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오늘 라인업에 신고선수 두 명(한성구,이준호)을 넣었다"며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침체돼 있는 팀 분위기를 활기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했다. 

그중 선 감독이 주목한 선수는 한성구였다. 2011년 신고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6월부터 출장기회를 잡기 시작한 그는 4경기에서 11타수 6안타, 타율 5할4푼5리,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가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일차적인 이유기도 했다. 포수로 성장해야할 그이이기에 많은 경험도 쌓게하고 싶었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선 감독이 그를 선발로 쓰고 싶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그 뒤에 나왔다. "정말 과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것. 선 감독은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 당시를 떠올리며 "쟤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 감독은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 애리조나 캠프에 도착해 시차적응도 끝나지 않았을 시기. 새벽 5시에 잠을 깬 선 감독은 산책이라도 해볼까해서 밖으로 나왔다. 그때 갑자기 한 선수가 다가와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건넸다. 한성구였다. 

"주변이 시커먼데 누가 와서 인사를 했다. 처음에는 그 새벽까지 술먹은 줄 알았는데 러닝을 했다고 하더라. 자세히 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는게 진짜 그 새벽에 운동을 했더라. 대단한 놈이다 싶었다. 그리고 새벽 6시에도 산책할 때마다 여러차례 운동을 하는 걸 봤고, 원정와서도 오전 9시나 10시쯤 꼭 웨이트장에서 또 만난다. 그리고 운동장나와서 또 훈련하고. 정말 과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다"고 했다. 

절실함과 성실함, 열정과 끈기. 한성구를 선발 기용한 이유였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선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흐뭇한 표정이었다. 

"야구외에는 다른 데 관심이 없는 선수다. 그런 애들한테, 절실한 친구들한테 기회를 더 줘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땅볼을 쳐도 발바닥에 땀날 듯이 죽기살기로 뛰지 않나. 그런 절실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개막 이후 새얼굴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리빌딩 차원에서다. 당장 지금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위함이다. 새얼굴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건전한 긴장감도 불러오고, 침체돼 있는 팀 분위기를 살리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한성구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선 감독은 "방망이는 정말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2군에서도 계속 추천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박은별 ([email protected])





역시 땀은 거짓말을 하지않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