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 수고 (? ~ 189.8.25)
아마 삼국지 연의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권부터 등장해 황건적의 난 당시 황건적 토벌을 위해 당시 황제인 영제로부터 반란군 진압의 총지휘를 일임받아 대장군이 되는 인물입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 삼국지 게임에서도 F4인 유선, 황호, 잠혼, 하후무에 버금가는 능력치를 가진 이 인물에 대해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저평가 된 인물이야 많지만 하진은 그들 중에서도 덜 알려진 편이라 생각합니다.
1. 과거
- 연의에서도 나오지만 소나 돼지를 잡던 백정 출신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 백정짓거리를 하면서 모아놓은 돈이 엄청나게 많았고,
동생이 절세미인이였다는 점과 아무 생각없이 백정짓거리를 하는게 아니라 그 나름대로 야망이 있었습니다.
백정짓을 하면서 꽤나 돈을 모으자 권력을 잡고싶어하던 그는 당시 십상시들에게 뇌물을 끊임없이 바치며
자신의 동생을 잘 부탁한다고 계속해서 어필합니다.
참으로 오랜시간에 걸쳐 뇌물을 바친 결과 (무서운건, 이렇게 돈을 바치고 나서도 경제적으로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는 점. 돈을 얼마나 모아뒀으면..)
드디어 십상시들 중 한명과 연결되는데 성공했고 끝내 동생을 입궐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외척들이다보니 궁중에서는 경계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었고 더구나 하진은 황제나 권력자들과 아무 연관도 없는
천민에 불과했습니다. 그 때문에 개무시를 당했지만 하진은 이런 온갖 경멸과 무시를 참고 견뎌내며 십상시와 친해지기 위해
혼에 혼을 쏟습니다.
2. 승진
-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천민에 불과했던 하진은, 엄청난 노력 끝에 결국 입궐시킨 동생이 황후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합니다.
이에 따라 본인 역시 하남윤 (수도의 장관직)으로 승진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천민직에서 올라올수 있는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몇 년 후 모두가 아시는 그 반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3. 황건적의 난
-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당시 황제였던 영제는 하진을 대장군직으로 위임함과 동시에 반란군 진압의 총지휘권을 일임받게 됩니다.
사실 당시 있었던 인재들을 보면 이후 활약하는 주준, 노식, 황보숭등도 있고, 또 이 중에 가장 대장군직에 어울리는 인물은
황보숭이였는데, 영제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단은 자신을 가까이서 보필해왔던 인물을 대장군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하진이 대장군직에 올라 황건적 토벌을 명받아 움직이게 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황건적의 난이 이유없는 악랄한 반란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게, 애초에 이들이 일어났던게
당시 환관들의 만연한 부정부패 때문이였고 (고위직에 오른 인물 대부분이 뇌물공세로 올라간 것) 막상 반란이 일어나자
아무 능력도없이 뇌물만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반란의 조기진압마저 실패하며 더 큰 반란으로 이어지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 때 하진이 대장군의 권한으로 영제에게 상소를 올려 환관들에게 위협받는 청류파 인사 (환관을 비난하는, 환관과 대치관계에 있던 세력)들을 구해 내며 이들을 복권시키는데 성공했고, 이들은 황건적의 난 진압에 큰 공을 세우게 됩니다.
이러한 하진의 행동들을 통해 과거 자신을 무시했던 환관들을 되려 압박하는 위치까지 성장하게 됩니다.
4. 황건적의 난 이후
- 황건적의 난이 진압된 이후, 하진은 청류파를 두둔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으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십상시를 포함한 환관들의 반감을 사게됩니다. (청류파 세력은 환관들을 비난하는 세력이니..)
더불어 황제인 영제의 상태가 골골대며 오늘, 내일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십상시중 한 명인 건석은 (직책으로만 치면 하진보다 위에 있고, 영제의 총애 를 받았음.) 마음에 들지 않는 하진을 제거하기 위해 계획을 꾸미다, 189년에 영제가 붕어하자 선수를 쳐서
작은 아들인 유협을 황제의 자리에 앉히려 합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하진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영제의 붕어를 이유로 궁으로 불러드리려 합니다.
이 때 하진이 궁에 당도했으나, 평소 하진과 친분이 있던 건석의 부관이 눈짓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주자,
하진은 이 신호를 눈치채고 다시 말을타고 본인의 군영으로 도망갑니다.
5. 십상시의 난
- 하진이 건석의 계획에 말려들뻔한 이후 더욱더 환관들을 증오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자신이 지지하는 청류파 세력들도
환관들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환관들의 가장 위에있는 십상시 세력을 주살하려 합니다.
이 때 평소 환관들을 제거하고 싶었던 청류 세력의 원소도 하진에게 접근하여 십상시를 제거하자고 계속해서 설득합니다.
원소는 청류파중에서도 막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던 인물중 한명이였기에 하진이 원소를 중용하게 되자,
원소가 알고있던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게 되고 그 위세는 점차 강해져갔습니다.
점점 커지는 하진의 세력에 불안해진 건석은 군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켜 하진을 없애버릴 계획을 꾸미나
건석을 제외한 나머지 십상시들은 '우리들이 뇌물받고 키워준놈이니 대화로 해결해보자' 라고 결론짓고서는 되려
건석의 계획을 하진에게 일러바칩니다.
