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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56262
    작성자 :
    추천 : 59
    조회수 : 3208
    IP : 122.128.***.95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12/20 08:36:46
    원글작성시간 : 2009/12/20 02:52:04
    http://todayhumor.com/?humorbest_256262 모바일
    엄마가 우울증인것같습니다..
    저희집 가족이 참 단촐합니다.

    엄마. 아버지. 저.. 이렇게 셋인데요

    사실 지금 아버지는 새아버지시고.. 14년 전쯤 친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저 초등학교 때.

    딸인 제가봐도 저희 엄마는 결혼하고나서 유독 힘들게 사셨어요.

    결혼하고나서 딱 3개월뒤에 남편 몸져눕고.. 엄마 혼자 새벽에 수산시장에서 잣죽팔러다니고..

    몸져누워 돈 벌러 못나가는 아버지가 절 거의 갓난아기때부터 봐주셨기 때문에

    어릴 땐 철없이도 아빠만 너무 좋아하고 엄마를 잘 따르지않았어요.

    엄마는 돈 벌러 항상 나가있었고 저랑 보낸시간이 잘 없었으니까 어색했던거죠.

    아무튼 엄마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저희 세식구가 10평남짓한 반지하방에서 살다가..

    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저희집은 정말 더 힘들고 가난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대학들어가면서부터 빚이 생기게됐죠. 등록금때문에 500만원, 1000만원.. 조금씩 빌려쓰던 돈이

    이자까지 무섭게 불어나서 나중엔 1억 5천 정도가 됐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별것 아닌 돈일수도 있지만 엄마 혼자 식당일하며 돈 버는 우리 가족에겐 너무나도 큰 돈이었습니다.

    저희 새아버지는 예전에 사업을 하시던 분인데, 엄마랑 재혼한 지 얼마 안되서 쫄딱 망해버리는 바람에..

    결국 재혼을 해서도 엄마는 혼자 돈을 버는 처지가 된 것이죠. 

    저도 대학다니는 4년 내내 알바를 했지만, 등록금을 보태기엔 무리였습니다. 남자들처럼 노가다를 해서 큰 돈을 벌 수 있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힘들게 힘들게.. 엄마가 고생하며 쥐어짠 돈으로 전 대학 졸업을 간신히 했고

    빚에 허덕이던 저희가족은 작년에 20년 살던 집까지 경매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내놓으려고 내놓은건 아니고 빚쟁이들 독촉에 압류에.. 억지로 넘겨진 것이지만

    딱 하나 운이 좋았던 것이, 그 경매에 넘어간 저희 반지하집이 원래 

    3천만원에 판다고 내놓아도 집 보러오는 사람 하나 없을정도로 아주 후지고 오래된 집이었는데..

    저희 집이 경매 붙여지던 그 시기에 뉴타운이다 뭐다 소문만 무성한 사업으로 동네가 떠들썩했었습니다.

    경매 들어갈 때 법원에서 내놓은 저희집 감정가가 5천만원이었는데요,

    그쪽 동네 사정을 잘 모르던 왠 부자아줌마가 뉴타운 소문에 귀가 솔깃해져서

    3천만원에 내놓아도 안팔리던 저희집을 1억 3천 써서 낙찰받았죠. 헐.. -_-;;

    그래서 그 때 저희집 빚이 많이 해소가 되었고.. 지금도 갚아야 할 돈이 약 4천만원 정도가 남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저희 집 사정은 많이 좋아진 편이죠. 저희 가족은 감사하며 살고있었습니다.

    엄마가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공부하고 자라온 제가 이제 내년이면 스물 여덟이 되네요.

    엄마는 내년이면 예순 하나 입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아주 많이 늙은 나이는 아니죠.

    빚도 많이 줄어들고 제가 취직을 하면서 저희집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이 때..

    뭔가 조금 나아지려나 하는 찰나에 이젠 우리 엄마한테 뭔가 이상한 조짐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빚때문에 집 경매에 넘어가던 때부터 엄마가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했었거든요.

    집에 손님들이 있는데도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본다던지,

    제 방에 있는 향수병이 마약인 것 같다며 저 몰래 약국에 가져가 물어본다던지,

    잘 때 입에도 담기 힘든 거친 욕설로 잠꼬대를 한다던지..

    엄마는 지금도 식당다니며 일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밖에서는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는 것 같은데..

    집에서도 평소엔 괜찮다가 아주아주 가끔 위에 적은듯이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해요.

    그러다가 오늘은 저랑 같이 밥을 먹는데, 불꺼진 고기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를 계속 뒤집고 있더군요.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뒤집는거에요. 불 꺼져서 이미 차갑게 식은 불판 위 고기를요.

    "엄마 왜그래?" 물어보면 엄마가 민망할까봐, 그리고 또 제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냥 모른척하며 전 계속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이런 말을 하는거에요.

    "요 며칠 집에 혼자 있어보니까 사람이 너무 멍하게 되더라. 이래서 노인들이 치매가 오나봐.

    엄만 아무래도 금방 치매 걸릴 것 같애..."

    아.. 그 말 듣는 순간 미치겠더군요. 솔직히 저도 그간 엄마의 이상한 행동들을 가끔 보면서

    나쁜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저러다가 조금 더 나이들면 우리 엄마 치매오지 않을까..'하고요.

    엄마가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신 상태같습니다. 아직 치매같은건 아니지만

    우울증이랄까... 외로움을 타는 것도 너무 심하고, 또 아주 조그만 일에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제게는 형제자매가 아무도 없습니다. 외동딸이고.. 내후년쯤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생각도 하고있고..

    그런데 지금 엄마 상태봐선 옆에 누구라도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시집간답시고 집을 떠버리면 우리 엄마 외로워서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물론 새아버지가 계시긴하지만, 아버지가 지금 노가다 일 하시느라 지방에 많이 돌아다니고

    집을 자주 비우십니다. 그래서 집에 엄마 혼자 있을 때가 많죠.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과 금전에 대한 스트레스, 외로움.. 이 모든것이 겹쳐서 

    우리 엄마가 지금 많이 아픈것같아요. 정신적으로요..

    저는 또 저대로 형제도 없고 새아버지와도 그렇게 친하지않아서 어디 상의할 곳도 없고..

    형제 없이 마음의 짐 혼자서 다 지려니 저도 힘들고 맘 아프고..

    그냥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이게 금방 뭘 어떻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걸 알지만

    그냥 답답한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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