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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2_2565
    작성자 : 파마늘판타지
    추천 : 21
    조회수 : 2320
    IP : 121.181.***.211
    댓글 : 26개
    등록시간 : 2017/10/22 17:53:13
    http://todayhumor.com/?military2_2565 모바일
    이기고 있다고 정신줄을 놓으면 안되는 이유.

      미 해군의 포틀랜드급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 입니다.

      그 유명한 레이몬드 스프루언스 제독의 기함으로 활약하기도 했고 길버트, 마셜군도 전역은 물론 캐롤라인 섬 전투, 필리핀 해 해전, 이오지마 전투에도 참가한 역전의 용사였습니다.

      카미카제 자살 공격에 의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그때까지 혁혁한 전과를 올리며 살아남은 대단한 수훈함이었지요.

      1945년 중반,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어떤 극비임무'를 맡게 됩니다...(이게 어떤 임무인지난 마지막에 설명 하도록 하겠습니다.)

      극비 임무였던지라 해당 임무에 투입되는 함선은 최소한이어야만 한다는 상부의 판단으로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단독으로 해당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함장인 찰스 B. 맥베이 3세 항해 대령은 재차삼차 상부에 구축함대의 호위를 청원했지만 이는 묵살되었습니다.

      임무 자체가 미국이 재해권을 장악한 지역에서 수행되는 수송 임무였고, 그 수송되는 물품 자체가 극비 프로젝트에 관여된 물건이었기에 USS 인디애나폴리스 단함으로의 작전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던 겁니다.

      결국 1945년 7월 16일, 센프란시스코를 출항한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찰스 B. 맥베이 3세 항해 대령의 지휘 아래 1,19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티니안 섬으로 향했습니다.

      12일 후인 동년 7월 28일. 무사히 수송 임무를 마친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다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리핀의 레이테 섬으로 이동합니다.

      이미 극비 수송임무는 종료된 상황이었기에 비밀 엄수를 위한 단함 작전을 실행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왜인지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여전히 단함으로 항해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월 30일 새벽...


      일본 해군의 주력 잠수함 순잠 을형 잠수함인 데찌 I-58(이 58이라고 읽습니다. 사진은 이 15.)이 USS 인디애나폴리스를 발견 6발의 어뢰를 발사합니다.

      이중 두발이 명중하여 최초 피격후 불과 12분 만에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용궁으로 갔습니다.(...)

      침몰 직후 함장 맥베이 대령은 즉각 구조신호를 보냈고, 승조원들에게 퇴함 명령을 내려 피격과 동시에 사망한 300여명을 제외한 거의 900명 가까운 생존자들이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점에서 구조를 했다면 생존자를 많이 구할수 있었겠습니다...만...

      무려 4일 후인 1945년 8월 2일.(...) 구조 신호를 받은것도 아니고 평소 스케줄 대로 정기 순찰을 하던(...) 미 해군의 PBY 카탈리나 비행정이 해상을 표류중인 생존자들을 발견하고 구조를 시작 했습니다.

      그 후 약 이틀정도의 시간을 들여 구축함까지 긴급 투입되어 구조를 했습니다만...최종적으로 남은 생존자는 함장 맥베이 대령을 포함하여 316명에 불과 했습니다.

      거의 5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생존자들은 해상을 표류하고 있었고, 식수나 의약품은 당연히 크게 부족했습니다. 소금기 가득한 해수의 특성상 승조원들은 탈수증세로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상어때가 나타났습니다.

      상어들은 처음에는 주변의 시체를 뜯어 먹었고(사실 이때문에 시간을 벌수 있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생존자가 살아남은것도 있습니다.) 시체가 없자 살아있는 승조원들을 덮치기 시작 했습니다.

      당시 생존자들은 함장 맥베이 대령이 지휘하는 그룹과 군의관이 지휘하는 그룹, 또 다른 장교가 지휘하는그룹으로 뭉쳐 있었는데 생존자 집단을 지휘하던 군의관 께서는 아득바득 전사자들의 인식표를 모으다 자신의 근처에 있던 군종관(군종장교)이 사망하자 결국 절망하여 모은 인식표를 바다에 던져 버리기도 했다고 합니다.(이는 이후 영화 죠스에서 생존자 증언의 형식으로 수록됩니다.)

      맥베이 대령은 이 순간에도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전파가 잡히지 않을것을 우려하여 조명탄과 거울까지 동원하여 필사적으로 구조대를 불러 들이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여러분의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미친짓의 시작이 됩니다.(...)

      침몰 직후의 구조신호는 근처에 있던 미 해군 통신 중계소가 감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한 수신소는 당직 사관이라는 인간이 술처먹고 자느라 수신을 못했고(...) 다른 수신소는 당직 사관이 처 논다고 못들었으며(...) 다른 수신소는 일본군의 계략이라고 판단하고 신호 자체를 무시 했습니다.(...)

