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여기는 철원..오늘 새벽은 조용히 넘어 가는것 같다. 두차례의 비상상황이 있었지만..
다행이 뚤리지는 않았다. 타오르는 담배연기가 내눈을 찌른다. 한차례의 콜록거림과 함께..다시 담배를 물었다.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5시32분..벌써 이곳에 갇힌지 1개월이나 되었다. 시팔..1개월 전까지만해도 이곳은 평화로웠다. 그날의 그사건만 없었다면..
- 1개월전 -
"김중사님 ~ PX쏘기 족구 한게임 하시지 말입니다." "좋지 ~ 콜"
그렇게 중대 간부 vs 병사 4:4로 족구 시합을 정신없이 하며 땀을 빼고 있엇다.
그날 족구는 간부팀이 이겼고 병사놈들이 사온 음료수를 마시며 둘러앉자 담배한대를 피우는데..
땅이 흔들렷다. 지진인가..? 그강도는 생각보다 엄청났다. 처음엔 단순 지진인줄만 알았는데..
30초후 폭발소리와 함께 하늘높이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머지??" "야 저거머야"
다른 중대에서도 소리를 들었는지 모두나와서 그광경을 관찰하였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있엇다. "전쟁?" 설마..아닐꺼야..나 전역 6개월남은 말년중사라고...씨팔..
다른부대에서 사격을 하다가 산쪽으로 잘못날려서 그런거라고 혼자 생각해봤지만..그것도 잠시..
지휘통제실 쪽이 분주히 움직이는게 보였다. 잠시후 중대장이 집합명령을 내렸고 모두 생활관에 모였다.
중대장이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A4용지하나를 들고 서있었다. 무슨일일까..빨리좀 말해주지...
"자 모두 모였나..? 흠..지금부터 예기해주는건 모두 실제상황이다. 단 하나의 허구도 없음을 먼저 알린다.
현재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미사일인지 핵인지 분간할수 없는 물체를 발사하였다. 단순사고 인지..아니면 도발인지는 알수없으나..지금부터 사단은 데프콘2 상황이다. 모두 전투태세로 들어가니까 군장결속하고 연병장에 집결한다 이상.."
믿을수 없었다. 제발 아니라고 장난이었다고 예기하기를 기다렸다. 중대 간부와 병사들 모두 멍하게 서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때 행정보급관님이 소리쳤다. "세끼들아 머하는거야 전쟁준비 안해? !! 비상상황이야"
정신이 번쩍들었다. 군장을 결속하는데 매일하던건데 왜이렇게 안되는건지 나도모르게 내손은 떨리고 있엇다. 그때 소대장이 다가와 물었다. "부소대장 우리 휴가자2명이니까 지금바로 복귀하라고 연락좀 해줘"
시팔 저시키는 귀찮은건 꼭 나한태 떠넘긴다. 군장결속이 끝나고 중대 밖으로 나가서 담배한대 피며 초조하게 휴가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샹놈의 시키들 휴대폰을 모두 꺼두었다. 복귀하면 뒤졌다니들은..집으로 전화를 하여 부모님께 자초지정을 설명하였고 당장 복귀 시키겠다는 확인을 받고 전화를 끈었다.
그때 뒤에서 우리중대 행정병인 말년 김병장이 초조하게 담배를 피며 나에게물어왔다.
"김중사님 저 집에 갈수있는겁니까..? 진짜 전쟁이면 전역못하는거 아닙니까..?"
"걱정마 시캬 이런일 한두번이냐 몇일지나면 해제될꺼야 너무 걱정하지마 세캬 나도말년이야"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김병장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달래며 연병장으로 향하였다.
중대 연병장에서 실탄과 수류탄이 지급되었다. 예전에 철책에 개구멍 생겼을때도 지급받아본적이 있는지라 말성이지 않고 탄창에 탄을끼웠고 소대원들 상태를 확인하니 다들 죽을상이었다. 아무일 없을꺼라고 전쟁같은거 아닐꺼라고 안심시켰지만...나도 내심..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였다.
소대별로 매복진지가 편성되었다. "아 시팔..철책매복이내.." 원래 작전계획에 편성되있던 매복진지는 그쪽이 아니었다. 중대장에게 물었다 " 중대장님 저희 소대 매복진지 이쪽아닙니다"... "그쪽으로 이동해 도착해서 설명해줄태니까" 예감이 좋지않았다. 이럴려면 매복진지 보수작업은 왜하는건지 이해가 안된다.
4.5톤 트럭에 올라타기전 담배한대를 깊게 빨아들이고 차에 올라탔다. 그날따라 왜이렇게 추운지..
"깔깔이 챙겨올껄..시팔.." 저절로 욕이 나왔다.
매복진지에 다다랐을때 주민이 물어 왔다. "군인양반 무슨일 있어요? 저기서 펑 하던데..전쟁이라도 난거에요?" "전쟁은 아니구요 저희도 아직 상황을 잘 모르겠네요 일단 집에가셔서 TV한번 틀어보세요" 라고 말해주었다. 매복진지에 도착하여 군장을 내려놓고 진지위장을 하며 저녁 밥을기다렸다. 군인은 밥을 1분이라도 늦게 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인가..? 피식하고 웃어넘겼다. 평소같았으면 농담이라도 했을터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바싹긴장하라고 소대원들에게 예기하고 사주경계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였다.
철책 전방을 바라보며 담배한대를 피고있는데..그때 알았다. 미사일은 남쪽에서 터진게 아니라는것을..
멀리 북쪽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악마같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 게식히들..5달만 기다리지..고걸 못참고 터트리내 임병"..북쪽을 향해 작은 투털거림을 내뱉었다.
