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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연대전술 훈련중에 있었던 일임. 해안근무기간이 끝나고 내륙생활을 하던 중 연대전술훈련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음.
이미 한 번 해본 훈련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내 나의 오산이었음을 알게 되었음.
진급시기가 다가오는데 별다른 실적이 없어 초조해 하던 대대장에게 연대전술훈련은 큰 기회였고 무궁화 세개에 대한 열망은
대대장을 반 미치광이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음. 그때부터 우리부대는 서서히 실미도화 되어가기 시작함.
남들은 군생활 하면서 몇번 하지도 않는다는 준비태세를 전술훈련전까지 매주 토요일 마다 실시하기 시작함. 마성에 휩싸인 대대장은 직접
내무실을 돌며 검사를 실시했고 관물대에서 10원짜리 하나 나오는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음. 그렇게 매주 토요일마다 사채업자에 쫓겨 야반도주를
하는 빚쟁이 마냥 짐을 싸야만 했고 나중엔 졸면서 군장을 싸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됨. 준비태세가 끝난 후엔 각 소대마자 정해진 임무를
미리 연습하는 시간이었는데 우리 소대의 임무는 철조망 치기였음. 갯벌로 들어오는 적을 막기위해 갯벌에 2단3열이라는 철조망을 치는게
우리 소대의 임무였는데 문제는 이 철조망 치는 연습을 연병장에서 했음. 철조망을 치기위해선 쇠기둥을 항타기로 쳐서 박아넣어야 하는데
갯벌이야 땅이 무르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연병장은 그냥 흙바닥, 그것도 매일같이 구보를 뛰면서 단단히 다져놓은 흙바닥 이기 때문에
아무리 쇠기둥을 박으려고 해도 도무지 들어가지가 않는거임. 결국 간신히 흙바닥에 쇠기둥을 박고 철조망을 침. 우리의 가능성을 높게 산건지 아니면 완전히 미쳐버린건지 대대장은 시간단축을 요구함. 그리고 철조망을 칠때 항상 적방향을 보고 이동하라고 지시함. 그말인 즉슨, 항상 전방을 보고 옆으로 움직일때는 게걸음으로 움직이라는 말이었음.. 미친.. 20여명의 병사들이 미친놈들 처럼 사이드스텝으로 걸어가며 철조망을 치는 모습은 한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는듯한 모습이었고 이건 적들을 철조망을 쳐서 막자는 건지 아니면 웃겨서 배를터쳐 죽게 만들자는 건지 알수가 없었음.
하지만 군인이었기에 복종할수 밖에 없었고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구나 라는것을 느낌. 쇠기둥 하나 박기도 힘들어 하던 우리 소대원들은 어느새
항타기와 쇠기둥 하나만 있으면 메마른 땅에서 기름을 파내고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행성에 구멍을 뚫고 지구를 구할 정도로 굴착의 달인이 되었음.
그렇게 점점 운명의 날이 다가오기 시작함. 연대전술훈련이 시작하기 전날 대대장은 부대원 모두를 생활관에 모으고 내일 훈련의 중요성을
부르짖음. 만약 이 훈련이 잘못되면 우리 부대원 모두 할복해야 한다는 섬뜻한 말로 우리의 사기를 끓어올림. 나는 내가 무슨 내일 진주만으로 떠나는
자살특공대원이 된 줄 알았음. 대대장의 훈시가 끝난 후 소대장이 우리들 개인에게 임무를 부여하기 시작함. 그런데 소대장이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함. m60사수였던 나는 철조망을 칠 때 갯벌에 들어가지 말고 사주경계를 맡으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임.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만감이 교차하기
시작함. 그동안 전우들과 함께 노력했기에 그자리를 함께 할수 없다는 아쉬움은 전혀 없었음. 좋아죽음. 고참들 앞에서 표정관리 하느라 죽을뻔함. 우리가 철조망을 칠 그 갯벌은 이미 작년 전술훈련때 나의 전투화 뒷굽을 삼켜버린 무서운 곳이었음. 그 덕분에 나는 새로운 뒷굽을 구할 동안 직선으로
걸어도 왼쪽으로 자연스럽게 회전하게 되었고 양쪽 전투화의 높이차로 인해 걸을때마다 어깨를 들썩거려 리듬타는 군인이라는 오명을 얻어야만 했음.
그렇게 연대전술 훈련은 시작되었고 그동안 무수히 한 연습 덕에 아무 사고나 실수 없이 훈련을 치르게 되었음. 그렇게 무사히 훈련이 끝나는기 싶을때 쯤 드디어 훈련의 대미를 장식할 철조망 훈련이 시작되었음. 소대원들은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고 나는 여유롭게 그들의 몸부림을 감상하고 있었음.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게 됨. 썰물시간을 잘못 계산했는지 한창 철조망을 치고 있을 때 물이 들어오기 시작함. 당황한 소대원들은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소대장의 얼굴 또한 사색이 되버림. 당황한 소대장은 나에게 너도 합류하라고 함. 이번엔 내가 사색이 됨.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보고자 저는 m60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무기 때문에 자리를 옮길수가 없음을 피력함. 양놈 체형에 맞춰 제작된 무기를
메고 들어가기엔 난 너무 나약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소대장에게 내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음.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총을 메고 합류하게 됨.
결국 물이 다 차기전에 철조망을 쳐내는데 성공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뭍으로 이동하기 시작함. 그때 사건이 터짐. 급하게 들어오느라
대충 조인 멜빵끈이 풀리면서 나의 총은 그대로 갯벌에 쳐박혀버림. 전 중대에서 가장 새거였던 내 총이, 이름처럼 틈날때마다 문지르고 애무하던
나의 애무60이 그렇게 갯벌에게 능욕당함. 난 비명을 지르며 총을 꺼내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음. 반짝반짝 빛이 나던 나의 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무녕왕릉에서 막 출토된 빗살무늬 토기처럼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거대한 흉물이 내 손에 들려짐. 그자리에 주저앉아 계집아이처럼 엉엉 울고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부대로 복귀함. 고참들이 내총을 보고 어디 6.25유해 발굴장에서 캐온 총이냐고 놀려댔지만 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음.
그렇게 훈련은 끝이났고 남들은 모든 정비를 끝내고 휴식의 취했지만 난 쉴수가 없었음. 내 총이 제모습을 찾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고
그 후에도 예전처럼 광채가 나지 않았음 내 생각이었겠지만. 결정적으로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했지만 정작 훈련 당일날
상급부대에선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음.......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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