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生몽키띠님 그레이 구를 구매하려고 하셨죠?
제가 그 소망, 들어드리겠습니다!
거절은 거절한다! 제발 받아주세요.
내용이 쓸데없이 깁니다. 읽기 불편하신 분은 아래 3줄 요약을 참고해주세요.
때는 올해 3월 말. 작성자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그레이 구(한글판) 스팀코드를 획득하였다.
작성자는 훗날 스팀의 모든 게임을 플레이할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스팀의 중독성과 전설로 전해져오는 연쇄할인마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팀의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겠다는 야망은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고,
실현가능성 또한 매우 낮아 작성자는 고민 끝에 코드를 나눔하려고 했으나
겜토게를 검색해도 나오는 글은 현저히 적었다. 심지어 대부분 글이 이미 게임을 사서 플레이하고 있는 분들이라 나눔을 할 수조차 없었다.
물론 그냥 나눔해도 엄청난 수의 신청자가 줄을 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작성자는 이 스팀 코드를 꼭 그 게임을 원하는 자에게 주고 싶은 알 수 없는 욕망에 불타올랐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또 지났지만...
그레이구에 관련된 글을 올라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지친 가난한 작성자는 스팀 코드를 연성해 치느님을 영접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졌지만
흘륭히 그 욕망을 이겨내고 이겨내긴 개뿔. 팔 수가 없어 코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6월... 내가 그레이 구 스팀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도 까맣게 잊을 무렵,
나는 운명적 만남을 하였다.
그렇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해도 좋을 그런 만남이었다.
평소 겜토게에 잘 들어가지 않는 작성자였지만 이상하게 그날따라 겜토게에 들어가게 되었고,
오유를 볼 때 항상 그러듯이 무의식적으로 제목을 훑던 중에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레이 구
아, 그것은 분명 게임 제목이었으리라. 맞다. 그랬다. 나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 스토리와 내용만큼은 그 누구만큼이나 잘 알고 있던 게임이었다. 비록 육체는 고된 시간에 지쳐 그것을 잊고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던 그 게임이었다. 아, 어찌 잊으랴. 그것으로 치느님을 영접하려고 몇 번이고 되뇌고 꿈속에서조차 되뇌던 그 게임인데.
그레이 구,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그-레-이-구. 혀끝이 레를 발음할 때 입천장을 한 번 스치고 마지막에 키스할 듯이 입술을 내민다. 그.레.이.구. 처음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지 않은 쪽지를 받았을 때 그것은 설렘을 동반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 읽었을 때는 기쁨에 찬 미소가 되었다. 본명은 Grey goo. 평소에는 당첨코드라고 불렀다. 그러나 내가 그 쪽지를 들여다 볼 때는 언제나 그레이구라고 불렀다.
분명히 그 단어였다. 나는 서둘러 그 제목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 하고 탄식을 자아냈다. 운이 참 좋았다. 그 글의 작성자는 몇 가지 게임과 함께 그레이 구의 할인율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작성자는 아직 그것을 구입하지 않았다는 뜻이였다. 내가 서둘러 덧글을 단다면, 코드를 전해줄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서둘러 글을 클릭했다.
글을 매우 짧았다. 그림 한 장과 글 한 줄. 그 글 한 줄도 그림에 표시된 가격에 대해 고민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보자 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작성자가 고민이 끝났고, 내가 이 글을 늦게 봤다면 작성자는 이미 그것을 사러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고였는지 꿀꺽 삼키는 소리가 내 머리를 울렸다.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글을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덧글, 덧글... 여기에 중요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옳거니! 첫 번째 댓글이 나의 쾌재를 불렀다. 첫 댓글의 내용인즉슨 그레이 구의 구입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한글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크게 웃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 내 건 한글판인데! 이로써 작성자가 그레이 구를 구입하려는 일은 없겠지. 그러나 방심할 순 없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플레이 할 만큼 작성자가 욕망에 불타올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 작성자가 영어를 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는 빠르게 두 번째 덧글을 읽었다. 두 번째 덧글은 작성자에게 도움이 되는 덧글이었지만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아래로 시선을 돌렸고 거기서 거무딩딩한 작성자의 덧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 작성자가 구입을 보류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마우스를 놓고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의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다시 마우스를 잡은 내 손은 작성자의 닉네임을 향했다. 동시에 내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아름다운 언어 한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겨울生몽키띠
계절과, 한자와, 외래어가 어우러진 닉네임이었다. 나는 그 닉네임을 한 글자 한 글자 살펴보았다.
겨울生몽키띠, 아름다운 닉네임. 그것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잠시 후, 나는 이윽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생각했다. 적당히 하자.
자고로 사람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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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 3월 말. 작성자가 그레이 구 스팀 코드를 얻음
2. 그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찾아 나눔을 하려 하나 실패.
3. 두 달 걸려 우연히 그 게임을 사려는 사람을 발견, 이 글을 씀.
겨울生몽키띠 님, 좋은 말 할 때 그레이 구 강제로 받아가세요.
덧글에 메일 주소를 남길 테니 메일 보내시고 보냈다는 확인 덧글 달아주시면 확인 후, 바로 스팀 코드 보내드릴게요.
덧.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필을 받아서 소설 형식으로 써버리게 됐습니다.
덧2. 닉언급해서 죄송합니다.
덧3. 상대분을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덧4.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소설 '롤리타'를 인용해서 패러디한 부분이 있습니다.
나눔저격이 맞을까요, 저격나눔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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