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_=
저도 나름 직장인인지라...ㅎㅎ;
원고의 압박을 받는 입장은 아닐지 몰라도 기대하고 계신분을 그냥 두고 넘길수는 없어서
오늘도 몇자 끄적여봅니다 ㅎㅎ
베스트에만 있는줄 아시는분이 꽤 있는데 아침반의 화력이 약한편이라서 이 글을 보실때는
아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침반 오유님들 힘좀 실어주세요...굽신굽신..
폭풍같던 첫 휴가. 정말 폭풍이었어요.
너무 빨라서 4.5초만에 휴가가 끝났습죠..-ㅅ-
복귀해보니 말년나간 한병장을 제외한 병장들이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뭐 당연히 탈영 안하고 잘 왔네... 그래 잘 놀다 왔냐... 다치지는 않았냐...
를 기대 했지만...
분대장 - "웰컴투더 헬이여, 이 si부lol shake it!"
부소초장(이하 최중사) 따라서 GOP섹터를 누비며 내부를 연결하는 초소별 전화선부터 해서
부비트랩 점검이나 기타 자질구레한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때당시 저희 부소초장보다 선임이었던 옆소초 부소초장(이하 박중사)이
제 동기놈을 부사수로 데리고 다니시면서 같이 운동을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최중사는 그게 부러워서 한명 고른게 저였나봅니다...-_-
덕분에 박중사 따라서 옆소초 대기초소를 자주 들락거렸죠.
최중사 - "중대장님이 말씀하신 투광등 다 고치셨슴까?"
박중사 - "야 말도마라. 뭐 할줄 아는놈이 있어야 하지 임마. 너네는 다 고쳤더라? 니가했냐?"
최중사 - "아 그거 제가한건 아닌데 말임다. 뭐 이번에 온 신병 시켜봤더니 곧잘하지 말임다.
박중사님도 신병하나 데리고다니지 않슴까? 한번 시켜보지말임다."
박중사 - "걔는 운동하던애라서 그런거 못만져. 차라리 내가 발로한다고하면 잘되겠다.
그 신병 우리도 좀 같이 쓰자."
최중사 - "에이 신병이 물건임까? 같이쓰는게 어딨슴까."
박중사 - "이셋뀌 이거 또 본성 나오네. 그래 원하는 조건이 뭐냐?"
최중사 - "절 뭘로보고 그러심까... 아 진짜 섭섭하지 말임다..."
박중사 - "임마 내가 뒷구녕으로 짬을 쳐먹을지언정 그정도를 모르겠냐.
니놈은 뒷구멍으로 내시경 넣어놓고 내가 언제나 심도있게 내부점검을 하고있어요 이시꺄."
최중사 - "아 뭐 딱히 바라는게 있는건 아닌데 말임다. 그냥 이번에 박중사님 좋은 술 있다는 소문이 있슴다."
박중사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최중사 - "박중사님 방 앞에 지날때마다 달콤한 알콜향이 방문틈으로 스멀스멀 기나오던데 말임다."
박중사 - "에라이 촤시가... 알았다. 조만간에 같이 빨자 임마. 그 신병 누구냐?"
최중사 - "요즘 제가 달고다니는 햇병아리 있잖슴까. 글맙니다."
박중사 - "어? 야 비리비리해 보이던데? 중대장님하고 보급관님 말로는 돌+I라고 조심하라던데..."
최중사 - "그러니까 사고칠지도 몰라서 그냥 달고다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세끼같은데 말임다."
밖에서 담배피고 있을때 들리는 찰진 뒷담화소리에 내 동기놈은 이미 빵터졌어요...-_-
동기 - "정신병자셋뀌ㅋㅋㅋㅋ 너 올때부터 이미 찍혔었네ㅋㅋㅋㅋ"
나 - "나 심난하니까 식스팩 정중앙에 담배빵 나기 싫으면 그냥 쳐 웃기만 하고 대사는 빼세요. 으이?"
