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요리 실력과 스타성으로
영국 미디어를 사로잡으면서 돌풍을 일으킨 남자입니다.
특히 그냥 대충대충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음식 썰고 양 맞춰서 만들어도 만들어 놓으면
엄청난 요리가 나오는 건 그냥 보고 있어도
무슨 요리 만화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도 케이블 TV 등에서 팬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영국이란 나라는 식생활이 그렇게 발달한 나라가 아닙니다.
뭐 영국의 대표 음식이라는 피쉬 앤 칩스가 실제로 먹어보면
더럽게 맛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전 이 나라가 그렇게까지 망가져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급식이 문제입니다.
급식 얘기하면 한국 급식도 개판이지 않느냐 하시는데
영국의 급식은 최종보스에 가까운 압박감을 자랑합니다.
요리사로서 그 급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몸소 뛰어드는 TV 프로그램이 영국에 방영됐고
국내에도 온스타일 채널에도 방영되었습니다. (제목의 스쿨디너가 그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 정말 처절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재방송하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정상인이 이상한 세계에서 고뇌하고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지니 줄이겠습니다.
먼저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영국은 학교 급식비에 예산이 적어서 식단도 매우 괴상한 것들만 나옵니다.
그리고 그 급식을 먹어온 20대가 무려
중풍등 성인병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로 마구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이 급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은 식단의 지나친 섬유소 부족으로 인해
2주일에 한 번 화장실을 간댑니다.
아니 대체 뭘 먹길래...
그래서 저 아이들이 먹는 식단이 뭔지 나열하자면
닭껍질과 쓰다남은 닭살 + 대량의 조미료 + 지방을 넣어 만든
치킨 너겟을 그냥 튀겨줍니다.
무슨 튀기고 나서 기름도 안 뺐는지 기름이 넘쳐 흐릅니다.
더군다나 무슨 소스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냥 저거만 덜렁 줍니다. 그럼 아이들은 미친듯이 먹습니다.
그 외엔 샌드위치를 줍니다.
그냥 치즈 하나 덜렁 끼워서
양상추? 캐첩? 그런 최소한의 것 조차도 없습니다.
그리고 더욱 괴상한 음식이 있는데
마시멜로우 같은 걸 튀겨 줍니다.
참고로 저걸 뭘로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런 것들이 매 식단 나오고 전국적으로 애들이 먹고 있습니다.
가장 제대로된 걸로 보이는게 감자튀김 뿐입니다.
무슨 식단이 그 욕먹는 맥도날드 햄버거만도 못한 저질 음식으로 도배가 됐군요.
자 그럼 영국 아이들은 저 급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맛있게 먹습니다.
그것도
저것만 먹습니다.
다른 제대로된 요리를 해줘도 안 먹습니다.
심지어는 치킨을 튀겨줘도 저 괴이한 너겟을 찾습니다.
저런 걸 먹으니 천식등에 시달리고 화장실을 2주에 한 번가지...
심지어는 감자 튀김을 그렇게 좋아하는 놈들이
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거 안가르치고 뭐했습니까 가정이나 선생님들이나...
제이미가 저 인간답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간다운 급식을 먹이겠다고
도시하나를 대상으로 급식을 개혁합니다.
그것도 일류 요리사들이 만든 특급 레시피로 만든 건강 식단을 줍니다.
허브로 맛을 낸 닭다리 구이에
스파게티에 민치 미트볼같은 제대로된 음식들을
와아 저런 걸 급식으로 주면 매일이라도 먹습니다 진짜.
그런데 급식 첫날
폐기율 99%
이 정신나간 애들이 일류 요리사가 해준 요리를 전부 버린 겁니다.
끝까지 저 너겟을 찾습니다.
심지어 한 아이는 저 요리를 부모에게 시켜 강제로 먹이자
그 위에 토해버립니다.
이 비상식적인 놈들이 나중에 가서는 예전 급식을 달라고 데모까지 합니다.
제이미가 막 미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상식외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주방 아줌마들이 예전 급식은 튀겨서 주기만 하면 됐는데
이 레시피는 너무 힘들다며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겁니다.
애들이 먹고 죽건 말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합니다.
제이미가 아무리 설득해도 버티기는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막 울기까지 합니다.
아니 당신들은 또 왜그래... 애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제이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전 저 사람이 욕을 그렇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심지어 또 영국 언론은
"제이미의 미친 시도. 그런 짓 해서 어디다 쓰니 메롱?"
이라는 신문 기사를 써서
제이미가 눈물까지 흘립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급식비도 줄이고
주방 아줌마들을 돕기 위해 취사병까지 끌어들이고
감자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음식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해 특별 교육 플랜도 짜서 시켰습니다.
충격 요법으로 아이들이 먹는 치킨 너겟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나 직접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뭐 그럭저럭 애들이 정상적인 음식을 먹게 됐습니다.
거기다가 급식을 바꾼지 얼마 안되어서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아이들의 천식등 이상증상이 단기간에 놀랍게도 다 사라진 것입니다.
학자들은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빨리 효과가 없다고는 하지만
바꾸기 전 식단이 저 모양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이 식단을 계속 유지하고 전국적으로 실시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탁해 봤지만 계속 거절당합니다.
정부의 돈을 그런 곳에 막 쓰기 힘들다고 합니다.
가는 곳마다 담당이 아니라며 거절합니다.
급식비를 줄여서가도 힘들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애들이랑 어른들이 짠 것도 아니고...
최후의 수단으로 제이미는 교육부 장관을 자신의 가게로 초청해
아이들이 먹는 저질 음식을 먹여 충격을 준 뒤
예산을 더 따내려고 합니다.
마침내 교육부 장관에게 그 치킨너겟과 마쉬멜로우 튀김을 주고
먹이며 급식의 심각성을 강조하는데..
이미 그 교육부 장관
절반은 먹었습니다.
그것도
맛있는 듯한 표정입니다.
뭐야 당신
...... 어쨌든 설득을 해서 예산을 늘려준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제이미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런데며칠 뒤
교육부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 그럼 설득한 저 사람은 대체 뭐지...
거기다 그 바뀐 장관도
급식은 예전 그대로
.....그렇게 이 프로그램은 허무하게 끝.......
아 어딜가나 교육부 장관이란 저런 사람들이구나... 하는게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방송 이후에
어떻게든 학부모들의 탄원을 받아내 총리에게 직접 전달해
그제서야 영국 급식이 바뀌었습니다.
이게 겨우 작년에서야 바뀐 일입니다. (...) *2006.01.08에 쓰인 글입니다.
저 비상식적인 일을 정상적으로 바꿔 낸 제이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 한국 급식은 꽤나 괜찮은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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