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점심은 맛나게 드셨나 모르겠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하나 더 풀어놓을게요.
저희 분대가 주간근무를 서고있었습니다.
겨울은 주간이 짧기 때문에 그나마 좀 살만하죠.
하지만 주간근무 분대는 근취를 하는 다른 분대를 대신해서 작업을 합니다 -ㅅ-
역시 삽처럼 생긴 조이스틱을 들고있는 병장들은 오늘도 캐릭을 고릅니다.
분대장 - "김병장아, 넌 오늘 누구랑 놀거냐?"
김병장 - "막내는 맨날 내 침낭속으로 초대를 해도 튕겨대서 재미 없는데 덩어리랑 놀아야 쓰것네."
분대장 - "그럼 막내는 내가 데리고 논다. 덩어리랑 막내 이리 온나!!"
이등병2명 - "이병! XXX"
분대장 - "그동안 갈고닦은 삽질좀 보까?"
참고삼자면 아직 겨울. 눈덮힌 땅을 눈을 치우고 삽질을 해야하죠.ㅅㅂ
이미 보급로에 나라시를 까면서(평탄화 작업)삽질의 기본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등병 삽질이 어디 갑니까. 말그대로 삽질이 삽질이지 -_-
하달된 미션은 마대자루 만들기. 물론 만들어서 운반하고 쌓는것까지가 목표입니다.
2일에 나눠진 퀘스트라 오늘은 만들고 운반까지가 오늘의 목표였습니다.
분대장 - "김일병이 덩어리 마대 잡아주고
천일병(눈을 같이 쓸었던 이등병왕고. 당시에는 일병됨)은 막내 잡아주면 된다."
김병장 - "덩어리 삽질은 좀 하냐?"
이이병(덩어리) - "잘은 못하지만 열심히 하겠씀다!!"
김병장 - "잘은 못하면 ㅈ나 잘하면 돼 ㅋㅋㅋㅋ 오늘은 포승줄(밧줄의 일종)도 있으니 묶기 편하다 ㅋㅋㅋㅋ
보일러실이 그리우면 대충해도 돼 ㅋㅋㅋㅋ"
이이병 -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게씀다!!"
분대장 - "마! 봐라. 삽질은 임마 스넵과 허리가 생명이다. 삽 대가리 안보이게 파라 알긋나?"
나 - "네 알겠씀다!!"
그리고 오늘도 시작되었습니다.
무한 폴더삽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서 눈이 안쌓이는 작은 언덕같은 곳에 있던 흙더미는 얼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야 이 흙더미를 미친듯이 파는겁니다. 왜 안얼었을지 알리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냥 그래요. -ㅅ-
초반에는 제가 빨랐습니다. 군 작업 특유의 삽질 파지법을 익히고 신나게 허리가 폴더로 변환되었죠.
분대장 - "올~ 막내 허리힘 좋은갑다!! 삽이 안보이네~"
김병장 - "덩어리~ 나랑 한침낭 쓰면서 뜨겁게 한 밤을 불사르고싶냐?"
역시 우리 병장님들은 스팀팩을 잘 놔요.
참고삼자면 저 김병장이 진짜 침낭으로 오라고해서 식겁함. 지금이라면 적극적인 검토를 하겠죠 =ㅅ=*
덩어리 선임은 파멧이 걍 불질하다가 스팀팩 받은 연사속도로 삽질을 업그레이드 합니다.
삽질 자체가 속도전이 이렇게 붙을줄은 모르고 초반부터 미친듯이 한 나도 ㅄ이었죠 -_-
그리하야 삽질속도가 LTE급으로 바뀌죠.
분명 둘이 합쳐서 10마대. 즉 각 5마대씩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마대를 넘긴 순간부터 허리와 팔이 끊어질것 같았습니다.
이미 속도에서 떨어지고 고질적인 저질체력을 가진 저로서는 삽질속도가 갈수록 떨어집니다.
분대장 - "막내야 오늘 지옥문을 열고싶은거냐 뒷문을 열고싶은거냐. 팍팍 못하냐."
나 - "아임다!! 최선을 다하겠슴다!!"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허리는 이미 주인놈을 찢어죽이고 싶을만큼 박력넘치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고
저는 1마대 차이로 덩어리 선임의 스팀팩에 무너졌습니다.
김병장 - "캬~ 역시 승부사 내가 역시 승부사 자질이 있다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고생했다 덩어리!! 혹시 돈 있으면 나한테 맏겨라 ㅋㅋㅋㅋ
두배로 뿔려줄게 ㅋㅋㅋㅋㅋㅋㅋ 분대장 너도 맏길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대장 - "야 김일병아 좀이따 상황실에 밥 추진할때 바세린좀 가져오라캐라."
김일병 - "잘 못ㄷ슴다?"
