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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65464
    작성자 : 삐아이엉
    추천 : 125
    조회수 : 5728
    IP : 221.139.***.9
    댓글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3/11 00:51:33
    원글작성시간 : 2010/03/11 00:32:09
    http://todayhumor.com/?humorbest_265464 모바일
    고민있는 여고생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고 1이 올라가는 여고생입니다.
    구지 여고생이라 제목에 쓴 이유는 보다 많으신 분들이 보시리라는 추측에서 그랬는데,
    기분이 상하셨다면 많이 죄송합니다만, 몇개원 오유 눈팅을 하고 나니 여자 여 라는 글자에 많이 반응하시는것 같더라구요. 내용이 성관련이리라 예상하신분도 계실테고 그저 여고생이 오유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여겨 누르신 분들도 있으실테지요. 어쨌든 읽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좀 간사하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랬습니다. 이해 부탁드릴게요 ^^;
    그만큼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거든요.

    공학을 다니다가 이번달에 여고에 입학을 하게되었어요.
    제가 중학교 재학중에 이사를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는 한 역 너머여서 제 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전교에서 10명도 안됬고, 제가 배정받은 반에는 아는 아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말은 많지만 우선은 눈치를 보고 말을 걸기에, 아주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교과서 배부 받는 시간이 되어 가려고 했는데, 제 뒤에 여자애가 혼자 앉아 있더라구요.
    제가 비교적 처음보는 사람한테 말을 살갑게 잘 거는 편이라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언능 가야지. 같이 가자, 어서 일어나 ㅎㅎ 벌써 가셨어.

    근데 곤란해 하면서 일어나질 못하더니, 교탁 옆을 가르키며 말하더군요.

    저것 좀 가져다 줄래?

    멋쩍에 웃으면서 가르킨 것은, 음. 아무래도 제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휠체어 같은 기구였습니다.
    앞에 지지대 처럼 ㄷ자로 손잡이가 되어있고 바퀴가 달려서... 딱 보니 그걸 앞에 세워서 의지하며 그렇지 못하면 걷지 못하는 다리가 불편한 아이였습니다.
    저는 아차 싶어서, 응 가져다 줄게 하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 그냥 기다리라는 말씀에 그 아이와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그렇게 처음 만나고, 2월 말쯤에. 대화도 나누어 보니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었습니다.
    말도 더듬고 생각도 약간은 느리지만 아주 약간의 장애였습니다.
    그렇게 지내 보니, 몇가지를 알게되었어요.
    그 아이는 이동수업을 할때 매번 부축을 받아야하고, 점심시간에도 그렇고, 하교시에도 그렇다.
    어떤 우리반 여자아이가 그 아이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깨달은거죠.
    그래서 아 이건 도와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도와주던 여자아이와 함께 매번 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진해서 돕던 아이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암묵적으로 그 아이를 도우는 사람은 저희들로 정해져 버렸는지 그 건에 대해서 선생님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아무도 불평안하고 다 같이 그렇게 도왔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점심시간 매번 돕는 것이, 날이갈수록 힘에 부치더라구요.
    하루 이틀 그 때까지만해도 아무렇지 않다가, 돕다가 늦게 수업에 들어가고, 점심시간 그 난잡한 공간에서 이 아이를 부축하며 앞으로 이끌고, 사람들을 제치고. 그리고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손을 잡고 제가 한 손으로 그 아이가 실은 무게를 버티면서 내려오는데, 많은 체력을 요구했습니다. 가끔 미끄러져 넘어질뻔 한적도 있었구요.
    그러다 보니 같이 어울리던 아이들은 슬금슬금 그 일을 멀리하게 되었고, 같이 어울리지만 계단에서 부축하는건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아이들도 밥먹을때면 지치고 피곤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점심시간에 다른 방법으로 급식할 수 없을까요, 하고 선생님께 여쭈니 선생님께서 그건 알아보니 안되더라, 하고는 다음날 이런 말씀을 반에서 하셨습니다.

    우리 친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그래서 돌아가면서 하면 학교에서 봉사 1시간을 주신단다.
    표 뒤에 붙여 놨으니 잘 보구.

