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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진보주의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심상정 누님이 사퇴하셨습니다. 통진당 사태와 진보신당이 가담하지 않는 진보연대는 찢어지고 해체된 진보표로 되돌아와 0.4% 지지율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통진당 사태의 경우는 진보 좌파 진영의 무능과 구태를 여과없이 보여주던 사건이었고, 진보연대의 무산은 대안없는 연대의 실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아니 이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후자 즉 대안없는 연대가 고스란히 통진당 사태로 이어진 것이 아닌지....
심상정 누님으로 말할 거 같으면,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정치인중에서는 가장 정치인같은,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상정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난 후, 80년대 PD 계열의 운동권 학생들이 그렇듯이 공단에 취업하며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됩니다. 엘리트 코스를 버리고 당시 천대받던 공돌이-공순이가 되어 12시간이 훌쩍넘게 일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권 신장을 꿰하려고 한 겁니다. 그때 심상정 누님은 여성의 몸으로 구로동맹파업(그 유명한 파업전야란 영화의 배경인 된 파업이죠)을 이끌어 국가보안법(지금 생각하면 골때리지만 그때는 노조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수배되는 처지에 몰립니다.
계속 금속노조등 노동 운동에 투신하다 노동자 계급을 반영한 정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받아들여 민주노동당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 뒤 진보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하는데, 삼성 저격수로서 노회찬 의원과 함께 활동하여 이름을 알렸고, 한미 FTA 반대,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공들여 만든 복지-분배 모델 공약(세박자 경제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터넷 논쟁으로 진보의 존재감을 알리는등, 여러 활동을 해 왔습니다.
어느 지지자의 글이 생각납니다. 사석에서 삼성 고위층 인물이 인사를 건내자 단 칼에 거부하고 자리를 뜨셨다는..ㅋ 사석에서도 심상정이구나 싶었지만 동시에 비정규직 노조를 홀대했다는 글을 보고 실망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민노당을 개혁하자는 것엔 동의했지만 진보신당을 그런식으로 나갔던 것에는 배신감을 느끼는, 두가지 감정이 교차하던 정치인... 하지만 촛불때 현장에서 밀가루 세례를 안 받은 소수 정예, 진보의 알토란 같은 정치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심상정이 오늘 후보를 양보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근데 특별히 아쉽거나 하진 않습니다. 전 솔직히 심상정이 문재인 보다는 100배 나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을 했다면 금방 드러났을 거라고 봅니다. 민노당 시절에도 열우당 의원들에게 안 밀리던 내공을 보여줬던 분이고, 충실히 스웨든등을 돌면서 사민주의 모델을 배운 지식도 그렇고, 특히 진보 정치인들은 공부를 많이 하거든요. 평소에... 반 신자유주의나 복지 분배 모델이나 정치 혁신의 입장에서 보면 심상정이 훨 나은 후보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해탈의 마음이랄까..
박근혜와의 레이스에서 헐떡이는 문재인에게 0.4% 전진하게 만든 물 한방울은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단일화 바통을 잇는다는 측면에서 봤을땐 효과가 작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심상정이 나왔다면 심상정을 찍었겠지만 이젠 전 문재인을 찍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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