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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61136
    작성자 : 나도꼬마
    추천 : 0
    조회수 : 132
    IP : 211.195.***.17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07/10/20 22:56:10
    http://todayhumor.com/?freeboard_261136 모바일
    갑자기 뜬금없는 게시물2
     신료들이 물러간 저녁나절에 임금은 때때로 나루를 불러들였다. 수라간 상궁이 씻기고 입혔고, 김상헌이 마루로 데리고 오라갔다. 계집아이는 입술이 붉고 눈이 맑았다. 아이는 추위 속에서 영글어가는 열매처럼 보였다.
     - 편히 앉아라.
     임금이 곶감을 내렸다. 아이는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 곱구나. 몇 살이냐?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김상헌이 말했다.
     - 열 살이라 하옵니다.
     마루가 어두워질 때까지 임금은 아이를 앉혀놓고 들여다보았다. 김상헌은 백성의 자식을 글 읽듯이 들여다보는 임금의 모습에 목이 메었다. 임금이 물었다.
     - 아이의 아비는 찾았는가?
     송파나루에서 언 강을 건네주고 돌아서던 사공의 가는 목이 김상헌의 눈앞에 떠올랐다.
     - 성 안에는 없는 듯하옵니다.
     - 이 아이의 아비가 얼음 위로 길을 인도해준 사공이 틀림없는가?
     - 밤에 강을 건너실 때 나루터 마을에 사공이 한 명뿐이었으니, 아마도 그 사공일 것이옵니다.
     송파에서 강을 건널 때, 어둠 속을 휘몰아 오던 눈보라와 얼음 위에 주저앉아서 채찍으로 때려도 일어나지 못하던 말들을 임금은 돌이켰다.
     - 영리해 뵈는구나. 네가 다 자란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 전하의 백성들이 스스로 고우니 종사의 흥복이옵니다. 고운 백성들과 더불어 회복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눈이 녹고 언 강이 풀려서 물은 흐를 것이옵니다. 신은 그 분명한 것을 믿사옵니다, 전하.
     임금의 눈꺼풀이 떨렸다.
     - 저 아이를 보니 그렇겠구나 싶다.
     임금이 아이에게 물었다.
     - 아비가 사공이니 물가에서 자랐겠구나, 송파강에는 물고기가 많으냐? 무슨 고기가 잡히는고?
     아이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 쏘가리, 배가사리, 어름치, 꺽지........
     임금이 웃었다. 성 안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웃는 웃음이었다. 임금은 소리 없이 표정만으로 웃었다. 임금의 눈이 먼 곳을 보듯 가늘어졌다.
     - 아하, 그러냐. 그게 다 생선 이름이구나. 이름이 어여쁘다. 꺽지란 무슨 생선이냐?
     아이가 팔을 뻗어 생선의 길이를 가늠해 보였고, 입 속으로 뭐라고 종알거렸다. 아이의 말은 임금에게 들리지 않았다.
     - 강 가장자리 쪽에서 사는 생선인데, 꼬리가 둥글고 아가미가 무지개 빛이라 하옵니다.
     임금이 또 웃었다.
     - 아하, 그렇구나, 맛은 어떠하냐?
     아이가 또 뭐라고 종알거렸다. 김상헌이 아이의 말을 임금에게 전했다.
     - 아하, 그러냐. 너는 열 살이니 먹어도 되겠구나.
     임금이 아이를 가까이 불러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김상헌은 뜨거워지는 눈을 옆으로 돌렸다.
     임금이 아이에게 물었다.
     - 송파강은 언제 녹느냐?
     - 봄에......, 민들레꽃 필 때......
     김상헌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스며 나왔다.
     - 전하, 이제 안으로 드시옵소서.
     행궁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퍼졌다. 수라간 상궁이 닭다리 두 개를 간장에 졸였다. 상궁이 저녁상을 안으로 들였다. 번을 교대하는 군병들은 행궁 뒷담을 돌아서 서장대로 올라갔다. 산길이 미끄러워 군병들은 나무에 매어 놓은 줄을 잡고 올라갔다.  (소설 남한산성 中)
    나도꼬마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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