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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질 때쯤에서야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수연이는 배를 깔고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녀석은 나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둘이 데이트라도 하고 왔어?"
생각해보니 이것도 어쩌면 데이트일 것이었다. 하지만 가방에서 불쑥 튀어나온 레리티가 강력하게 부인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그냥 소풍 갔다고하는 게 맞겠지. 랭보와 플러터샤이. 혜진이랑 같이 갔었어."
그러자 수연이는 표정 변화도 없이 텔레비젼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재미있었겠네."
이렇게 말하고서 잠시 있다가
"나도 데려가지."
이러길래 깜짝 놀랐다.
"넌 혜진이랑 사이 안좋잖아?"
그렇게 물었더니 녀석은 날 힐끔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티비를 보며 말했다.
"뭔 상관이람.."
하긴, 이 녀석은 친구도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함께 어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두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수연이와 레리티는 머드팩을 발랐다. 그리고 눈에는 똑같이 오이 썰은 것을 붙이고 잠을 자듯 반듯하게 누웠다. 내가 알바를 나간 사이, 집에 있던 두 여자들은 이러면서 친해졌으리라.
텔레비전에는 클레식 음악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곧장, 두 여자들이 반발했다. 수연이가 말했다.
"왜 돌려! 듣는건데."
"안보잖아..."
그러자 레리티는 이렇게 말했다.
"안 보여도 들을 수는 있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두 여자의 기세에 죽어서 곧장 처음의 음악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두 여자들 모두가 똑같이 진정이 된다는 듯, 흐음... 하고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내었다.
난 방으로 가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혜진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볼까 생각해봤지만 딱히 보낼 말이 없었다. '뭐해?' 이렇게 물어본다면 돌아온 대답은 '랭보랑 플샤랑 함께 놀고 있어요!' 이럴 것이 뻔했기 때문에 딱히 보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냥 인터넷이나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밖에서 두 여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레리티가 말했다.
"아직도 혜진이랑 화해 안했어?"
"응..."
"어째서?"
"그냥.. 걔만 보면 질투심같은 게 느껴져. 너무 예쁘고 완벽한 누나라서... 애들한테도 인기가 좋은데... 아 모르겠어. 그냥 보면 울화통이 터지는데.. 또 나한테 막 잘해주니까 짜증이 나서.. 그냥.."
"그럼 혜진이를 좋아하는거야?"
"모르겠어.. 어쩌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럼 화해를 하면 되잖아."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
저 대화를 들으며 여자는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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