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odayhumor.dreamwiz.com/board/view.php?table=freeboard&no=409285&page=1&keyfield=&keyword=&sb=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고, 어물쩡 웃음과 함께 말을 돌렸다.
나는 나대로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정심을 유발할 것만 같은 호소를 시작했다.
정말 멍청이.
"8시에 나와서 추운데, 지금까지 운동장 돌았잖아. 아."
"왜요?"
"나 이런거 처음이라서. 고백하고 이러는거, 해 본 적 없어.
그래서 너무 떨려서 운동장을 마구 뛰었어."
"운동은 됐겠네요. 호호"
"나 원래 잘 뛰어."
"그래요?"
바보같은 대화가 계속 왕래한다.
"흠흠. 진지하게 말하는거야. 나 너 좋아해. 진지하게 사겨보자."
"저, 아시잖아요. 지금."
응? 뭘 안다는 걸까.
걔랑 아직 복잡한 관계 속에 있는 것일까?
"뭘 안다는 거야?"
"아시면서."
"걔?"
"네."
"나 한 다섯 다리 건너서 들어서 잘 몰라. 뭔데? 이야기 해줘."
"오빠가 알고있는게 다에요."
"뭔데, 뭔데. 하나도 몰라."
"아...몰라요. 그럼 비밀."
"뭐야..."
답답하다.
어찌 되었건 거절당하는 분위기다.
눈치가 빠른게 오히려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스친다.
"아직 모르겠어요."
"대학 오니까 좋다는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지?"
"네."
"......"
"......"
정적을 깨고 싶어서, 막대사탕을 꺼낸다.
"자. 늦었지만 화이트데이 선물."
"어? 이거 무슨 맛이에요?
"딸기맛."
"크림 있는 거요?"
"아니 그냥 딸기맛."
"어. 나 이 맛 제일 좋아하는데."
"이거 그거야."
출범식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사탕은 바로 출범식 때 나눠준 사탕이었다.
화이트데이 다음날 출범식한다고 풍선에 사탕을 달아서 뿌려줬었는데, 그 때 얻은 사탕.
"출범식 때 준거요?"
"어떻게 알았어?"
"사탕에 테이프 붙은거 보고 알았어요."
"하하."
머쓱해졌다.
그녀가 테이프를 떼서 내 옷에 붙인다.
"뭐야."
"장난인데, 히히."
나는 심장이 뛰고 있는지 감각도 없는데 장난을 치다니 야속하다.
"저 다시 가봐야 해요. 애들 노래방으로 옮겼대요."
"가지마. 얘기 좀 더 하자."
"가야하는데."
"너 대답도 제대로 안하고, 말만 자꾸 돌리고, 간다고?"
가겠다는 그녀를 붙잡고 못가게 한다.
"나 정말 이런거 처음이야. 고백 해 본적 없어."
"에이 거짓말."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내가 누구 사겼다는 소리 들을 수 있는지"
"고등학교 때도요?"
"남고나왔는데?"
"어디요?"
말해줘도 모르는 학교를 물어보는 건 말을 돌리기 위함이겠지.
학교 이름을 말해주자, 어느 학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다.
어떻게든 확답을 듣고 싶은데, 말돌리는걸 여간 잘하는게 아니다.
"대답해줘."
"음...저 오빠랑 많이 지내본거두 아니고, 잘 모르잖아요.
좀 더 시간을 가져보는게 어때요?
아직 저도 복잡하고..."
"알았어."
"오빠, 나 노래방 가야하는데 데려다 줘요."
"그래. 근데 이거 비밀로 해줘."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요?"
"응."
"정말요?"
"진짜로. 처음이라니까."
"알았어요 그럼. 히히."
"잘가."
"네."
이렇게 내 마음만 다 보여준 채, 어물쩡 끝나버렸다.
마음이 뻥 뚫린듯 시원하다는 느낌을 느낄 새도 없이, 바람이 그 속을 파해쳐서 오싹함을 느꼈다.
미친 듯이 집까지 달려서 왔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로맨틱 드라마는 고백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