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도 김씨조선 보다야...
대전 말 일본이 극도의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그래도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먹이려고 할수 있는 노력은 했습니다.(...)
그 유명한 5성호텔 관광명소 전함 야마토에서 근무하던 수병이(장교가 아니라!) 어느날 먹은 함내 병영식이 매운맛 카레 라이스에 과일과 마카로니가 들어간 샐러드 였는데 이것을 먹은 수병이 훗날 "(다른 사람들은 다 먹을게 없어 고생하는데) 내가 이걸 먹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라고 말 할 정도로 괜찮은 밥이 나왔다고 합니다.(이 말을 한 수병은 야마토 최후의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 메뉴는 그대로 학생들의 급식 메뉴로 내 놔도 손색 없는 수준의 훌륭한 일품 요리와 사이드 메뉴라는걸 생각 하면...
정말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린 야마토 최후의 출항에서도 격침당하기 전의 마지막 식사로 지급된 전투배식인 주먹밥 두개를 먹은 인원도 있고 못먹은 인원도 있다고 합니다. 때깔 좋은 귀신과 때깔 구린 귀신이 혼재된 야마토.
그리고 그날 저녁 식사로는 1형 전투식량을 먹어본 군필자라면 질색할 팥찰밥 통조림 하나와 쇠고기 통조림, 야식으로 단팥죽이 예정 되어 있었다고 하는군요.
이때 일본의 식량 사정이 얼마나 막장이었냐 하면 버터를 바른 군고구마를 '좀처럼 먹기 힘든 별미'로 꼽으며 입맛을 다시던게 일본 총리였을 정도입니다.(...)
국가 수반이 먹고 싶은 간식도 제대로 못먹는 와중에 그나마 있는 식량 그러모아 군대로 보낸것.
군인들 먹을거 지들이 다 처먹는 북한 왕족들 보다는 그나마 나은...걸까요? 뭐 정말로 생각이 있었으면 대미개전을 안했겠죠.(...)
사실 어느 나라건 해군은 식생활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 일본 육군의 일명(사실 자칭) '작전의 병신' 츠지 마사노부 중좌(최종계급 대좌.)가 그렇게 원수같이 지내는 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과 면담을 했는데, 아무리 사이 나쁜 육군 장교라도 손님을 대접도 안할수는 없다고 도미 소금구이, 도미회, 차가운 맥주를 대접했다고 합니다.
육군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음식들이라 츠지 마사노부가 굉장히 감격 했다고...(...)
2. 영국 맛을 잊지 못한 사령장관님.
이건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인 니쿠자가 입니다.
흔히 고기 감자 조림으로 번역되곤 합니다만...실제 일본 가정식에서의 포지션은 음...장조림?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드는 장조림보다는 조금 가볍게 해 먹는 음식 정도?
사실 이 요리의 기원으로 추측되는것이 영국 유학파 출신인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영국에서 즐겨 먹던 비프 스튜의 맛을 잊지 못해(정확히는 쇠고기와 감자가 들어가는 아이리쉬 스튜였다고 합니다만...) '아...그거 다시 한번 먹고 싶은데...' 하다가 조리병을 불렀답니다.
"내가 영국에서 먹던 요리 인데...이러저러한 재료들을 이러저러하게 조리 한거다만 만들수 있겠는가?" 라고 묻자 조리병이 제독이 부탁을 하는데 거절하기도 뭐 하고 해서(...) 일단 아는 선에서 까라고 해서 깐게 만든게 이 요리라는 설이 있습니다.(...)
데미글라 소스 등 본격적인 서양식 조미료들을 모르던 조리병이 간장, 설탕, 맛술등을 이용해 최대한 비슷하게 맛을 내려고 했는데 영 다른 요리가 나와 버렸고, 그런데 또 이건 이거대로 맛이 괜찮아서(...)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는 설.^_^;;;
사실 이때 일본 해군에는 병영식으로 해시라이스(흔히 하이라이스라 하는 그거)나 카레라이스가 퍼져 있던 상황이라 정말로 조리병이 데미글라 소스를 몰랐을리는 없고, 그저 유명한 해군 제독이 엮인 일화라 널리 퍼졌다고 봐야 할듯 합니다.