    같이 어울리던 아이들은 인상을 찌그렸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일인데 봉사시간을 준다니. 그 아이를 뭐 취급 하는걸까." 

    그렇게 정해진 아이가 도우는 날이 왔지만, 그 아이의 행동이나 언행을 보아 분명 피할 것이라는 생각에 웃으며 아 맞아 오늘 니가 도와야 할거 같은데 알고 있지? 라고 말하고 긍정의 대답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돕지 않고 쫄래쫄래 나가버렸습니다.
    저희 무리중 한명이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드리고, 다음 날 선생님께서 그 말씀을 아이들 앞에서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제가 사물함에 서있는데 그 이번에 해야하는 아이가 웃으며 말하더군요.

    야야 우리 점심시간은 안 도와도 된데 ! 이동수업이랑 하교만 도와달래 급식은 그 걔네랑 같이 먹는다고!

    우선 , 그 아이의 말에 두 부분에서 움찔했습니다. 안 도와도 되는 것에서 좋아하며 웃는 그 아이의 심리. 그리고 우리와 같이 먹겠다고 말했다는 것. 
    저와 어울리던 아이들도 그 얘기를 듣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코 처음에 거기에 대해서 강요 받은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떠 맡은 기분도 없었습니다. 그저 다들 그 일을 거부하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습니다. 불쾌함 따위도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하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그 아이의 "우리와 먹겠다." 라는 발언에서 서로 모이고, 선생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돕는것이 지쳐 피하는 눈치도 해보였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그 아이를 돕는 것을 귀찮아 하고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의 반증이겠지요.
    저희들은 분명 어느 한 순간 순간 이 것에 대해 귀찮다, 피곤하다, 하고 느꼈을 것이 분명했지요.

    저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느꼈음에도 스스로 부정하고 외면했다는 사실에.
    가끔 느린 이 아이를 부축하며 걸어가면 그 아이들은 이미 교실에 가있고 덩그러니 저 혼자 그 아이를 부축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가뜩이나 친구가 없는데, 이 아이로 인해서 내가 더 고립되지 않을까.

    그리고 너무 자괴감이 들더군요. 그저 위선에 지나지 않았고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 분명 처음에는 아무 목적도 없고 당연하다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의 추악한 본심을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그 아이를 돕는것이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았다고 느꼈다면 같이 먹겠다는 말에 아무 느낌도 안 들었을 것이며, 그 아이들이 돕지 않은 날에 선생님께 말씀드리지도 않았을텐데.
    싸구려 동정심으로 사람을 돕는것이 얼마나 상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인 줄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제가 그렇게 행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일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기대를 하고 있고 정을 붙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런 낌새 쯤은 느끼지 않았느냐. 더 이상의 실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 일에 대해서 우리가 사과를 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 좋겠다.
    했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할수 있지 않냐, 뭐가 그리 힘드냐고 제 말에 뒤 늦게 조용히 궁시렁 대더군요.

    자기들도 귀찮아 한거 맞습니다. 먼저 가버리고, 나서서 하는 나를 보고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고.
    저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저 말도 분명 그렇게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런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고 싶었기에 내뱉었겠지요.
    그 떠맡지 않았을 때 기뻐하던 아이들과 동급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겁니다. 저희들은요.
    자연스레 도운일이 그렇게 더러운 행위일 뿐이었을 줄이야.




    아직은 그아이들과 함께 도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저희가 몇개월동안 이 일을 한것도 아니고, 몇주 동안인데도 이렇게 지치고 기운빠져한다면 분명 얼마 못간다고 예상합니다만은, 저희는 너무나도 갈등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싫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서로에게 비교적 더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돕는 것이 당연하다 느꼈고, 그리 행했지만 막상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참 더럽다고 느꼈습니다; 스스로의 행동이 우습더군요.
    너무나도 모순되더라구요. 어짜피 사람이 다 그렇다지만, 그래도 이 일은 제대로 맺고 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거나, 이렇게 하는것이 어떻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저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벅차다고 느껴서요.
    비난하셔도 배울점이 있으니 무슨 말이라도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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