동기 - "누가 정신병자 아니랄까봐 말 하는 행각도 엽기적이네ㅋㅋㅋㅋ
콜록..콜록.. 야 이 심바 담배필때 웃기고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콜록!"
이미 우리 신교대에서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정평이 나있던 본인인지라...
인정하고싶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 동기들은 저를 정신병자라고 부릅니다. -_-
다음날 일과시간. 최중사와 함께 쫄레쫄레 딜 성사를 향한 첫걸음으로 옆 소초로 향했습니다.
이래저래 최중사와 박중사가 작업양이나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고...
당연히 제 동기놈음 미친듯이 비웃고있었습니다. 내가 수류탄 까면 단백질 덩어리 쉐키때문일거다 -_-
작업양은 생각보다 간소 했습니다.
안정기 갈아야 할 것 4개와 전구가 나간것 2개가 있었습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이놈의 투광등 전구 가는게 여간 빡센일이 아닙니다.
하필 옆 소초는 정확하게 M모 햄버거 회사의 로고와 동일한 단면도를 지닌 섹터라서
투광등 타다가 떨어지면 그냥 저 멀리 내려감 ㅋ
그래서 일단 그날은 전구가 확보되지 않은 관계로 안정기만 갈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소초에 여분으로 사놨던 안정기 2개와 옆 소초의 안정기 3개를 더블백에 공구와 함께 쑤셔박고
저희 4인파티는 필드로 나섰습니다.
당연히... 파장이셨던 박중사는 길을 잘 아시니 리딩을 하시고...
포인트 잡아서 제게 임무를 하달하셨죠.
그 옆 소초는 정말...높았습니다. -_-
갑자기 남산동기가 떠오릅니다.
여기를 거쳐서 지네 섹터를 타고갔...응? 저기도 여기랑 똑같네? 어익후 뭐 내려간만큼 도로 올라가?
이런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세 파티가 쫑할때가 다되었고 저희 둘은 내일을 기약하며 박중사와 ㅂㅂ를 했습니다.
다음날.
전구를 사왔네요. 용케... 운전병 아저씨 참 고생이 많아요...;
별 수 있나요.
투광등 타야죠 ㅆㅃ
첫번째 투광등은 가까이 있으니 멀리 있는놈 먼저 처리하고 오자고 하시길레
어리버리한 신병인 저는 그냥 따라다녔죠.
내려가보니 경사가 경사인지라 생각보다 많이 안올라가도 되게 투광등이 가까이 있더라구요.
다른 투광등은 3~4미터는 되보이는데 이건 2미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슥슥 메달려 올라가서 탄띠하고 밧줄로 꼭데기에 고정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뭐 올라가는게 문제고 투광등 여는게 문제지 전구 가는건 똑같음 ㅋ
그냥 집에서 전구갈듯이 슥슥 돌리면 됨;
첫번째 쉬운 투광등은 그냥 밧줄 슥 풀고 툭 뛰어내려오면서 끝났습니다.
가까이 있다던 그 투광등으로 갔는데...
높이는 내가 알고있던 그대로인데 바로 옆이 경사로 시작 ㅋ
바닥이 겁나 멀어보여서 지릴뻔했죠;
사다리 받쳐놓고 살짝 올라가서 다시 슥슥 기어서 올라가는데...
차마 밑을 못보겠더라구요 -_-
그리고... 강원도는 바람도 쌥니다...ㅅㅂ
한겨울이었으니 칼바람이 그냥 아오...
거기에 봉우리같은 곳이라서 더 칼바람이 그냥...
진짜 거기서 얼어죽던가 떨어져죽던가 하는지 알았어요.
투광등이 흔들~흔들~ 하는데 찔끔찔끔 하더라구요.
깔바지까지 입어도 추위에는 장사 없어요 -_-
강원도로 군대 가시는분이나 현역이신데 강원도에 있는사람 아는분은 내복보내주시면 좋아할거에요 -_-
전구는 무사히 교체를 했습니다.