결국 건석은 반란죄로 붙잡혀 처형되었고 건석의 소유하에 있던 중앙군이 하진군에 편입되면서
본인 인생의 최절정기를 맞게됩니다.
원소가 이 기회를 빌어 십상시를 포함한 모든 환관들을 다 제거해버리자고 진언하고, 하진은 일을 벌이기 전에
황후가 된 동생에게 가서 원소의 계책에 관해서 의논을 해보지만 동생은 '황가의 세세한 일을 사인들과 논할 수 없다'라며 거절하고,
하진은 이를 거스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황제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죄질이 극악하고 나쁜 환관들부터 차례대로 제거하려 합니다.
하지만 원소는 바지황제를 데리고 모든 황명이 황제가 아닌 환관들에게서 나오는 이상
환관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제 2의 황건난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하진을 설득하나, 하진 입장에서도 쉽지만은 않은게
수십년동안 이 짓거리를 해온 환관들이라 그만큼 기반이 굳건해서 일을 도모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더불어 하진은 아무래도 환관들에게 뇌물을 바쳐서 올라온 (그렇다고 단기간내에 오른건 아니지만..)
인물이기 때문에 환관들에게 일종의 경외심같은것도 있었습니다.
또 하진의 의붓동생과 어머니는 환관들에게 매수되어 하진의 동생인 황후에게 계속해서 환관을 두둔하는 말을 했고,
이에 황후는 하진을 점차 멀리하고 환관을 믿게 됩니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하진은 원소와 환관들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물쩡거리게 됩니다.
이 때 원소가 한가지 타협점을 제시하는데 '지방의 군벌들을 불러들여 수도로 진군하게 해 황후와 환관들을 협박하게 하자'
라고 진언하나 반대파들은 '노식 등의 유능한 인재를 데리고 군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왜 외부 군벌들을 불러들이려 하느냐?'
라고 의문을 제기하나 결국 하진은 원소의 말을 듣게되고, 이는 하진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이 됩니다.
원소의 지휘하에 외부 세력들을 집결시키는데 성공하고 점차 수도로 진격하면서 황후와 환관들을 압박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진vs환관군의 형세가 갖춰진 가운데 하묘가 하진에게 '환관들과 화해하자' 라고 진언하는데,
여기서 하진이 이미 원소의 말을 들어 일을 벌여놨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화해할까 말까 망설이는 병크를 저지릅니다.
(물론 아주 이해가 안되는건 아닙니다. 본인이 출세한건 십상시덕이기도 하니.. 더불어 본인도 일부 죄질이 아주 나쁜 환관들만 제거하고 환관체제의 존속을 원하기는 했습니다. 원소가 하도 설득해서 그런거지.)
이를 본 원소가 개빡쳐서 너님 ㅅㅂ 조금만 더 어물쩡거리면 환관들한테 역관광당한다 라고 진언하자 하진도 그제서야 원소의 말을 들어
끝내 환관을 제거하기 위해 원소에게 수도의 군권 및 행정권을 위임하면서 니 마음대로 해봐 라고 합니다.
탄력을 받은 원소는 황실 친위대를 본인 심복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태후와 환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하자 황후는
질려버린 나머지 환관들을 모두 파직시키고 하진과 친했던 환관 몇몇만이 궁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파직된 환관들이 울면서 하진에게 달려와 살려주세요 잉잉 ㅠㅠ라고 하자 하진은 마음이 흔들립니다.
원소는 다시 빡쳐서 '이 대역죄인 ㅅㄲ들 지금 안족치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음' 이라고 세 번이나 진언하지만
하진은 결국 원소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에 폭발할대로 폭발한 원소는 하진의 공문을 사칭해 각 주에 보내서 '환관들의 친속을 모조리 잡아들여 심문하라'라고 하여
환관들이 복직되어 반격하는 사태를 방지하려 하나 하진이 어물쩡거리는 사이 환관이 황후에게 빌고빌어
복직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때, 하진이 궁에 들어가 황후에게 항의를 하려 했으나 이미 빡칠대로 빡친 십상시들이 하진을 암살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역으로 탄력받은 환관들이 친 환관파 관료들과 함께 도성을 점령하기 위해 이래저래 뛰어다니지만
원소의 군에 의해 모조리 몰살되버립니다.
원소가 이렇게 황궁 장악과 안정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을 때, 외부 군벌들중 가장 늦장을 부리던
한 인물이 황제의 신변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이로 인해 한나라의 실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인물이 바로 동탁입니다.
6. 마무리
- 맨 윗줄에서도 나와있듯 하진은 게임 능력치에서나, 시선으로써나 '빽으로 올라온 백정'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가 수많은 뇌물을 바쳐 관직을 얻은 이후에는
호족이였던 청류파 세력들의 지지를 받고 세력을 꾸준히 성장시켰으며 기록에 의하면
부하 장수들에게도 은혜를 많이 베풀었다고 합니다.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하진의 사망소식을 들은 하진의 부하들이
'우리가 죽더라도 복수를 하고싶다' 라며 궁성에 불을 지른 일화가 있습니다. (...)
또 게임에서의 능력치만큼이나 수준미달의 인물이였다면 대장군의 직책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막판의 우유부단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점을 제외하면 역사서에서도 나쁘게 기록되어 있는건 딱히 없네요.
결론 및 교훈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