분대장 - "니가 들은게 맞어 이 ㅅ끼야. 아오 이 ㅆㅃ!!! 막내 이 Dogbaby!!!"
나 - "죄송함다!!"
김병장 - "어이구 분대장이 애들 잡겠네 잡어 ㅋㅋㅋㅋ 덩어리 물좀 줄까?ㅋㅋㅋㅋ"
지난번에 이어 또다시 패배의 쓴맛을 본 분대장은 오늘도 막사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네...예상하셨다시피 그날은 제가 샤워를 못했습니다.
-ㅅ-..
점심을 먹고난 오후.
오늘낮엔 무슨 일을 시킬까, 누구에게 작업을 줄까 하고 돌아다니시던 보급관님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보급관 - "작성자야. 너 투광등도 탄다며?"
나 - "네 그렇슴다."
보급관 - "그래? 나무는 좀 타냐?"
나 - "잘 타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슴다!"
내가 미쳤지 왜 그냥 못하면 된다고 하는걸 못한다고 말을 못하니 ㅠ
보급관 - "그럼 나좀 따라와라 ㅋㅋ"
분대장 - "보급관님 막내 근무는 어떻게 합니까?"
보급관 - "야 니들이 몇명인데 알아서 해 임마. 한겨울에 예초기 돌리고싶어?"
분대장 - "아닙니다. 알아서 하겠슴다."
그리고 보급관은 저를 데리고 옆 소초를 지나서 눈이 쌓인 보급로 산길로 향합니다.
참고삼자면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올라가는길 -_-
이윽고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큰 숲에 도착했는데...
보급관 - "작성자야 저기 나무 위에 저거 보이냐?"
나 - "어디 말씀이십니까?"
보급관 - "요 나무 위쪽에 저기 보이는 새 둥지같은거 있잖아."
나 - "아 겨우살이말입니까?"
보급관 - "어? 너 겨우살이 아네?ㅋㅋㅋㅋㅋ 잘됐네 잘됐어 ㅋㅋㅋㅋ"
나 - "이 근처에 몇개 더 있는것 같습니다."
보급관 - "응 그래 맞어 ㅋㅋ 그게 다 니가 따올거야 ㅋㅋㅋ"
응?
뭐?
ㅅㅂ 저기 지뢰지대잖아 이양반아 -_-
내가 그리고 나무를 언제 타봤겠...아 타봤구나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_-
나 - "저기 지뢰지대라서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보급관 - "지뢰 터져서 너 죽으면 국립묘지 안장 해줄테니까 얼른 따와 ㅋㅋㅋㅋ"
이양반이 국립묘지가 죽으면 뭔소용이야 -_-
하지만...
네 군대는 까라면 까야죠.
좀 긴장되기는 했지만 지뢰는 없었습니다. 이미 보급관도 알고있던거죠.
자주 왔으니 -_-
나무에 메달려서 기어올라가서 하나를 땄습니다.
보급관 - "그래 잘하네~ 작성자야 이 마대 다 채우면 너 포상 줄게~"
나 - "잘 못들었슴다?"
보급관 - "이 마대 다 채우면 포상준다고 ㅋㅋㅋ"
나 - "네 알겠씀다!!"
오전에는 폴더로. 오후에는 원숭이가 되어 나무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3~4일만 더 탔으면 저는 날다람쥐가 빙의되서 나무사이를 점프했을지도 모릅니다.-ㅅ-
어쨌든 이 나무 저나무 옮겨다니면서 한겨울에 온몸은 땀에 쩔었지요.
보급관 - "작성자야 이만하면 됬으니까 내려가자~"
나 - "네 알겠슴다."
마대를 보니...넘치네요 -_-
보급관 - "이야 우리 작성자 별걸 다하네 ㅋㅋㅋㅋ 포상은 꼭 줄게 ㅋㅋㅋ"
나 - "네 알겠슴다!! 감솨함다!!"
보급관 - "에이 뭘 감사까지해 ㅋㅋ 너 전역하면 줌 ㅋ"
낚였다 -_-..........ㅅㅂ....
마대자루에 가득 담기고 넘친 겨우살이는 그 다음주에 대대장님이 방문하시기 전까지
보급관님 방에서 잘 말려서...
진상품이 되었습니다 -_-
물론 그 이후로 몇일 더 따라가서 두마대정도를 더 땄는데
전 중대원이 겨울 내내 겨우살이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답니다 ^^
그리고 정신병자 이외에 새로운 타이틀을 얻습니다.
<SYSTEM : '약쟁이 원숭이'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날이 더워서 축 쳐지느라 글이 늦었네요.
이등병 시절은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다음편은 일병시절을 끄적일까 합니다.
뭐 물론 보는분들은 보시겠지요...ㅋㅋㅋ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분들도 있으니 첫글부터 링크 달아놓을게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