      당직 사관이라는 인간이 술처먹고 자고, 처 논다고 업무 태만을 저지르는것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 일개 통신 중계소 당직 사관주제에 구조 신호의 진의를 멋대로 파악하는것 자체가 용서가 안될 일이지요. 계략이건 뭐건 그런 판단은 상부에 맡기고 일단 보고를 했어야 할 일인데 그걸 무시한겁니다.

      구조된 후 맥베이 대령은 해군 본부에 "나와 내 부하들이 왜 5일이나 바다 위를 표류할 동안 구조 신호에 응답하지 않았나?" 라며 해군 본부에 따졌습니다만...미 해군 본부의 대답은 "그런 구조 신호는 없었다." 였습니다.

      그때는 일본 제국의 패망이 가시화 되어 가는 시점이었기에 "누가 감히 미 합중국 해군의 배를 침몰 시키나?" 라는 인식이 있었던 시기이긴 했습니다만...가뭄에 콩나듯 피해가 발생하고는 있었습니다.

      실제로 침몰 6일 전 미 해군의 구축함이 일본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누구도 USS 인디애나폴리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7월 31일에는 레이테섬에 도착했어야 할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데도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미 해군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언론에서는 아주 그냥 난리가 났고, 미 해군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맥베이 대령을 군사재판에 회부했습니다.

      해당 군사재판이 웃기는게 미 해군은 2차 대전 내내 약 700척의 군함을 잃었지만 군함을 가라앉혔다는 죄목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된 장교는 맥베이 대령이 유일했습니다.

      당장 윌리엄 홀시 제독은 태풍을 맞아서 함대를 말아 먹었는데도 목이 붙어 있었던걸 보면 뭐...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죄목은 '적의 공격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함을 침몰시킨 죄.' 였지요. 정확히는 '중순양함이 적의 어뢰공격을 피하기 위한 지그재그 기동을 하지 않았다.' 는 죄목입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지그재그 기동을 하면 속도와 항속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데다 USS 인디애나폴리스 같이 배수량만 1만톤 가까이 되는(포틀랜드급 중순양함은 평균적으로 약 9천톤대 후반 가량의 배수량을 지닌 대형함이었습니다.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오신다면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급이 10,300톤 가량의 배수량을 지녔습니다.) 대형함이 잠수함이 몰래 숨어서 쏜 어뢰를 발견 했을때 구축함 같이 (비교적) 작고 가벼우며 잽싼 함종 처럼 회피를 해 내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나구모 제독 같은 조함신의 가호를 받은 괴물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꺼벙하게 키를 잡고 서 있는 조타수를 밀쳐내고 그 크고 둔중한 항공모함 아카기(만재 기준 포틀랜드급 중순양함의 네배가 넘는 배수량을 자랑합니다.)를 몰고 직접 어뢰를 피해 낸(...) 일화가 있긴 합니다만 답답해서 내가 한다이사람은 당장 세계적인 레벨로 봐도 손꼽히는 수뢰전 전문가라 조함 실력은 상식을 넘은 수준이니 예외로 칩시다.

      애초에 중순양함급의 함종이면 속도가 아무리 빨라 봐야 30노트 전후인데(뭐 비스마르크급 전함같은 삐꾸는 무시 합시다...이건 설계 사상 부터가 글러먹어 놔서...) 일본 해군의 주력어뢰인 산소어뢰는 속도만 48노트가 나오는 괴물이고 400Kg급 탄두가 가진 파괴력은 순양함 따위 간단히 격파 해 버릴수 있는 파괴력이 나옵니다.

      거기다가 추진제로 산소를 사용하는 어뢰의 특성상 항적조차 적어서 대잠장비를 가진 구축함이나 경순양함의 호위 없이 중순양함이 단함으로 일본제 잠수함을 상대 한다는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저정도로 완벽한 기습을 할 경우는 중순양함이 아니라 전함조차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게 전함의 떡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시나노가 어뢰 몇발에 용궁으로 간 경우라던가 노스캐롤라이나급 전함이 자기를 노린것도 아니고 USS 와스프를 노린 어뢰가 빗나간 눈먼 어뢰 한방에 중파되 버려서 한동안 도크신세를 진걸 생각 하면 제대로 걸리면 '해상의 강철요새'인 전함조차 중파내지 굉침인데 포틀랜드급 구축함 따위가 단함으로 어슬렁 거리는건 이 58에게 있어서는 그냥 한끼 식사거리일 뿐이었던 겁니다.

      맥베이 대령은 이후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사면으로(참고로 니미츠 제독은 미 해군 잠수함대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잠수함에 박식한 제독이셨습니다. 이정도로 잠수함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 보니 어느정도 이해를 한듯.) 복직은 하였으나 1949년 해군 소장 계급으로 예편 하였습니다.

      2차 대전에서 생존한 항해/항공 병과의 동기들이 대부분 중장, 대장 계급으로 예편한걸 생각 하면 사실상의 불명예 전역이었고 이후 유족들의 비난을 뒤집어 쓴채 1968년 70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권총자살로 한 많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만!

