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될 지 모를 밤낚시를 가기로 합니다.
의성땅을 끝내 다시 가질 못하고 그나마 가까운, 두 번이나 아쉬운 밤을 보냈던 그 근처로 다시 갑니다.
며칠 내렸던 비 덕분에 온통 뻘밭이라 두어 번 제어가 안될 만큼 미끄러지고 나니 도무지 깊은 둠벙으로 들어가기 두려워 내년에 다시 찾기로 하고 부근을 돌아다니다 결국 이렇게 광활한 간척호에 대를 담급니다.
산골짜기 작은 소류지를 선호하는 제겐 이건 뭐 바다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압박이군요. ㅡ,.ㅡ
충주호 정도는 귀여운 담수호였나 봅니다. ㅎㅎㅎ
저 멀리 물에 둥둥 떼지어 떠있는 물오리 녀석들이 얼마나 울어대는지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것 보다 더 힘들더군요.
분명 기상청 예보로는 초속 1.2~1.3m/sec 라고 했는데.....
이건 뭐 밤을 보낼 엄두가 나질 않는군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미련을 접고 제방 반대편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끙.
바람을 등진 정도가 아니라 이곳은 그냥 장판 수준이군요.
너무 차이가 큰지라 몇 번을 제방에 올라 반대편을 바라보며 낯짝이 얼얼하도록 거센 바람을 맞아가며 확인을 하고 또 합니다. ㅡ.ㅡ
그런데 여긴 바람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입질도 없군요.ㅎㅎㅎ
하릴없이 줄지어 착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들만 구경합니다.
오늘이 이 한해의 마지막 밤낚시가 될 지 모르는데 왜 이런 곳에서 한심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지,
괜히 옆자리에 앉은 동행을 째려 봅니다. ㅡ,.ㅡ
역시 낚시는 독조만이 우월합니다.
독조만이 낚시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ㅡ.ㅡ
사진기는 차에 넣어 두고 꿈쩍 않는 찌를 바라보기 지겨워지면 전화기만 만지작 거리다 밤을 맞이합니다.
막상 해가 지고나니 반대편에도 바람은 더이상 불지 않는군요.
그냥 버틸걸.......
세치, 네치 작은 붕어들과 밤새 씨름하고 나니 어느새 맞은 편으로 여명이 밝아 오는군요.
이렇게 마지막 밤을 보내다니......
사진기를 가지러 다녀 오기엔 너무 먼 길이라 귀찮기만 합니다. ㅡ,.ㅡ
해가 뜨는데도 전혀 기대감이 없군요. ㅡ,.ㅡ
치어의 성화와 망둥어, 그리고 뭔지 모를 찌의 움직임으로 밤을 채우고,
이제 올해의 미련은 낚시가방 한 구석에 밀어 넣어야 할 때가 되었군요.
밤새 이런 망둥어를 얼마나....
붕어낚시를 하러와서 망둥어를 낚게 될 줄이야.
아마도 어린 시절 집근처 강가에서 낚은 이후로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망둥어가 잡식성 어류란 것도 처음 알게 되었군요.
이번 가을은 이렇게 수로와 둠벙, 그리고 큰 간척호에서 마무리를 했군요.
며칠 전 멀리 남쪽에서 보내 온 허릿급 붕어 사진을 배아파하며 보는 것으로 올해 물낚시는 접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얼음 구멍을 뚫어볼까 합니다.
밤낚시의 호젓함은 없겠지만 매서운 찬바람을 맞아가며 라면을 후후 불어먹는 재미 정도는 있겠지요.
민낚게를 자주 들르시는 분들 모두에게 어복 충만한 가을의 마무리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