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폰 아르님 : 아주 옛날 어느 마을에 잘생기고 돈도 많지만, 머리는 약간 덜떨어진 젊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건 물론 저를 뜻하는 건데요.
젊은이는 늘 풍족한 삶을 살았고 그의 집에는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지만, 딱 하나 없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성 안의 아름다운 공주였죠.
그는 그녀와 혼인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그녀를 만날 방법을 생각해내기에는, 아쉽게도 그가 너무 멍청했어요.
그가 혼자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며 공주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앞에 할머니 한 명이 나타납니다.
이솔렛: (정말 내가 이 역할을 해야 하는 거야?)
조슈아 폰 아르님: (물론이죠. 우리 중에 가장 적당한 사람은 이솔렛밖에 없잖아요.)
이솔렛: (전혀 기분 좋은 칭찬이 아니잖아.)
조슈아 폰 아르님: 자! 그의 앞에 할머니 한 명이 나타납니다!
이솔렛: 젊은이, 정말로 성 안의 공주를 만나고 싶나?
조슈아 폰 아르님: 그렇답니다, 할머니. 그런데 저한텐 왜 오셨어요? 빵조각이라도 얻어먹으려 오셨어요?
이솔렛: 쯧쯧, 멍청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기대 이상으로 멍청하군. 내가 허투루 공주 얘기를 꺼낸 줄 아나?
자네한테 공주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그러지.
조슈아 폰 아르님: 할머니는 말했습니다. 맛 좋은 음식과, 깨끗한 물, 그리고 말 한 필만 내어준다면 반드시 공주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젊은이는 어차피 남아도는 게 돈과 재산이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원하는 것을 당장 내어주고는, 재차 물었습니다.
자자, 군침도는 호밀빵, 겨울처럼 깨끗한 맑은 물, 튼튼한 뒷다리를 가진 말 한마리가 여기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공주를 만날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솔렛: 좋아, 내 알려주도록 하지. 사실 성 안의 공주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네!
조슈아 폰 아르님: 젊은이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게 뭔데요?
이솔렛: 바로 그녀는… 잘생긴 사람을 굉장히 혐오한다는 거야!
조슈아 폰 아르님: 잘생긴 사람을 혐오한다구요? 저 돼지 우리에서 잠만 퍼질러 자는 뚱뚱한 돼지보다도?
이솔렛: 뚱뚱한 돼지가 먹는 잡탕 사료보다도.
조슈아 폰 아르님: 잡탕 사료 안에 잔뜩 들어 있는 썩은 당근과 배추보다도?
이솔렛: 그 썩은 당근, 배추에 꼬이는 더러운 파리들보다도.
조슈아 폰 아르님: 젊은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랑할 건 얼굴밖에 없었던 그에게 공주가 잘생긴 사람을 싫어한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았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할머니?
이솔렛: 제발 머리 좀 굴려보게.
어떡하긴 뭘 어떡해? 잘생긴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면 되지.
조슈아 폰 아르님: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기 위해, 숲속에 은둔하여 사는 얼굴 망치기 전문 마법사를 찾아갔습니다.
마법사가 사는 곳은 굉장히 한적하고 으슥했습니다. 사방에 짙은 안개가 깔려있었죠.
뿌연 안개 속에서 더듬더듬 앞을 향해 나아가던 젊은이는 그만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쿵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젊은이는 앞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그는 젊은이가 애타게 찾던 얼굴 망치기 전문 마법사였습니다.
마법사님! 제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어 주세요!
젊은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먼 마법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보리스 진네만: 자네는 내가 굳이 마법을 쓸 필요가 없겠구만.
절벽에서 얼굴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자네의 얼굴은 아주 훌륭한 모습이 되었다네.
눈은 탱탱 붓고, 코는 납작해지고, 입술은 해삼보다 더 두꺼워졌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군!
조슈아 폰 아르님: 그 말을 들은 젊은이는 자신감을 얻어, 잔뜩 못생겨진 얼굴을 하고 곧장 성으로 달려갔습니다.
성에 다다른 젊은이는 남들이 다 하는 대로 공주의 방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습니다.
오오, 고귀한 공주여. 제 달콤한 사랑 노래를 들어주세요.
제가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속삭이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비밀이라는 이름의 방안에 갇힌 수줍은 공주여, 제게는 당신의 비밀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하답니다.
에키온: 인간이 저렇게 노래할 수 있다니…….
조슈아 폰 아르님: 그때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벤야: 나를 부르는 그대는 누구인고?
조슈아 폰 아르님: 제 이름은 조. 당신께 사랑을 고백하러 온 용기있는 남자랍니다.
조의 얼굴을 본 공주는 귀여운 눈매를 잔뜩 찡그리며 말했습니다.
벤야: 너는 굉장히 못생겼구나! 나는 못생긴 사람을 싫어해요!
조슈아 폰 아르님: 갑자기 공주의 뒤에서 아주 잘생긴 남자가 쑥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정체는… 아까 젊은이를 만났던 할머니였습니다!
아니, 너… 너는?
이솔렛: 그래, 나다! 감쪽같이 속았겠지?
조슈아 폰 아르님: 너는… 남자이면서 여자 옷을 입는 취미가 있었구나!
이솔렛: 무슨 소리야, 이 멍청한 놈! 내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겠냐?
나는 한 달 전, 너 때문에 땅을 빼앗기고 내쫓긴 지주의 아들이다. 그동안 남모르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지!
우연히 네가 공주를 사랑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기회에 널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 것이다.
유감이지만 공주는 잘생긴 사람을 아주 좋아해.
네가 그 못생긴 얼굴을 만드는 동안, 나는 네가 준 말을 타고 먼저 성에 도착해 공주에게 청혼하여 이미 약혼식까지 치렀다!
나는 이대로 공주의 남편이 되겠으니, 너는 평생 그 못생긴 얼굴로 살려무나!
벤야: 저는 이분의 이름도 아직 모르지만, 잘생겼으니까 그냥 결혼하려구요!
조슈아 폰 아르님: 불쌍한 조의 결말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는 제 미련함을 깨닫고 똑똑해지기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고, 여전히 멍청한 채로 지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도 공주의 성 주변에는, 조가 불렀던 사랑의 세레나데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연극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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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가수이자 연극인인 조슈아의 연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시계태엽" 하나를 발견합니다.
조슈아 일행은 장서관의 주인이었던 제로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제로에게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