저녁보급이 늦어 지고있엇다. 다들 배가 고픈지 계속해서 물어왔고..일단 기다려 보라고 예기해주었다.
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대장님 밥은 어떻게 된겁니까..?" "아 그게 갑작스레 전투식량 15일치를 분배하라고 사단에게 지시가 떨어졌어 조금더 늦을꺼야 일단 기다려봐" 뚝...띠 띠 띠 띠
이게 무슨 자다가 지랄 옆차기 하는 소리인가..15일치라니..여기서 15일 동안 매복을 한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사일인이 핵인지는 북쪽에서 터졌고 남쪽은 아무 이상이없는데 왜 갑자기...??
일단은 소대장과 나만 알고 있고 소대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괸히 알려봤자 마음만 뒤숭숭하겠지..
3시간후 거의 굶어 죽기 직전에 전투식량이 도착하였다. 시팔..어찌나 반가운지..눈에 눈물이 맺혔다.
보급관님에게 물었다. "보급관님 15일치면 장기매복인데 사태가 심각한 겁니까..?" "나두잘모르겟다. 아 빨갱이 시키들..이틀후에 처제 결혼식인데..시팔넘들..좀만더참지..일단 15일치 분배하고 갈태니까..무슨일 있으면 연락해라.." 그렇게 돌아서는 행정보급관을 배웅하고 내려오는데 행정보급관이 나를 불렀다.
"김중사 좀있음 전역인데 몸사려 갠히 빨갱이들 잡는다고 람보놀이 하지말고 혹시나 해서 하는소리야"
"예 ~ 예 알겠습니다. 보급관님두 평안하십시요~충성"
맨날 작업만 시키는 저인간도 내생각을 해줄때가 있구나..조금 코끗이 찡했다.
소대원들과 더럽게 맛없는 전투식량을 먹는데 하나같이 주눅이 들어있었다. 분위기를 좀띄워볼까..?
"야 만약에 북한놈들 보이면 사정 보지말고 갈겨 알겠지? 두당 10킬씩은 꼭해라 더블킬하면 포상이다. 수류탄 던질때 전방 수류탄 외치는거 잊지말고 세키들아 군인의 기본이야"
한놈씩 피식 거린다. 효과가 있나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또 담배한대를 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해는지고 시간은 11시50분을 가르키고 있엇다.
졸음이 밀려온다. 군인의 취침시간은 정각10시 이시간에 안자면 혼이빠져나가는것을 느낄수 있다.
"아 시팔 더럽게 졸립내..소대장님 교대로 경계서게 하고 눈좀 부치십시요 ~"
"김중사가 애들 반 대리고 먼저 눈좀부쳐 나는 잠이안오내.."
그래도 소대장이라고 긴장 바싹하고 있구나.."예예 그럼 먼저 눈좀 부치겠습니다. 3시간후에 깨워 주십시요" 라고 말하고 소대원 반을 대리고 등을 기댔다.
얼마나 잔걸까..소대장이 작은소리로 나를 불렀다. "김중사...김중사..빨리일어나봐.."
벌써 3시간이나 된건가..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어 ~ 왜그러십..웈" 소대장이 나의 입을 막았다.
손가락을 가르키는 방향을 보니 검은 물체들이 흐느적 거리며 철책 근방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시팔 진짜 전쟁인가..조용히 자고 있던 나머지 소대원들을 깨웠고 모두 다가오는 물체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시키들아..저놈들 조지면 상금나온다. 내꺼한마리 냄겨놔라잉" 소대원들에게 작은소리로 속삭였다.
500M 400M 300M 200M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보는건가..죽여야 하나..말아야하나..그래도 같은사람인데..갑자기 내가 부처가 된거같았다. 잡생각 집어치우고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총구에서 눈을떼지 않았다. 100M..아주 약간이지만..흐릿하게 형제가 보였다..근데..이상했다..가만..만약에 저놈들이 북한군이면..저렇게 당당하게 서서 이쪽을 향해 걸어올수가 있나..?? 미친거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니야 저건 군인이 아냐...탈북자인가..?? 갈팡질팡 하고있을때쯤..
소대장이 작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지근거리 접근시 당황하지말고 일제히 사격"
그 물체들은 점점가까이 다가왔다. 50M .......이제 지근거리에 거의 다다랐다. " 탕 "
한발의 총성이울려 퍼졌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이주전에 전입온 신병하나가 넉을놓고 총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대장이 말했다 "사격!!" 에라 모르겠다. 보통은 점사가 기본이지만 연사로 바꾸고 조준이고 머고 마구 갈기기 시작했다. " 탕 탕 타탕 탕 탕 탕 탕 타탕" 수백발의 총알이 전방으로 전광석화 처럼 날아 갔다.
소대장이 말했다. "사격중지!! 탄창교환" 탄창을 교환하며 물체들을 바라보니 미친놈들..그 총알을 다피한것인가..? 멀쩡히 다가오고 있는게 보였다. "소대장님 먼가좀 이상합니다. 사람이라면 총을쏘면 업드리는게 정상인데..꼳꼳이 서서 다가오다니..먼가좀 이상하지않습니까..?" 소대장도 당황하였는지 침묵을 지켰다.
"소대 사격준비" 일망의 말성임 없이 다음사격을 준비하는데...그때서야 그놈들의 정체를 알수있었다.
괴물..저것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흡사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괴이한 소리를 내며..흐느적거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격때문일까..그놈들은 광분하며 괴성을 내면서 철책을 향해 달려오고있었다.
- 1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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