늘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를 본 지크는 곧바로 달려가 바이칼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머리가 일곱 개였단 말이냐!"
"......."
인간이 울다가 웃으면...? p203
(마르티네즈 등이 말스 왕국으로 돌아가는 날 리오.)
"마르티네즈, 마르티네즈 양, 마르티네즈 아가씨. 셋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보십시오. 원하시는 대로 불러 드리죠."
그녀는 대답 대신 눈물과 미소를 같이 보여 주었다. 그 때 떫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바이칼이 퉁명스레 중얼댔다.
"흥, 인간은 울다가 웃으면 신체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다더군."
"......"
"나, 난 지크에게 들은 대로 얘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바이칼과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죄 값 p129~p130
"죄를 알고 있죠, 두 분 모두?"
마치 벌받는 어린아이처럼 조용히 있던 둘은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몸을 꿈틀했다. 잠시 있던 다르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하, 죄라 하기보다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쪽이......"
...
"두 분 모두 죄값을 치르셔야 해요. 자아, 청소와 빨래 당번 그리고 식사 당번 중 어느 것을 택하시겠어요? 기간은 둘 다 일주일이에요."
그 순간 둘의 표정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의 그것과 흡사해졌다. 정색을 한 둘은 고개를 들며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저어, 산적을 토벌하면 안 되오, 부인?"
"부인의 마음에 안 드는 나라를 멸망시키거나 누군가를 암살하면 안 되겠습니까?"
프레데릭과 다르칸이 차례로 말한 처벌의 내용은 크리스의 고개를 자연스레 돌려지도록 만들었다.
"청소와 빨래 그리고 식사뿐이에요. 그 외에 타협안은 아기 봐 주기 외엔 없어요."
"......"
그녀의 마음을 바꿀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은 결국 그녀의 벌을 받아들이며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남자를 저주했다.
식사를 맡은 프레데릭과 청소를 맡은 다르칸의 이야기는 다행스럽게도 저택 박으로는 새어 나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 역시 저택 박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크리스와 슈웰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들의 얼굴이 지난 일 주일 간보다 훨씬 밝아졌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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