3. 기억에 남는다고 했지 그게 제일 맛있다고는 안했다.
일본 해군 잠수함대 출신자들에게 "전쟁중 잠수함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게 뭔가?" 라는 질문을 하자 "토마토 캐찹."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게 와전되서 일본 해군의 잠수함대 대우가 형편 없었다는 식으로 오해를 사곤 하는데, 사실 일본 해군 역시 잠수함대에는 최대한 먹는 문제를 해결 해 주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밥이 전함 수준은 아니라도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많은 먹을거리 중에 캐찹이 나왔나 하니...
이게 부피와 무게를 줄이려고 건조시켜서 네모난 모양의 고체형태로 나오는데다, 당시에는 캐찹도 아무나 먹는게 아닐 정도로 꽤나 고급 식재료라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급 식재료라는 환상도 있고 해서 기억에 남았다고...(...)
4. 구형함이라 밥도 구릴거 같다고?
공고급 순양 전함은 2차대전 개전 시점에서 이미 함령이 30년 전후의 구형함이라 함대 결전용 전함 목록에 끼지 못하고 미친듯이 구른 일본 해군 최고의 수훈 전함으로도 유명합니다만...
2번함인 히에이의 경우 식사가 굉장히 맛있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뭔고 하니, 히에이는 당시 일왕이 타는 배로 지정되어 다른 배들에 비해 보급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고 조리 역시 꽤나 실력 있는 사람들이 담당해서 맛이 상당히 괜찮았다나 뭐라나...(...)
5. 식사는 기품있게.
야마토의 장교 식당에서 연합함대 사령장관등의 수뇌부가 식사를 시작 하면 함내에 배치된 군악대가 라이브로 연주를 해 줬다고 합니다.-_-;;;
진짜 호화 여객선을 개조해서 만든 군함인 항공모함 히요, 준요보다도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일품이었다고.(...)
6. 이가 없으면 잇몸.
텐류급 경순양함 2번함 타츠타가 항해도중 준비해 둔 밀가루가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일단 승조원들 밥은 먹여야 했으므로 식단에 예정된 가라아게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거야 원, 밀가루가 없으니 참...(...)
결국 조리병들이 급한대로 어느정도 여유가 있던 전분 가루를 써서 가라아게를 만들었는데, 이게 맛이 일품이라 이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이게 가라아게의 변종요리인 타츠타아게의 기원중 하나로 추정되는 설입니다.(...)
실제로 먹어 보면 꽤 맛있습니다. 뭔가 닭고기로 만든 탕수육 같기도 하고(탕수기?;;;) 양념 없이 소금으로 간을 한 깐풍기 같기도 한것이...
7. 이게 어디에서 빠지는 덕트더라...
묘코급 중순양함 1번함 묘코의 통풍구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들 '밥을 하는거려니...'하고 대수롭잖게 생각 했다는데 말이죠...
가만 생각 해 보니 그 시각은 재료 준비정도만 하고 조리는 하는 시간이 아닌데다 그 환풍구는 조리실과 연결된 환풍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 환풍구가 연결된데가 어딘고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해 봤다는데...어...탄약고?(...)
당연히 난리가 났고 다행히 유폭까지 번지진 않은채 화재는 진화 되었다고 합니다.
원인은 기름에 젖은 수건이 자연 발화한것으로 추정한다는데, 아예 억지도 아닌것이 실제로 그런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꽤나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전등이라고 하면 열이 많이 나오는 백열등이다 보니 뭐...
8. 그러니까 이거 영양 문제라니까!
일본군은 한때 각기병으로 엄청난 비전투 손실을 강요받으며 골치를 썩이고 있었는데, 영국에 유학을 다녀온 다카기 카네히로라는 해군 군의관이 이걸 잡아 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당시 각기병의 발병율은 수병 집단이 장교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았는데, 다카기 군의관은 이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두 집단의 데이터를 검토 하던 중 식단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걸 발견하고 영양 결핍설을 주장 했습니다.
이후 다카기 군의관의 주도로 도입한 개선 식단은 현미밥으로 대표되는 여러 영양분을 골고루 먹이는 영양 밸런스를 충분히 고려한 꽤 우수한 식단이 되었고, 이후 일본 해군에서의 각기병 발병율은 수직 낙하 했습니다. 의느님의 거울.
