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
네 손을 잡을 때면 난 생각해
이 기분, 이 행복을 전부 박제하고싶다고
환히 웃는 네 얼굴을 보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세상은 밝게 물들어
너를 내 뇌 속에 박제하기 위해서
포르말린을 잔뜩 부어버리는거야
네 웃음은 너무 맑아서 난 생각해
네 미소, 네 온기를 전부 박제하고싶다고
내 옆에 기대오는 네 체온을 느끼는 순간
난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입술을 부벼
너를 내 심장 속에 박제하기 위해서
흘러넘치는 피를 전부 버려버리는거야
네 가녀린 하얀 목선을 볼 때마다 난 생각해
네 숨결, 네 목숨을 내가 박제하고싶다고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순간
날 바라보는 너의 눈길도 단 한가지를 바라고있어
넌 가치가 있는 빛바랜 사진이 되기 위해서
힘겹게 숨을 토해내는거야 눈을 감는 거야
국화-죽음에까지
인간은 죽어도
국화처럼 향기나진 않어
같은 건
하얀색 뼛가루와 꽃잎
같은 건
덧 없는 생 이것은 단지 육신
나 간다, 하고 떠나는 이의
발걸음을 맞이하는 유채색 꽃들
그 사이에 끼고도 싶으련만, 국화는
다만 남아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무채색
시골집, 따스한 빛의 안마당
누렁이 한마리가 멍멍거리며 반기는
몇십년간의 외출에서 돌아온 이
주름진 손은 팽팽해지고, 이내 활짝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손에 국화 한송이-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수면
깊고 깊게 깊은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나를
넌 물끄럼이 쳐다보기만 하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아
이 끝이없는 심해는 지독하리만큼 시리고
아프게 나를 집어 삼키고 있는데
그럼에도
센 바람이 불어 소용돌이로 섞이는 얼굴
하나라도 더 간직하기 위해
나는 눈을 크게 뜨려고 노력하리라
별
도시의 하늘은 우중충한데
저 멀리서 별 하나가 떨어졌다.
아스팔트에 박힌 그 별을 가져다
상처를 보듬아주고
달빛을 비추어주고
물을 주고 바람을 주고
내 온기를 나누어주니
아프고 어렸던 별은 어느새 밝게 빛나며
어느날 밤 흐릿한 도시의 하늘 위로 올라가더라
아, 그 자태란.
흐릿한 밤 속에서 홀로 빛나는 별이란.
별 이름이 희망이었단걸 그제야 깨달았지.
청춘의 종말
눈물 아롱아롱 맺힌 코스모스
어디로 가느냐 먼 곳으로 가느냐
네 고향으로 가느냐 금빛 천국으로
가을의 종말을 알리는 슬픈 플루트
곡조가 서글퍼 눈물 흘렸네
눈물 아롱아롱 맺힌 내님이여
어디로 가느냐 그곳으로 가느냐
하늘 위 높은 곳으로 가느냐 천사 손에
시린 겨울바람이 불어오네
청춘이여, 불쌍한 이들
하얗디 하얀 국화 한송이 집어들고
한참 한참 울었으니.....
봄
너의 얼굴에 봄이 한가득이 피었다.
코에는 흰나비, 노랑나비 모여들고
새싹의 향기를 머금은 싱그러운 피부에
진달래 물든 뺨
봄바람이 시기하듯 머리칼을 흔들면,
마침내
새하얀 목련 봉오리같은 목덜미가 들어나
아, 사랑스러운 봄이다.
고3병감성으로 쓴거라 오글거리네요. 잘 쓰지도 못하고.
그냥 제 감성이 이렇게 풍부하다! 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