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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5527
    작성자 : Sanguine
    추천 : 11
    조회수 : 212
    IP : 118.219.***.101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3/01/12 20:48:06
    http://todayhumor.com/?pony_25527 모바일
    [팬픽] <심장과 그림자> ─ 3 ─

      1화 : http://todayhumor.com/?pony_25150

      2화 : http://todayhumor.com/?pony_25155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왔다간 사흘 뒤, 솔루즈는 그 그림자가 다녀갔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했다. 분명 사흘 전의 그 그림자는 정말 기이하고 을씨년스러우면서 꺼림찍한 경험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작 솔루즈는 자기가 항상 올라가던 첨탑이 아닌 자기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상황은 보통 술을 진탕 마신 다음에 기억을 잃었을 때에나 일어나는 그런 것이었지만, 자기는 평소에 술 담배 같은 것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솔루즈는 점점 더 그 경험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의 삶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 듯 했기에, 그는 그 그림자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도 단 한순간에 그치게 되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무서움을 느껴도 다음 날이면 새까맣게 전부 잊어버리는 것처럼.

      무엇보다도 그의 삶은, 호위대장으로서의 삶이란 것은 정말 바쁘고 힘들면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그러면서도 자기의 직업에 대해 가치를 가지고 자부심을 느껴야만 하는, 그런 직업이었다. 한 번 꾼 악몽을 몇 날 며칠이라면 몰라도, 몇 달이나 몇 년까지 끌고가서 기억하고 있을 그런 여유를 가진 직업은 결코 아니었다.

      또한, 그에게는 아무리 두렵고 공포스러운 악몽이 있다 한들 그것을 전부 잊게 해줄 수 있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있어왔고 이제는 지켜주고 있는, 세리아 공주가 있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지 않아도, 단순히 그녀의 뒷모습과 갈기만 보더라도 솔루즈의 입가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해서 어떤 때는 두 입 끝이 광대를 뚫을 만큼 올라가기도 했는데, 그런 때는 정말 웃는 모습이 바보같이 보여서 결국 공주도 솔루즈와 같이 웃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는 했다.

     

     

      그렇게 그 악몽으로부터 사흘 뒤, 크리스탈 왕국과 솔루즈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겼다. 다름 아닌 이 세계, 이퀘스트리아의 태양과 달을 다스리는 지배자이자 이퀘스트리아의 수도, 캔틀롯의 수도인 셀레스티아 공주가 이 크리스탈 왕국을 방문하고자 오기로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디까지나 외교적인 목적의 방문이었지만 그럼에도 셀레스티아라는 이름은 그 이름값이 이퀘스트리아 전체에 이를 정도였기에, 제 아무리 번성하고 있는 평화로운 크리스탈 왕국이라도 왕국 전체가 들썩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솔루즈! 들었어? 오늘 그 셀레스티아 공주가 이 곳을 방문한데! 장난 아닌데?!”

      저 장난 아닌데? 하는 말은 사실 솔루즈가 평소에 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가 하던 많은 말버릇 중의 대다수가 그녀의 입에도 달라붙어있었다. 그녀가 어머니를 잃었던 망아지 시절부터 그녀를 지켜왔던 솔루즈이기에, 그만큼 둘이 함께 해온 시간은 그들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되었다.

     

     “. 당연하죠. 아마 오늘 정오 즈음 궁전에 도착하셔서 회담을 가지실 거라 합니다.

     “난 역시 기대돼. 그 분이라면 우리 아버지같이 그러진 않겠지? 태초와 함께하신 분이니 분명 우리 아버지랑 다르게 좀 더 너그럽고 어쩌면 더 신비하고... ...”

      역시 엄하게 키운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지 셀레스티아 공주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있는 공주였다. 허락만 떨어진다면 캔틀롯으로 가서 지도자 수업이라도 받아내겠다는 듯한 기운이 공주의 얼굴 위로 한껏 드러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자기는 끝까지 그녀를 따라갈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솔루즈였다.

