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와이프가 유통 기간이 지난 음식물들을 너무 아까워합니다.
웹이나 매체에서 유통 기간은 말 그대로 '유통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유통 기간 일부가 지나더라도 음식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항목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 가야 할 사실이 '개봉하지 않은' 이라는 전제와 '유통 기간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느냐가 있습니다. 와이프는 이 두가지 항목에 대해 너무 개인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본인이 괜찮으면 '괜찮아'라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게 문제입니다.
제가 유통기간이 너무 지난건 버려야 되지 않겠냐고 하면,
'내가 알아서 버릴 테니까 신경쓰지 마' 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렇게 해서 잘 끝나면 굳이 다투거나 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대부분 안버립니다.
외형적으로 '심각하게' 변질 된 제품은 버리지만, 외형상으로 '이상이 없어 보이는'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기간을 신경쓰지 않고 냉장고에 계속 보관해둡니다.
사실 오늘도 이 문제가 다툼이 좀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저녁 준비를 할 때,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그 동안 와이프에게 유통 기간 지난 음식물들 좀 버리라고 했었지만, 냉장고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물품들을 전부 꺼내서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난리가 났네요.
요리할려는데 기분 나쁘게 했다면서, 자기가 버린다고 하는데 왜 그걸 지금 굳이 꺼내서 버리냐며, 화 내면서 결국 말다툼 좀 하다가 화난다고 집 바깥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대략 한 시간쯤 있다가 돌아와서 애 밥만주고 뚱한 표정으로 그냥 방으로 스윽.
덕분에 오늘 저녁은 없네요. 하. 하.
(혼자 그냥 밥 먹으면 또 싸움질이라도 할까봐 일단 그냥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끔 냉장고 안에 있던 유통기간 지난 제품을 보는데 그 때마다 '이거 버려야 되지 않아?' 라고 하면 '내가 알아서 버린다'라는 답변을 하지만, 와이프는 안버렸습니다.
제가 장이 상당히 안좋은 사람이라, 음식물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과민 반응을 보입니다.
설사도 예사로 나고, 요즘 흔히 가지고 있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신경성 대장염도 일년에 한 두번씩은 꼭 걸립니다. 그래서 매우 조심하는 편인데, 와이프는 본인은 괜찮다고 합니다. 본인도 음식 잘못 먹어서 결혼 후 응급실에 두 번이나 가 놓고는...
(물론 음식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만... 배아파서 응급실 가는데 음식 말고 다른 이유가 있나요?)
간단한 예시로, 비닐봉지에 양배추와 당근을 보관 했었는데, 양배추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서 둘 다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당근은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버리냐며 구박합니다.(생 당근도 아니고 이미 슬라이스 쳐서 자른 당근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같은 봉지안에 함께 밀폐 보관하던 식자재 중 일부에 곰팡이가 핀 것이 육안으로 보이면, 이미 다른 제품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사가 퍼져 있는 상태로 버려야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 양배추와 당근은 제가 그냥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기에 더 이상 손대지는 못하고 그냥 폐기했습니다.
유통 기간 한달 조금 넘은 두부로 두부 조림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냥 버리자고 했더니 바락바락 우겨서 그걸로 결국 두부 조림 만들더군요. 냄새도 별로 안나고 겉보기에는 괜찬하고 하면서. 전 불안해서 애한테도 못먹게 하고 저도 안먹었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개봉한 복숭아 통조림이 한 달 쯤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다가, 저녁 때 와이프가 같이 먹겠다고 가져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통조림 복숭아를 한 입 베어물자마자 @$@#$%!$#.. 완전히 상한 것이어서 저는 바로 뱉었습니다. (먹은 시점에서는 장기간 냉장고에서 보관한 통조림인지도 몰랐음) 옆에서 와이프가 '왜? 맛있는데?'라며 이미 먹고 삼켰더군요..;
아무래도 와이프 본인은 인터넷에서 '유통 기간은 유통 기간일 뿐이고 실제 섭취하는 건 그 기간을 넘겨도 좋다'라는 말을 너무 절대적으로 믿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채소나 야채류도 좀 심하게 무르거나, 일부 곰팡이가 피더라도 해당 부분만 제거하면 뭐든 OK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와이프는 유통 기간에 대한 말을 할 때마다 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하고, 이렇게 아끼지 않고 유통 기간 지났다고 계속 새로 살꺼냐고 합니다. 다연히 저는 '먹고 안아픈데 도박하는 것 보다, 안전을 위해 새로 사는게 낫다'라고 말했습니다. 100번 먹어서 99번 괜찮고 1번 아프면 그게 이익일까요? 저같은 사람은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음식물 가지고 도박하는 것도 아니고.
와이프의 말대로 제가 너무 유통기간에 민감한건지 아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이 조금이나마 댓글로 달아주신다면 와이프와 함께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유통기간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면 뭐 개인적으로는 신경이 많이 쓰이겠지만 일단 모든걸 와이프에게 일임할 생각입니다.
아래는 냉장고에서 오늘 버린 유통기간 넘은 제품 사진들입니다. (우유만 3일 전에 버렸네요)
뜯었더니 상태가... -_-;
오리 훈제... 좋아하는데 상태가 이미 아닌 듯 했음.
예전에 제가 냉장고에서 유통 기간 한달 지난 빵 버리라고 했더니, '응 버릴꺼야' 라고 하고 몇 일 후 그 빵을 먹는 걸 발견했었죠...;
이건 거의 두 달 됐네요.
냉장고에 작년에 산 우유 한 팩 정도는 있잖아요?
유통 기간 지나서 미용용으로 쓴다고 냅뒀다고 하는데, 그 말은 올 해 초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하길래 제가 그냥 폐기 처리.
뜯어서 버리니깐 먼가 외계의 액체 같은게 나오네요...;
말이 필요 없음.
사실 저도 이 문제가 좀 화가 난 상태가 이성적으로 와이프가 대화 할 정도가 아닌 것 같기에 보신 분들의 객관적인 조언을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