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 역사학자 이덕일(55)씨가 김현구(72) 고려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명백히 잘못된 판결”이며 “김현규 교수는 식민사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그의 저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보면 식민사학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의 기소와 재판 절차상의 문제점을 따지며 “이번 유죄판결이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판부가 우리의 상고사를 왜곡한 임나일본부가 역사학의 정설임을 확인해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극우파가 좋아할 판결”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학문의자유와나라의정체성을지키는시민모임은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판결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23일 서울광화문 뉴국제호텔에서 열었다. 구미정 숭실대 외래교수가 사회를 본 회견에는 이덕일 사건을 담당하는 윤홍배 변호사, 박정신(67) 전 오클라호마대 종신교수, 이종찬(80) 우당장학회 이사장, 허성관(69) 전 광주과기원 총장, 황순종(66) 저술가가 참석했다.
지난 5일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를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해 기소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소장은 이날 바로 항소했고 1주 뒤 검찰 측도 “양형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항소한 상태다.
앞서 2014년 9월 이 소장은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라는 저서에서 김 교수의 저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식민사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소장을 형사 고소하고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임나일본부설은 4세기에서 6세기에 일본이 한반도 남부 지역 임나(가야의 일부)에 통치기구를 세워 한반도 남부 지방 일부를 다스렸다는 학설로 일본인 학자 스에마쓰 야스카즈가 주장했다.
-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중구 뉴국제호텔 세미나실에서 열린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판결 반박 기자회견‘에서 이종찬(가운데) 우당기념관 관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5일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를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해 기소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학자가 고소를 한 것도 학문원칙에 위배되는 것인데 사법부가 나서서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2016.02.23. [email protected] 2016-02-23
이종찬 이사장과 박정신 교수는 ‘대한민국은 학문과 비평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지 ‘왜 학문의 장에서 다룰 문제를 법정에서 단죄’하는지 우려했다.
이종찬 이사장은 “1600년대 길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 지 400년이 지났는데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게 우리 민주공화국의 현주소다. 광복 71주년 이 나라가 부끄럽고, 이 역사 앞에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이덕일 소장 개인을 위해 모인 게 아니다.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의 이름으로 모였다.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 돼가고 있다. 어떻게 역사의 옳고 그름을 검찰이 재단할 수 있느냐. 이번 기회에 나라의 정체성을 올바로 지키고 검찰공화국의 불명예스러움을 시정하자. 대한민국이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자.”
박정신 교수는 후배 김병기 박사가 대독한 성명을 통해 “학자가 고소를 한 것도 학문원칙에 위배되는 것”인데 “사법부가 나서서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며 “우리교육이, 우리학문이 어떤 길로 가는지 참담하기 짝이 없어서 이 원로학자들이 서명했다. 그 점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