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화 하나의 에피소드로 완결되는 것이 대부분인 '요츠바랑' 속에서 버려지는 캐릭터는 없다.
요츠바가 매일 자기 집인양 들락날락거리는 옆집 '아야세 가' 에는 요츠바의 친구(사실 또래는 전혀 아니지만)
에나, 후카, 아사기, 그리고 엄마라고 부르는 아줌마와 그의 남편이 살고 있다. 그리고 에나의 친구 미우라, 요츠바의 아빠인 코이와이의 친구인 통칭 '점보'와 얀다, 아야세 후카의 친구인 '다리미' 부터 아사기의 친구인 토리코 까지 각자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며 요츠바의 일상 속에 잘 어우러져 있다.
하나의 인맥이 다른 인맥으로 연결되며 요츠바의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것을 보면 마치 내가 이 마을에 살고있는것 같다는 착각까지 느끼게 한다.
이렇게 요츠바의 눈으로 바라보며 점점 넓어지는 세상의 이야기는 만화의 첫 화부터 꽤나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요츠바랑의 첫 화에서는 요츠바가 행방불명된다.
5살난 아이가 눈앞에서 없어지면 호들갑을 떨며 찾아다닐만도 한데, 아빠인 코이와이는 태평하기만 하다.
"뭐, 배고프면 돌아오겠지."
"희한한 녀석이다 싶은 녀석이 보이면 십중팔구 걔"
라는 아빠의 말로 간단하게 설명되는 요츠바라는 캐릭터는
무엇이든 즐기며, 무엇이든 신기해 하고, 호기심이 많고, 세상 물정에 어둡고 그래서 한없이 밝은 '아이' 일 뿐이다.
물론 요츠바는 아이답게 떼를 쓰기도 하고 속이 뻔히 보이는 꾀를 부리기도 하며 어른인 척 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요츠바에게 교육이 필요할 때에 아빠인 코이와이는 보는 사람이 다 숙연해질 정도로 좋은 교육의 예를 보여준다.
요츠바랑의 곳곳에서 보이는 코이와이의 교육법이지만 역시 최고를 뽑으라면 10권의 '거짓말' 에피소드가 있겠다.
옆집에서 짐볼을 얻어온 요츠바는 그것을 던지며 놀다가 그만 유리와 그릇을 깨고 만다.
쨍그랑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빠에게 요츠바는 누군가가 공을 던져서 깨졌다 라고 거짓말을 한 뒤 그것이 들통나자 "거짓말쟁이 벌레가 요츠바의 몸 안에 들어와서 거짓말을 하게 됐어" 라는 뻔한 거짓말을 또다시 한다.
코이와이는 그런 요츠바를 조용히 마을 외곽의 신사로 데려가 그곳의 인왕 조각상 앞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나쁜 건 요츠바가 아니라 거짓말쟁이 벌레지. 자, 인왕님이 나쁜 거짓말쟁이 벌레를 퇴치해 주실 거야."
"아빠, 혹시.. 거짓말을 한게 거짓말쟁이 벌레가 아니고 요츠바가 거짓말 했으면 어떻게 돼..?"
"음-그럼 요츠바가 잡아 먹힐 지도. 걱정 마. 요츠바는 착한 아이잖아?"
요츠바는 인왕님의 무서운 얼굴에 진실을 실토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코이와이는 그런 요츠바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간다.
"밥그릇 깬 건 별일 아냐. 창문 유리를 깬 것도 커피를 쏟은 것도 별일 아냐."
"또 접시 깨도?"
"별 일 아냐. 실수하는 건 요츠바의 일이니까.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마. 응?"
"응. 다신 거짓말 안 해."
이렇게 말해주는 아빠가 있어서 요츠바가 그렇게 곧고 밝게 성장할 수 있는 듯 하다.
요츠바랑이 아이의 순수하고 엉뚱한 모습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짐볼같은 만화 인 것과 마찬가지로 만화 속에서 보이는 요츠바에 대한 캐릭터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요츠바의 시선에서 요츠바를 바라보며 어울리는 코이와이와 점보, 늘 일에 휘말리며 어리둥절해하는 후카, 에나와 미우라.
그리고 그런 요츠바를 보는게 귀엽고 재밌다며 놀려먹는 아사기와 얀다.
이렇게 요츠바에 관한 반응들은 각각 달라도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를 구분짓고 나누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요츠바랑이 선사하는 담백한 일상에 담기는 미소의 비결이다.
이런 요츠바랑을 보며 개인적으로도 배우는것이 많다.
앞서 말했던 교육적인 면도 그렇지만
왁자지껄한 하루 일과 후 "폐는 안 끼쳤냐?" 는 말에 "응!" 이라며 힘차게 대답하는 요츠바의 미소는 나로 하여금 나는 오늘 하루 하루의 일상을 감사히, 즐기며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빠와 핫 케이크를 만들고, 고등학교에 우유를 배달하러 가고, 우동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꽃 배달을 하고, 옆집에서 인형 놀이를 하고, 불꽃놀이 하나에도 호들갑을 떨고 바람을 만드는 에어컨을 보며 신기해 하는 요츠바.
우리는 과연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며 즐기고 있을까?
10년을 넘게 연재하는 동안 여름에서 시작해 이제 겨우 늦여름, 초가을로 접어든 느린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하루하루가 풍성하기만 한 일상의 풍경.
아직도 끝없이 펼쳐질 요츠바의 세상은 "언제라도 오늘이 가장 즐거운 날" 이라는 요츠바랑의 캐치카피와 함께 우리에게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힘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에 빠져든 요츠바의 모습을 바라보는 코이와이의 미소는 분명 이 한권의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당신의 미소와 닮아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