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무병으로 군 생활 할때였어.
내가 상병때 쯤인가 병장때 쯤이였을꺼야.
평소처럼 야간 근무를 서고 있었지.
일반 병원에서 야간에 간호사들을 교대로 근무 세우는것 처럼
군병원도 병사들을 간호사들처럼 교대로 근무 세워.
쉽게 말하면 그냥 병동 순찰같은거야.
병동 복도들을 걸어다니면서 복도에 나와있는 환자들 보면 들어가서 자라고 하고,
환자한테 무슨일이 생겼을때 보고 하고 그런거지.
근데 솔직히 다들 자는 새벽에 무슨 일이 있겠어.
그래서 보통 그냥 돌아다니면서 시간 때우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 때우거나 그러는데,
어느날.
밤 11~12시 사이였을꺼야.
내 근무 하는곳(?)은
중환자실과 물리치료실 그 사이 복도였어.
여름인데도
복도도 어둡고 바람도 어디선가 슬며시 들어오니까 좀 쌀쌀하데?
다들 자고 있으니까 내 발자국 소리밖에 안들리는거야.
뚜벅 뚜벅
한두번 서는 근무가 아니지만 그 날만큼은 왠지모르게 오싹해지더라고
어쨌든,
중환자실을 지나쳐서 물리치료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툭 툭
하는, 누군가 복도를 발 끝으로 톡톡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뭐지?
하고 천천히 소리가 나는쪽으로 다가가봤지.
기껏해야 자다가 물마시러 나온 환자일수도 있고, 화장실 가는 환자일수도 있고.
저 멀리서 어렴풋이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어.
누군가 앉아 있더라.
왜 이시간에 나와서 앉아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천천히 다가갔어.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누군가 의자(대기의자) 에 팔짱을 낀채 다리를꼬고 앉아 있더라고.
고개는 푹 숙인채
누구지? 환자인가?
가까이 가자 환의복을 입고 있더라고
환자인가 보다 하고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볼려다가
에이 귀찮은데.
하고 알아서 들어가겠지. 하고 지나치기 전에 얼굴을 볼려고 했어.
근데 주위가 어둡고 고개를 푹 숙여서 그런지 얼굴이 안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무시한채
그 환자를 지나쳤어.
지나쳐서 물리치료실쪽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다시한번
톡 톡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지.
그런데
방금전까지만 해도 앉아있던 환자가 없는거야.
순간 소름이 확 돋더라고.
분명히 앉아있는걸 내가 봤는데.
순간 소름이 돋아서 멍해있다가 생각했지.
톡톡 하는 소리가 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였나 보다 하고.
그래서 애써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공포를 무시하면서 다시 물리치료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발자국 옮겼는데
톡 톡
소리가 들리는거야.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다시한번 획 하고 뒤를 돌아보았어.
아무도 없는거야.
아까 앉아 있던 새끼가 장난치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
그래서 한참동안 그 환자가 앉아있던 곳을 노려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어.
한 3분정도 지났나?
아무도 안나타나더라고
소리도 안들리더라고.
괜히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가?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환청이 들릴수도 있지.
결국은 고개를 다시 돌리고 물리치료실로 발걸음을 옮겼어.
이때부터는 아무소리도 안들리더라
괜히 안심이 되가지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는거야.
괜히 암것도 아닌거에 쫄았네 하면서.
또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그리고 물리치료실에 거의 다와가는데
갑자기 물리치료실 안에서
툭 툭
소리가 나는거야.
와 그때부터 미치겠는거야.
왜 안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리냐고, 아까 뒤에서 들었던 소리랑.
누군가 장난 치나.
근데 밤 10시 이후론 물리치료실 안에는 아무도 없거든?
근데 안에서 소리가 나니까 무섭다는거지.
물리치료실 문 앞까진 갔는데 도저히 문을 열 생각을 못하겠더라.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그냥 돌아서 가자 라고 결심하고
다시 몸을 뒤로 돌리는순간
툭 툭
하고 안에서 또 소리가 나는거야.
와. 등골이 오싹하고 소리가 들리는순간 심장이 멎을것만 같고.
그래서 다시 한번 뒤를 서서히 돌아봤지. 물리치료실 문을 말이야.
역시 문밖에 없더군.
덜덜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서
문을 움켜쥐었어.
차갑더라.
그리고 확 하고 열었는데
휑 하니
아무것도 없는거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후아. 하고 한숨이 쉬어졌어.
뭐야. 씨발 내가 진짜 환청 들리는건가. 요즘 근무 너무 몰아서서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뒤에 아까 그녀석 있잖아.
게가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거야.
근데 애가 다리꼬고 앉아 있었다고 그랬잖아.
애가 갑자기 다리 꼰 상태로 그대로 다리를 두번 흔들더라고
툭 툭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휙 하고 날 쳐다보는데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이
거멓게 텅텅 비어 있더라.
피부는 완전 새하얗고..
그 순간 완전 나도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비명이 안나오고 그냥 얼어버리더라. 하도 무서우니까.
그냥 멍하니 그녀석 보고 있었어. 진짜. 완전 덜덜떨면서
그냥 믿기지가 않더라고
그리고 기절했어.
눈떠보니까 내가 기절했던 그 장소에 그대로 있더라.
손목시계보니까 근무선지 한 30분정도 됬더라고.
10분정도 기절해 있던거 같아.
눈떠보니 아무것도 없더라고
예전 그대로.
그 후에 후임병하고 선임병들한테 그 이야기들을 했는데
믿는 사람들도 있고 안믿는 사람들도 있는데
믿는 사람들 중엔 자기도 봤다는 애들도 두어명 있더라.
게네도 복도 왔다갔다 거리다가
앉아 있는애를 봤데.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봤는데 없더래.
하여간
내가 그때 몰아섰던 근무때문에 피곤해서 환청,환각을 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실제로 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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