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이틀간의 폭풍이 몰아친 결과물입니다.
항상 새 컴퓨터를 사고 싶어 몸이 달아 있었더랬습니다.
파란동네, 까만동네, 오유 컴게를 번갈아 가며 돌아서 자료를 수집하고
데빌스캐년을 보고 부러워했고
스카이레이크를 보며 사지도 못할텐데 라며 신포도로 낙인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통장 잔고가 기적처럼 불어나자 제 간덩이도 같이 불어났습니다.
스카이레이크로 지르고 싶었지만 한달 기다리라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데빌스 캐년을 질렀습니다.
같이 지른 물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램, 쿨러, 파워, 메인보드, 시피유, 그리고 새 케이스.(수지 지게차의 압박)
조립은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메인보드를 꺼내어 시피유를 장착하고 쿨러를 달고
누드 테스트도 하고
새로 산 케이스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장착을 시켰습니다.
잘 돌아갔습니다. 여기까지는.
하드를 달고 윈도우를 깔고 재부팅을 시키는 순간 지옥이 찾아왔습니다.
바이오스 화면도 못 띄우고 전원이 꺼졌다 다시 들어오는겁니다.
이게 무한 반복이 되더군요.
결국 목요일 오후 6시에 받아 9시 쯤 조립 완료 후 새벽 2시까지 씨름 했습니다.
개인적인 결론은 메인보드 불량.
다음날 아침 메인보드를 곱게 싸서 용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택시를 타고.
메인보드를 교환받고 집에 와서 조립했습니다.
증상은 달라진게 없었습니다.
이때쯤 전 아무것도 먹은 것 없이 오직 분노로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조립을 풀고
시피유를 꺼내어 다시 포장을 하고
메인보드 역시 다시 포장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램까지 곱게 싸서 들고
....용산으로 갔습니다.
인텔 AS 센터에 가서 시피유를 점검했습니다. 토틀리 퍼펙트하게도 정상이랍니다.
메인보드를 들고 제이씨현으로 갔습니다.(보드는 기가바이트 z97x - ud5h 입니다)
아무 이상 없다며 오신김에 바이오스 업글 해주겠다며 서비스를 베풀어주더군요.
내친김에 램도 검사 받아볼까 했는데 지쳤습니다. 분노게이지도 서서히 줄어들고 그저 힘들기만 했습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정상 판정 받은 부품을 끼워넣고 다시 전원을 넣었습니다.
증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삑 삑 거리는 비프음만 무한 반복되고 미칠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후의 한 수로 판매점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미 네다섯번 전화를 한 터였지만, 여전히 친절히 받아주시더군요.
"......통째로 들고 오시죠."
"......네."
그렇게 무거운 본체를 들고 용산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케이스가 3r시스템의 발키리 T200 PWN 이었는데 이게 볼땐 좋았는데 들고 움직이려니 분노없이는 못 들 크기더군요.
무겁기는 왜 또 그렇게 무거운지.
그렇게 낑낑대며 들고 갔더니 아저씨 왈
"한번 윈도우를 깔아보고 상황을 봅시다."
"이미 깔아봤는데요."
"테스트는 해 봐야죠."
쿨하게 깔기 시작합니다.
잘 깔립니다.
제 DVD로 깔았을때도 잘 깔렸습니다.
다 깔고 재부팅 시작합니다.
이 이제 무한비프음 지옥이 시작....?
환영합니다.
화면에 떡하니 뜬 문구입니다.
"윈도우 문제네."
"네?"
"윈도우가 제대로 안 깔려서 부팅이 안되는겨."
"......블루 스크린도 안 뜨던데요? 아니 애당초 바이오스 화면도 안 보이......"
"그래도 윈도우 문제잖어. 제대로 된거 까니까 돌아가네."
"......"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용기를 쥐어짜 말씀드렸습니다.
"윈도우 정품 얼만가요?"
그렇게 제 손엔 윈도우 정품이 쥐어졌고
(부끄럽지만) 불법 윈도우는 쓰레기통으로 사라졌습니다.
여러분 정품 씁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