그런데 육군은 해군의 해결책을 도입하자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고(...) 당시 육군의 군의총감이던(한국군의 의무 사령관에 해당.) 모리 오가이 중장 (그 유명한 천재 문필가이자 미학자 모리 오가이가 맞습니다.) 이 세균 감염설을 밀었던지라(...) 일본 육군이 각기병으로 낸 비전투 손실은 완편사단 2개분의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당시 일본 육군이 증편 전 17개 사단, 증편 후 25개 사단이었다는걸 생각 하면 비전투 손실로 완편 2개 사단 규모의 병력 손실이 발생 했다는건 절대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리 오가이 중장은 무희, 마리 이야기, 아저씨의 편지 등으로 유명한 문필가로 괴테의 유명한 소설인 파우스트나 안데르센의 즉흥시인의 일본 번역판을 번역한 번역가로도 유명합니다.
문필가로서는 대단한 천재이자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지만, 의사로서는 사람 여럿잡은 돌팔이 취급 받는데...사실 모리 오가이 중장이 유학을 다녀온 독일에서 세균 감염설을 미는 뻘짓거리를 하고 있어서 그 영향을 받은겁니다.(...) 뭐 이 사람은 죽을때 까지 각기병의 원인이 비타민 결핍이라는걸 인정하지 않았지만.-_-;;;
거기다가 당시 일본 육군은 밥은 그냥 줬지만 반찬은 사먹을 돈을 따로 줬는데, 육군의 병들이 반찬 살 부식비까지 가난한 고향집에 송금하고는 쌀밥만 왕창 먹으면서 영양 실조에 빠졌고, 현미밥을 먹이자니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잡곡밥'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사기가 떨어지기도 했다고...
사실 일본 육군도 경험상 보리밥을 먹이면 각기병이 나지 않는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만(비타민이 발견되기 전의 이야기 입니다.) 이런 사기 문제로 함부로 혼식을 못하다 러일전쟁 말기에 그 참상을 보다못한 육군 장관 데라우치 마사다케(그 조선 총독으로 유명한 그양반 맞습니다.)가 반대 의견을 깔아 뭉개 버리고 잡곡 혼식으로 바꿔 겨우 각기병을 잡았다고 합니다.
사실 203 고지에서 뻘짓을 할 동안 보관을 잘못해 싹이 나서 콩나물이 된 콩을 먹어 각기병을 예방한 전례도 있습니다. 러시아 제국군은 콩으로 수프만 쒀 먹다가 각기병으로 무지 고생 했다고 하는군요.;;;
사실 일본군도 딱히 알고 먹은건 아니고 "에잉...콩이 자라 버렸네? 버리기엔 아깝지 않냐? 그냥 먹자. 못먹을것도 아니고." 하는 느낌으로 먹은게 대박을 친거.(...)
장교들은 부식비가 따로 지급되지 않고 반찬까지 배식 되었기에 사정이 좀 나았다고 합니다.-ㅅ-;;;
9. 좀 더 맛있는걸 먹고 싶어!
2차 대전 당시 급양함이던 마미야에서는 소나 돼지같은 동물을 키우는건 물론이고 우엉을 재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급양함도 아니고 전투함인 아케보노나 우시오 같은 구축함들도 함내에서 숙주나물이나 파드득 나물등을 키우는 경우가 있었다는군요.
주로 된장국에 넣어서 먹었다나 뭐라나...그런데 이게 꽤나 인기가 좋았답니다.(...)
10. 사령관님 참 드시고 하시지 말입니다.
2차 대전 당시 라바울 기지에서는 기지 사령관까지 밭에 나가서 농사를 지어 가며 어떻게든 식량 사정을 개선 해 보려고 발버둥을 쳤다고 합니다.
이게 정식 계획이었는데 이름하야 '라바울 100년 방위 계획' 되시겠습니다.-ㅅ-;;;
그래서 그런지 라바울의 식량 사정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고 하네요.
...적고보니 하나 빼고 죄다 먹을거 이야기군요. 나 배고픈가...-ㅅ-;;; 심지어 2차대전때 이야기만 있는것도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