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의 4년제를 재학중인 11학번의 여대생입니다.
이번 2학기 성적은 4.43.... 저희 학부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곧 다가올 설 때문에 전 우울합니다.
설이 되면 저희 집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야하기 때문이죠.
많은 친척어른들이 제 학점을 들으시면 칭찬하시겠죠...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바로 저의 아버지 입니다.
저는 고등학교의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크게 다투었습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도 촌이라서 농어촌 특별전형이 되는 고등학교를 가라고 하셨고,
저는 도시로 나가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저는 "제 인생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아버지는
"그래. 니 인생이니까 앞으로 니 진학에 일절 상관하지 않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등학교 3년을 보내야했습니다.
저는 먼 도시에 통학을 위해서 아침 일어나 통학버스를 타고 가고,
저녁에는 부모님이 번갈아 가시면서 저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하지만 거의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러 오셨고, 가끔 통학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항상 아버지께서 저를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 시간이 항상 끔찍했습니다.
항상 저의 아버지는 저와 함께 있으시면 말씀하셨습니다.
"XX고(아버지가 원하신 고등학교) 안 간 걸 언젠가 후회하게 될거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제 인생이 실패를 앞에 두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했습니다. '내 선택이 옳았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우리학교의 좋은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고 2 마지막 모의고사... 저는 430을 넘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제가 원하는 1지망 대학은 한양대였고,
담임선생님은 처음으로 저에게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양대를 정시로 갈 수 있겠다." 라고 하셨습니다.
기쁜 마음이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했고... 아버지는
"만약 니가 XX고를 갔더라면 니네 담임은 너한테 연고대를 말했을 거다."
그 때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였습니다.
'아... 아빠는 평생 인정해 주지 않겠구나.'
제가 더 성적을 잘 받아 연고대 갈 성적이 되면 서울대를...
서울대를 갈 성적이 되면 서울대 의대를... 눈 앞에 보이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2 겨울방학 때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공부에 지쳐버렸거든요..
그리고 고3 첫 모의고사... 저는 320점을 간신히 넘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았고, 머리도 빠지고... 힘든 시기에
아버지는 단 한번도 XX고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죠.
단지.. 고.삼.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트레스 받지않게 일.부.러. 말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아가며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열심히 했지만... 100점 가까이 떨어진 점수를 만회할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수능때 396점이라는 조촐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고
아버지는 수시2차를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의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그날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습니다.
저에게 "거기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울면서
"아빠... 거짓말하지마라. 내가 OO대 붙은거 실망했으면서 응원하지마라. 역겹다."라고 말했고
아빠는 술 취한채로 큰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난 니가 고작 그따위 밖에 가지 못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날 밤 저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말들을 실제로 듣게 되었고 많이 놀랐습니다.
우습게도, 상상하던 말을 실제로 듣는 건 생각보다 충격이 크더군요.
그리고 예상외의 말씀도 하셨습니다.
"니가 수시 1차쓸 때 나한테 단 한번이라도 자기소개서 보여준적 있냐?"
네. 전 단 한번도 아버지께 보여드린적 없었습니다.
제가 고3 7월에 "담임이 수시를 쓰라고 하더라"라는 말에
"수시가 뭔데?"라고 답한 아버지에게...
이미 저는 '아... 정말 내 진학에 관심이 없으시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예 보여드리지도 않았죠.
결국, 크게 싸우고 저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번에 2등을 했지만... 저는 기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니가 1등 못해서 그러냐?"라고 장난으로 말하는데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사 제가 1등을 해도,
"역시 고등학교를 잘못 선택해서 지 실력에 맞지도 않은 대학을 갔다."라고
아버지가 생각하실거 같아서 입니다.
이렇게 아버지를 꼬아서 밖에 볼 수 없는 것도,
'그때 아버지가 응원만 해주셨어도...'하는 과거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것도,
못하면 못해서, 잘해도 그래봐야.. 이 생각으로 자신감도, 자긍심도 없이
살아가는 것도.... 정말이지 제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도와주세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