근데 내려가는게 문제죠 -_-
하도 긴장을 해서 팔에 힘이 안들어가더라구요. 다리는 뭐 말할것도 없구요.
최중사 - "야 다했으면 내려와 임마. 안내려오고 뭐해."
나 - "저...부소초장님? 팔 다리에 힘이 안들어갑니다...;"
최중사와 박중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립니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이등병 사고사례는 군에서 더욱 기피합니다.
근데 이등병 투광등 타게 해놓고서 밑에서 그냥 보고만 있다가 이놈이 사고만들것 같은지 난리가 났죠.
박중사 - "야 작성자야 그래 긴장하지 말고 살살 내려와.."
나 - "다리에 쥐날것 같습니다."
박중사와 최중사는 얼굴이 흙빛이 되더군요.
실제로 날씨가 추운날은 다리에 경련이 잘 일어납니다.
박중사가 부랴부랴 대기초소에 연락해서 핫팩을 요청하며 사다리 원모어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사다리가 더 있을리 없죠 ㅋ
투광등에 탄띠와 밧줄로 그렇게 메달려서 30분째...
박중사와 최중사 그리고 제 동기는 깔깔이 안쪽으로 핫팩을 각 2개씩 까서 데피고 있었고
저는 추위와 칼바람에 정신줄 놓지지 않고 있다가 아래를 보고 정신줄 놓을뻔 -_-
그렇게 따뜻해진 핫팩을 들고 단백질 덩어리 동기놈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옵니다.
후들후들 하면서 ㅋㅋㅋㅋ
동기한테 핫팩을 받고 쥐가 난 다리에 두개를 어렵사리 쑤셔넣고 목뒤 등 중요 지점에
핫팩을 착상시키고 눈을 감았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명상...
박중사 - "야 이 mi친nom아 자면 죽어!! 그냥 메달려서 다이라고!!"
그래 여기서 자면 죽는거는 중대에 기우는 짬타이거도 알겠다고 -_-
그냥 마음 편히 긴장 풀려고 하는데 왜 건드려 ㅠ
나 - "긴장 풀고 잠시만 있다가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최중사 - "어 그래그래.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히 먹고 내려오고싶을때 내려와."
군생활 끝까지 안내려가면 안돼나 -_-
그렇게 5분이 흘렀습니다.
몸에 온기가 퍼지자 좀 살만해지더라구요.
다리도 다시 힘을 찾기 시작했고 팔도 댓글알바처럼 말을 잘 듣기 시작했습니다.
나 - "부소초장님.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중사 2명 - "그래. 천천히 다치지 말고 내려와."
묶었던 고리를 풀고 다시 밧줄을 꽉 움켜쥐고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번..두번...내려올때마다 칼바람에 실려 온 한기가 파고들었지만
식스팩보다 부러운 식스핫팩의 힘으로 한기를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발끝이 사다리에 닿았고 다시 한걸음 내려오자 사다리에 양 발이 안착했습니다.
3명이 동시에 제가 내려오자 마자 부둥켜 안고서
3명 - "잘했다!! 잘 견뎌냈어!! 그래 임마 니가 해낼 줄 알았어!!"
저기 나 그냥 메달려서 떨고있다가 내려는데요...-ㅅ-;
그렇게 무사히 큰 사고없이 투광등 작업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며칠 후 원래 GOP에서 꿈도 못꾸는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었죠 ^-^
진짜 좋은 술이었어요...;;
무려 양주 + 담금주였는데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 병사와 간부가 함께 4인 파티 구성으로
알콜 레이드를 진행했죠 ㅎㅎ
최중사가 하도 쳐먹어서 내가 부축해서 내려와야 했다는게 함정 -_-
나중에 이따금씩 투광등에 붙어있는 나방덕에 투광등 불빛이 베트맨로고로 바뀌면
메달려서 고생한때가 떠오르곤 했지요.
아침에 업무가 많아서 마무리가 좀 늦었네요.
오후에 하나 더 쓰도록 할게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