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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일부 신문언론과 경제전문가의 경제역적질 -최용식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135억 달러나 순 유입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본시장이 개방된 1992년이래 최대 규모이다. 금년에 들어와서도 외국인들은 줄기차게 매입하고 있다. 1월 외국인 순매수액이 거래소시장에서 4조원을 넘어섰으며, 이 규모는 월 단위로 사상 최대규모에 해당한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916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몽땅 사버릴 듯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을 왜 이렇게 좋아할까? 한국 주식시장을 살려내기 위해서? 한국경제를 사랑해서? 한국국민들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 한국기업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국제자본일 뿐이다. 그들은 자선사업가가 결코 아니다.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들은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았을까? 다른 이유가 없다. 한국경제의 장래가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의 장래가 그들의 판단처럼 아주 밝은 것일까? 한국의 언론들은 우리 경제가 내일 곧 무너질 것처럼 보도해 오지 않았던가?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입만 열면 우리 경제가 온갖 문제점으로 가득 찬 것처럼 말하지 않았는가? 한국의 경제연구소들은 한결같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4%로서 환란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고 떠들지 않았는가?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신문을 보지 않는다. 한국 TV를 보지 않는다. 한국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한국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경제지표만 스스로 분석하고, 자신들의 분석만 믿을 뿐이다. 경제지표는 한국경제의 현재는 물론이고 장래가 무척 밝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경제지표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한국의 언론과 경제학자 그리고 경제연구소를 믿어야 할까? 한국의 언론과 경제학자 그리고 경제연구소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경제지표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소위 경제전문가라는 자들이 가장 기초적인 조건인 경제지표를 읽어내는 능력조차 전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아니면, 그들은 줄기차게 국민을 속여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은 외국인의 한국주식 순매수가 결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어떤 비관적인 면도 이것을 덮을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의 신문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 1월 31일자는, 최성환 전문기자를 앞세워 [긴급 경기진단]이라는 대규모 기획기사를 올렸다. 한 꼭지라면 한 기자의 생각이려니 할 수도 있으나, 무려 네 꼭지에 이른다. "경기, IMF 때보다도 못하다", " 정책실패가 경기회복 막는다", "오전엔 먼지 터는 게 일, 전기요금이 아까울 지경", "정치불안이 제일 큰 문제" 등의 네 꼭지가 모두 [긴급 경기진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조선일보 전체의 의도된 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구재운 전남대 교수, 구정모 강원대 교수, 김준영 성균관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교수,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현진권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자문위원으로 동원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국민경제가 모처럼 살아나고 있을 때에는 왜 이런 일이 꼭 벌어지곤 하는가? 1998년 하반기, 2000년 하반기, 2003년 하반기 등은 모두 경기가 상승하던 때이고, 이 때마다 한국의 언론들은 비관적인 기사를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그리고 줄기차게 연속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때에는 침묵을 지키곤 했다. 우리 경제가 환란을 맞아 나락에 빠져드느냐 아니면 겨우 회복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던 1998년 상반기에는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였다. 전기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2000년 말과 연간 성장률이 3%에 불과하던 2001년에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다. 또한 전기대비 성장률이 두 분기나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03년 상반기에도 지금처럼 악을 써대지는 않았다. 한국언론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이 진짜 이 땅의 언론인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언론은 국내 최대주주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한 해 사이에 무려 41%나 증가했다며 큰 일이 난 것처럼 보도한다.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율이 66.7%, 현대산업개발 59.8%, 삼성전자 57.3%, 제일기획 54.3%, 현대자동차 51.3% 등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외국인 지분율이 국내 최대주주 지분율보다 높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전체의 62.5%로서,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떠든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외국인이 싼값에 살 수 있도록, 내국인이 팔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국인이 싼값에 팔았던 것은 국내 신문언론과 경제학자 그리고 경제연구소들이 조성한 비관적인 사회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1월 31일자 [머니투데이]에는 더 어이없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등을 역임한 정건용 씨가 "앞으로 1∼2년 안에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한국은행이 통화관리를 방만하게 운영해 주가와 부동산가격의 버블이 계속 이어지면 금융위기는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다." 라고 말했단다. 정말 웃기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점쟁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가 단 한번이라도 경제를 정확하게 진단한 적이 있었더란 말인가? 아니, 경제를 전반적으로 진단하려고 노력했던 적이라도 었었더란 말인가? 주가와 부동산가격의 버블이 금융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데, 현재의 수준이 버블이라면, 그가 정책당국자로 일하던 1994년과 1995년의 연평균 주가지수가 각각 965와 935를 기록하던 때는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1990년을 전후로 한 부동산 투기광풍이 전 국토에 불어닥쳤던 때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그들은 왜 그 때에는 침묵하였을까? 설령, 만에 하나, 금융위기가 눈앞에 닥쳤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고위 정책당국자였던 그가 이런 발설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었을까?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까지 거쳤다면 예금인출사태가 어떻게 벌어지는 지도 잘 알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은행이라도 악소문에 한번 휩싸이면 순간적으로 망하는 수가 있고, 이것이 다른 은행으로 전염되면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곤 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도 외면하는 그가 금융정책국장까지 거쳤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혹시 어느 국회의원처럼 "경제가 어려워져야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따위의 반역적 발상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책당국이다. 위와 같은 비관적 보도가 줄기차게 나가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통계적 뒷받침도 전혀 없는 사회적 의제가 설정되어도, 그저 방치할 따름이다. 아니, 엉터리 사회적 의제에 꼭두각시 춤이나 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민경제를 난국으로 몰아넣곤 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놀아나다가 국내 경기를 냉각시키고 말았으며, '신용불량자' 문제를 섣부른 방법으로 해결하려다가 LG카드사태를 불렀고, '고용 없는 성장'을 해소한다고 경기상승에 가속을 붙임으로써 상승기간을 오히려 짧게 하려는 짓이나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언론의 꼭두각시가 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불안심리, 비관적인 사회분위기를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 아닌가? 그런데 이를 위해 정책당국이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심리적 영향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모른다면 경제정책 당국자로서 자격이 없다. 그린스펀은 자신의 건강을 묻는 질문에, 시장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정책당국자의 말 한 마디와 그에 따른 심리적 영향력이 그처럼 중요하며, 그 경제적 파급효과도 불가측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은 지금의 경기상승세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언론의 악의적이고 비관적인 보도, 경제학자들의 엉터리 경제진단, 경제연구소들의 말도 안 되는 분석 등이 비관적인 사회분위기를 형성하고, 이것이 소비와 투자를 냉각시켰으나, 지금은 그런 영향을 아주 크게는 받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오직 수출만이 국내 경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출을 좌우하는 해외시장에는 국내 언론, 경제학자, 경제연구소 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적질만 없다면, 우리 경제는 조만간 대단한 호경기를 맞을 터인데, 이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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