      사건이 터지고 거의 50년이 지난 1997년.

      

      헌터 스콧이라는 1985년생의 소년이 네셔널 히스토리 데이 라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승리와 비극'이라는 그해의 테마에 맞춰 그에 어울리는 미국의 역사 기념물을 조사하던 중 이 사건을 알게 됩니다.

      헌터 스콧 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죠스 시리즈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고, 자료를 수집 했지만 생각대로 자료가 잘 모이지 않자 놀라운 행동력을 발휘했습니다.

      당시 약 150명 가량 남아있던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생존 장병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고, 이 과정에서 맥베이 제독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것을 알게 된 헌터 스콧 소년은 단순히 숙제, 이벤트 참가를 위한 자료 조사를 넘어 맥베이 제독의 명예 회복을 위한 탄원 운동을 펼쳤습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 크게 다루어졌고 결국 1999년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 존 워너 의원을 통해 공식 결의안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바꾼 한통의 편지가 도착 했습니다.


      미합중국 상원 군사위원장 존 워너 의원 귀하
      
      저는 당시 USS 인디애나폴리스 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던 일본제국 해군 잠수함 I-58의 함장이었던 전 제국해군 중좌 하시모토 모치츠라입니다.

      저는 귀하의 결의안이 1945년 7월 30일 격침된 미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 故 찰스 버틀러 맥베이 3세 대령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어뢰공격을 지시했던 장본인으로서 저는 맥베이 대령이 왜 군사법정에 세워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계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유죄 이유도 납득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 인디애나폴리스가 어떤 상태라도 격침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인디애나폴리스의 승조원들은 끔찍했던 전쟁과 그 결과에 대해 서로를 용서했으며, 이제 귀하와 귀하의 나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맥베이 대령에게 씌워진 부당한 혐의를 벗겨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전 I-58 함장, 제국해군 중좌 하시모토 모치츠라

      USS 인디애나폴리스를 격침시킨 순잠 을형 잠수함 이 58의 함장 하시모토 모치츠라 중좌(한국군의 중령에 해당)가 직접 편지를 보내 맥베이 제독의 구명을 청원한 것입니다.


      하시모토 중좌는 당시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어떤 행동을 취했더라도 이 58은 USS 인디애나 폴리스를 격침시키는게 가능했다고 증언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편지를 보낸 목적은 맥베이 제독의 명예회복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후 하시모토 중좌는 2000년 10월 25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건의 진상 자체가 영영 어둠속에 묻힐뻔 했다는 소리지요.

      그리고 그 시기 절묘한 타이밍으로 보안 문서들이 해금되며 술처먹고 자고, 처논다고 업무 내팽개 치고, 일개 당직 사관이 정보 판별 업무까지 해대면서 설쳐대던 그 추태가 공개되고 말았지요.(...)

      결국 2000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맥베이 제독의 명예를 복권 시켰으며 맥베이 제독을 포함한 316명의 생존자들에게는 은성 무공훈장이 수여되었습니다.

      당연히 미 해군은 반발 했습니다만 대통령님이 까라면 까야 했기에 결국 복권을 받아들였고, 그때까지 생존해 있던 생존 장병들은 맥베이 함장의 무덤으로 성묘를 가 눈물을 흘리며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당시 생존 장병들은 해군 소장으로 전역 하였기에 Admiral(제독)이라 불려야 했던 맥베이 제독을 끝까지 Captain(해군 대령, 정확히는 함장 직책을 맡은 대령을 뜻한다고 합니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함장에 대한 존경과 경외의 표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미 해군은 충분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함선을 잃은 함장은 처벌하지 않는쪽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습니다. 이양반들이 엔터프라이즈 같은게 자꾸 살아 돌아오니 감을 잃은듯.(...)

      덤1.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극비임무를 통해 수송한 물건은 어떤 의미로는 USS 인디애나폴리스 최강, 최악의 유산이라고 할만한 물건이었습니다.

      당시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향한 티니안 섬에는 미 육군 항공대의 B-29 폭격기가 출격 대기중이었고...USS 인디애나폴리스가 수송한것은 이 B29가 적재할 폭탄의 부품이었습니다.


      바로 이것.

      히로시마에 투하된 그 유명한 원폭 리틀보이에 사용될 고농축 우라늄을 수송하는 임무였던겁니다.

      이 시점에서 생각 해 보면 이 중요한걸 옮기는데 중순양함 한척 달랑 보낸 미 해군도 참...

      하여간 USS 인디애나폴리스가 수송한 이 최강, 최악의 유산으로 인해 미군은 어떤 의미로는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복수를 카가가카가오화끈하게 해 줄수 있긴 했습니다.

      덤2. 맥베이 제독의 구명운동을 펼친 헌터 스콧 소년은 이후 대학을 졸업 후 미 해군 헬기 조종사로서 복무했습니다. 아직까지 복무중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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