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병원 고발 후폭풍 입증하면 가능하지만 시술병의원 자취 감춰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2-09 02:53 최종수정 2010-02-09 15:58




불법 낙태 시술 병원에 대한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공공연히 불법 낙태 시술을 해오던 산부인과 병의원이 수면 밑으로 숨었다. 산부인과 개업의 단체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90% 이상의 의원들이 낙태 시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불법 낙태가 줄어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불가피하게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이 병원 저 의원을 찾아 헤매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40대 주부 A씨는 지난주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를 걸어왔다. 여고생 딸(18)이 성폭력으로 임신을 했는데, 낙태할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은 모자(母子)보건법에 따라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하지만, 상대방 남자(24)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로 분쟁 중이다. 더구나 가해 남자는 현재 연락까지 두절된 상태다.



A씨는 딸과 함께 산부인과 서너 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낙태 시술을 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이대로 딸 아이의 배가 부르면 학교도 다닐 수 없게 되는데, 우리 딸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며 전화기에 대고 울먹였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원하는 여성 상당수가 성폭력에 의한 임신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합법적으로 낙태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불법 낙태 시술 의사를 고발한 산부인과 의사 모임 '프로라이프 의사회'에도 항의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하소연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식당 종업원 일을 한다는 한 30대 '싱글맘'은 "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둘째아이는 생계상 도저히 키울 수 없다"면서 "낙태할 병원을 못 찾아 화가 난다. 배가 불러오면 식당에서도 써주지 않을 텐데 어쩔 것이냐"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낙태 시술을 했다가 지금은 접고 있다는 이모 산부인과 원장은 "울면서 낙태를 해달라고 하는 여성을 안 된다고 돌려보내는 것도 의사로서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낙태 희망 여성들은 정부에도 화살을 돌리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콜센터 '129'에는 매일같이 "왜 낙태를 못하게 하느냐"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담당자는 "본부 사무실까지 전화를 걸어와 담당 공무원을 바꿔달라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주로 '(시술) 병원을 찾을 수 없다. 병원에선 정부가 못하게 한다는데 너무 갑갑하고 화가 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여성긴급전화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정폭력·성폭력 상담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낙태를 못하게 돼 너무 절망적이라는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낙태 전면 금지는 낙태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여성에게 너무나 가혹한 얘기"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낙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토론] 낙태, 태아의 생명권 vs 여성의 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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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불붙은 낙태 논쟁… 불법 낙태병원 고발 후폭풍



낙태시술 찬반 논란속에 불법낙태수술을 하지않기로 결정한 한양대병원 산부인과의 박문일박사가 낙태시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진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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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mail protected]
김수혜 기자 [email protected]


http://news.nate.com/view/20100209n00677?mid=n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