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맞고 사신다는 여자분이 남편분에게 기회를 준다길래...
제 얘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진짜 힘들게 사시는 분들 많죠..
그런데 댓글 보면 말끝마다 이혼이냐 하는데
저도 그래요.. 이혼 웬만하면 안하는 게 좋죠..
그런데 정말 어떤 경우에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이혼하는 게 좋습니다.
제 생각에는 폭력, 알콜중독, 도박중독, 아주 심한 가부장적 집안 (딸에게는 특히 안 좋음.. 자존감 엄청 낮아짐), 끊이지 않는 바람은 제발 이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니들도 자녀에게 너희 때문에 참고 살았다. 너희 때문에 살았다. 너희 아니었으면 이런류의 이야기 절대 하지 마세요. 저희 어머닌 다행히 한번도 그런 말 안했지만 주위에 보면 그런 말로 두 번의 상처 받습니다. 자기의 존재 자체가 어머니에게 족쇄였고 고통이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말 하시는 어머니들.. 정말로 진짜로 자녀 때문에 이혼 안하십니까? 사회에 나가서 이제 혼자 살 자신이 없어서.. 혹은 그래도 남편 없는 것보다는 저런 쓰레기라도 있는 게 나으니까? 결국 자기를 위해서 아닙니까?
(근데 솔직히 몸 건강하면 죽으라는 법 없습니다. 어디에든 잠시 맡겨놓고 돈 벌면 식당에서 일해도 150은 법니다.. 그러면 풍요롭진 않아도 밥은 먹고 살죠... 저희 아버지 돈 벌어본 적 한 번도 없었지만 우리 엄니 혼자서 애들 잘만 키우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죽어라고 하면 안 될게 어딨어요.. 핑계입니다..)
진짜 그런게 아니라 아이 때문이라면 자녀를 위해서 이혼해주십시오.
자녀의 고통은 지금 본인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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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저희 예전 아버지..
뭐... 자세한 말씀은 못드리지만 좋은 분이 못 되셨습니다. (정말 많이 봐준 표현 ㅡㅡ;)
어머니... 이혼하면 너네 결혼할때 흠 된다고 이혼 안하셨죠..
결국 아버지 저 고등학교때 돌아가셨구.
8년 후쯤 재혼하셔서 새아버지랑 잘 사세욤..
근데 다 지난 얘기지만 가끔 엄마한테 얘기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그 때 이혼하시지 그랬냐고..
나 너무 힘들었다고..
청소년기 내내 다른 애들 고민하는 거 한번도 고민해본적 없다고
(뭐 진학이라던지.. 남자 친구라던지.. 그런 소소한 걱정들 있지 않습니까)
그냥 그 때 생각하면 딱 투쟁이었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나 하나라도 착한 딸이 돼서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되겠다고 이 악물고 살아가는거...
어린 딸이 그렇게 산걸 엄마는 알까요?
너무 좋은 엄마였고 너무 따뜻하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고
정말 성실해서 돈도 많이 벌어놓으시고
나무랄데가 없는 분이지만..
그 선택만은 좀 안타깝습니다..
그 상처를 이겨내는데 제 20대 초반이 다 지나가버렸으니까요...
아버지 돌아가시고도 3년동안 누구 발자국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렸던것...
10년간은 아무도 없어도 문 잠가놓지 않으면 불안했고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서 고통스럽게 살았던 20대 초반은 기억하기도 싫습니다..
지금 남편 너무 좋은 사람인데..
결혼 전 저의 불안 증세 (이 사람도 아빠같은 사람이면 어쩌나 하는 것 때문에요) 때문에 둘 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저의 요상스런 시험을 많이 통과해야했죠..
그걸로 인해 제 인생에 낭비가 너무 많았던건 사실이에요.. (멀쩡한 남의 집 귀한 아들들 너무 괴롭히기도 했고요..^^;;)
언니 상황도 현재 썩 좋진 않은데 언니의 경우 한번도 터트리지 않은 고름이 이제 와서야 터지는것 같습니다.. 가끔은 미칠 것 같이 밉다가도 불쌍하고 안된마음도 듭니다...
전 확신하는데 그 때 이혼하고 엄마랑 언니랑 셋이 살았다면
부모의 이혼의 상처 따위는 제 상처에 비하면 10%도 안됐을거라 확신할수 있어요...
길게 썼는데 갑자기 남편한테 너무 고맙네요.
그 때를 웃으며 말할수 있게 해준거...
남편 덕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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