      외교적 접촉이지만 그럼에도 이퀘스트리아의 상징적인 지배자의 방문이기에, 셀레스티아 공주의 방문 소식에 왕국 전체도 같이 들썩여서 벌써부터 이를 반기기 시작했다. 모든 크리스탈 포니들은 그들의 문명이 얼마나 영롱하고 투명하게 빛나는지를 이퀘스트리아의 지배자에게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했다. 악몽 같은 것을, 다시 생각하면서 담아두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항상 의도치 않았던 곳에서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끄집어내어 당사자로 하여금 상처를 입도록 한다. 사실, 상처로 끝나면 다행이며,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지만, 솔루즈 또한 이렇게 전혀 의도치 않았던 곳에서 그 악몽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본디 문이라는 것은 어떤 장소에 좀 더 쉽게 들락날락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었으며,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을 문 밖의 여러 위험들. 폭풍과 비바람 같은 자연, 성난 곰과 흉폭한 이리 떼 같은 야생동물들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글쎄, 간혹 그 문이 충분히 튼튼하지 못해서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소한 문이라는 것은 문 안쪽의 사람이 문 밖의 위협들을 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지킴이의 역할은 너무나 커져서,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일수록 좀더 강하고 튼튼하며 거대한 문을 바라게 되었다. 이는 크리스탈 왕국이라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의 궁전에 있는 문은 너무도 거대하고 방대하며 안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크리스탈로 이루어져선 드높게 치솟아 자기의 뒤쪽에 자리잡은 궁전의 안쪽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의 위엄을 가볍게 짓밟는 기세를 가진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퀘스트리아 태양과 밤의 지배자인 셀레스티아 공주였다. 그녀가 무슨 목적으로 이 곳에 온 것인지는 오직 그녀 홀로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녀가 어떤 목적을 가졌던 모든 크리스탈 포니들은 그녀를 향해 수그리며 그녀에 대한 경외를 표했다.

      궁전으로 향하는 길 위에는 황금으로 칠이 더해진 마갑을 입은 위풍당당한 기세의 황실 근위병들이 마차를 끌며 셀레스티아 공주를 모셔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차 위에선 다른 포니들과 다르게 마치 수채화물감이 번져서 서서히 색이 약해지듯이, 형형색색의 물결처럼 파도치고 있는 신비스러운 갈기의 셀레스티아 공주가 그녀를 향해 수그린 포니들을 뚫고 궁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궁전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굳게 닫혀있던 문은 서서히 열리며 셀레스티아 공주를 맏이하였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는 이 크리스탈 왕국의 직접적 지배자인 왕이 근위병들을 대동하고 나와서 셀레스티아 공주를 향해 가볍게 경의를 표했다. 셀레스티아 공주 또한 크리스탈 왕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마차에서 내려 같이 궁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왕의 옆에서 셀레스티아 공주를 지켜본 솔루즈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그리고 마치 악몽을 꾸는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약한 공포를 느꼈다.

      혹시 이게 그 때 그 꿈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꿈인지 아닌지도 긴가민가 하기에 그날 그 경험이 계속해서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곧 솔루즈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자기의 본래 임무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잡생각은 군인에게 있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군인은 항상 준비되어있어야 하기에, 솔루즈는 잡념을 지우고, 호위를 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한다.

     

    일행이 회담실에 도착하고 크리스탈 왕과 셀레스티아 공주가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그 뒤로 각자의 호위병들이 마치 기싸움이라도 하듯이 쫙 정렬되어 서있었다.

     

     “불편하군. 다들 나가있도록 하게. 가급적이면 편하게 대화를 하고 싶군.”

     “동의합니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먼저 황실 근위병들을 내보내자 크리스탈 왕의 병사들도 따라서 회담실을 나갔다. 회담실에는 그렇게 공주와 왕 단 둘이 있어야 했지만, 솔루즈만큼은 그 병사들의 뒤를 쫓지 않고 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충정이 뛰어난 호위병이로군요. 그러나 미안하지만 이 회담은 가급적 단 둘이서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셀레스티아 공주가 솔루즈를 향해서 조곤조곤 말을 꺼내었다. 아주 조용한 어투였음에도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솔루즈에게 압박을 가해주는 것 같았다. 솔루즈는 그럼에도 자신의 군인 정신을 고수하기로 마음먹고 당당히 말을 꺼냈다.

     

     “자신의 군주를 곁에서 끝까지 지키는 것이 참다운 호위대장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솔루즈를 제법 자랑스럽게 크리스탈 왕이 쳐다보았지만, 왕은 그런 그의 과도한 충정이 셀레스티아 공주에게 조금 실례가 된다고 생각했다.

     

     “고맙네 호위대장. 하지만 지금은 그대가 여기에 있지 않아도 된다네. 가서 공주를 지키고 있게나. 지금 여기엔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나 단 둘만이 있어야 할 테니.”

      자기가 충성을 맹세한 이의 직접적인 말은 호위대장의 충정이라도 따라야만 했다. 사실 왕보다는 공주의 곁을 더 지키고 싶은게 당연한 솔루즈의 속마음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가 표면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이는 바로 왕국의 지배자인 크리스탈 왕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솔루즈는 그렇게 인사를 드리며 회담실을 나갔다.

     

     

     

      솔루즈가 나간 회담실. 셀레스티아 공주와 크리스탈 왕이 단 둘이 앉아있는 방.

    셀레스티아 공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솔루즈가 회담실을 나가고 문을 닫자마자, 왕을 향해서 넌지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둠이... 어두운 혼돈이 저 호위대장에게서... 느껴지는군요.”

      왕은 그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전혀 유추를 할 수가 없었지만, 셀레스티아 공주는 그녀의 불안한 촉을 언급하며 솔루즈에 대한 걱정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Sanguine의 꼬릿말입니다
    떡밥만 잔뜩 던지는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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