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간만에 찜질방을 갔습니다.
아마 저녁 8시 쯤에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찜질방에 들어가는 순간 뭔가 울컥하고 치솟았습니다.
벌써 제법 많은 커플들이 찜질방에 들어와 36.5도의 서로의 생체난로를 쬐고 있더군요.
사악한 커플들이 거리에서의 염장질로도 모자라 안 그래도 뜨거워 죽는 찜질방에까지 쳐들어와 염장이라는 만행을 저지르다니... 순간 분노가 울컥하고 치솟았지만 그래도 참았습니다.
어쨌든 가지고 간 책을 들고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뜨거운 방을 더욱 불타게 만들어주시는 커플들 속에 묻혀 조용히 땀을 뺐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녹차와 식혜도 홀로 쓸쓸하게 사마시고 밥도 먹고 하니 어느덧 시간이 12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조금씩 잠이 오더군요.
그래서 남자 수면실에 갔는데 인간들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 걍 커플들이 끌어안고 발광을 해대는 곳에서 혼자 자리를 폈습니다.
제가 자리를 펴고 누울 때쯤 어째 분위기가 깡패삘이 나는 대략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형님들 세분이 들어왔습니다. 술냄새가 조금 나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들도 조금 있으니 자리를 펴고 누웠습니다.
이후 어찌어찌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조금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고딩, 혹은 많이 봐주어야 이제 갓 대학 신입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전 참고로 28살)이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와 떠드는 소리였습니다.
명박이가 대국민 구라치며 쥐.랄하듯 지들끼리 욕하고 떠들며 쌩 난리를 부리더군요.
비록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커플들의 염장질도 견뎌 낸 저였기에 꾹 참고 계속 잠을 자려고 했습니다.
그때 위에서 말한 세 명의 깡패삘 나는 형님들 중 한 명이 잠에서 깨더니 "학생들 좀 조용히 하지"라고 점잖게 나무라더군요.
생긴 것 답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어쨌든.
그 형님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 애들은 한동안 더 떠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보았습니다. 그 형님의 눈빛이 살~짝 변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이러다 뭔 일이 나겠구나 싶더군요.
그런데도 다행히 떠들던 애들 중 두 명이 조용해지더니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심을 했는데 골 때리게도 잠이 안 든 나머지 한 넘이 누워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제대로 맛이 간 녀석이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살짝 돌려 아까 녀석들을 나무랬던 형님을 보니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아까보다 더 사나워졌습니다. 마치 "저걸 죽여, 말어"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녀석은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는 노래도 부르고, 하튼 미친 듯 노래를 불렀습니다. 꿈이 가수였나 봅니다.
덕분에 이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잠에서 깼습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데도 그 애는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일이 발생했습니다.
녀석이 인순이의 노래 '거위의 꿈'을 부를 때였습니다.
그 녀석이 "난 ~ 난 꿈이 있어요오~"라고 노래를 부르자
아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형님이 벌떡 일어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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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꿈이 뭐대. 개.새.끼.야" 라면서 개 밟듯 밟아 대기 시작했습니다.
"니 꿈이 뭐냐고 이 존.마.난 새.끼.야"라며 사정없이 밟아 대는데
아 ~
심각한 상황인데도 얼마나 웃기던지.
그 녀석 노래 때문에 잠에서 깼던 모든 사람들도 전부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웃더군요.
그리고 결국 노래를 부르던 녀석과 친구들은 싹싹 빌고 나갔습니다.
꿈이라도 좀 말해주고 나가지...
매정한 녀석. ㅡ.ㅡ
여러분 추운 겨울 찜질방에 가더라도 노래는 부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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