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유럽의 리투아니아는 한편의 영화 같은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충격적인 세 건의 사고, 용의자는 동일인?
▲ 피살 당한 판사가 일하던 카우나스 지방법원 입구. 위에 만들어진 어린 천사의 조각이 인상적이다.(상) 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놓아둔 인형들. 아동성추행을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하).
ⓒ 서진석 리투아니아
10월 5일 아침,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는 다름 아닌 지방법원 판사인 요나스 프루마나비추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현직 판사 피살사건이었다.
살해 용의자로는 그와 1년 이상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한 남자가 지목됐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한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희생자는 프루마나비추스 판사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의 전 동거녀의 자매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12일 아침에는 빌뉴스 시내에 소재한 리투아니아 사회민주당 당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테러 대상은 사회민주당 내에 입주해있던 아동인권보호국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 사건의 용의자 또한 프루마나비추스 살해용의자와 동일인물인 것으로 추측됐다.
세 번의 사건 모두 증거는 없었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단 한명이다.
놀라운 것은 리투아니아 여론이 피해자들을 애도하기 보다는 가해자로 지목된 용의자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것.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어린 딸아이를 키우며 가죽가공업에 종사하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드라슈스 케디스(37)라는 남성이다.
과연 리투아니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사건 1년 전... 케디스의 4살짜리 딸이 겪은 아동성추행
사건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디스는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녀와 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데이만테라는 이름의 네 살짜리 딸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동거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별거 이후 딸의 양육권은 동거녀에게 돌아갔다.
동거녀는 일주일 내내 딸을 유치원에 맡긴 채 거의 돌보지 않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케디스는 딸을 데려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돌보기 시작했다. 양육권도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케디스의 어머니는 손녀에게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데이만테가 침대에 같이 누운 할머니에게 마치 구강성교를 해주는 듯한 행동을 한 것.
데이만테는 얼마 후 케디스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충격을 받은 케디스는 딸과의 대화를 통해 엄마와 이모에게 맡겨졌던 몇 년간 딸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데이만테는 가끔씩 엄마가 '아이다스'라는 남자가 살고 있는 집에 데려다 주곤 했다고 말했다.
아이에 따르면, 엄마가 자기를 그 남자에게 데려다주고는 그에게서 돈을 받기도 했다고.
데이만테가 그곳에 갈 때면 다른 남자 두 명이 으레 그 집에 찾아왔고, 가끔씩 이모의 딸인 8살짜리 사촌언니도 그 집에 맡겨졌다고 한다.
케디스는 딸이 '삼촌'이라 부르는 그 남자들이 무슨 일을 강요했는지 딸이 말하는 그대로 비디오에 담았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딸이 '삼촌'들에게서 구강성교를 요구 당했던 것이다.
데이만테는 그들이 부탁했던 체위와 자세까지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가 딸아이에게서 들은 내용은 어른들의 입에도 도저히 담지 못할 추악한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아동성추행이었다.
"지방판사 등 유력자가 내 딸에게 변태적 성행위 강요"
더 놀라운 것은 딸을 성추행한 세 명의 '삼촌들'의 정체였다. 딸의 기억을 따라 추적해 가면서 케디스는 몇 사람의 인물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아이는 그 '삼촌'들의 얼굴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카우나스 지방판사 프루나마비추스, 전 국회의장 사무관이자 사업가인 안드류스 우사스, 그리고 아이다스라는 이름만 알려진 한 사람이었다.
그는 딸의 증언이 담긴 비디오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을 그 사건을 순순히 맡아주지 않았다.
사건의 한가운데에 건드려서는 안 될 너무 중요한 인물들이 있었던 것.
딸의 어린 나이 때문에 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되자 그는 심리학자들에게 딸의 증언내용을 보여주었고, 딸의 말이 전부 진실이라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리투아니아 수사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인터넷 신문에 글을 남기기도 했고, 딸이 증언한 내용을 그대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또 모든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 유럽의회 등에 돌리며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부탁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유린당한 딸아이와 불타오르는 복수심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http://www.pedofilai.com 현재는 폐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심정을 토로했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성추행 당한 내 어린 딸과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런 성도착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놓아두고자 하는 그런 이들이 있는 한 난 절대로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나는 아동 성추행범들과 싸울 것이다. 만약 나의 네 살짜리 딸조차도 보호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딸 성추행의 수사를 요구하는 아버지의 강렬한 목소리가 담긴 홈페이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금씩 공론화되는 듯했다. 그의 딸은 마침내 다섯 살이 되었다. 그리고 위 세 건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 케디스 페이스북에 올려진 사진. 시민들은 카우나스 지방법원 입구에 아동성추행에 침묵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과 머리에 피를 흘리는 인형들을 남겨놓고 있다.
ⓒ inga krasileviciute 리투아니아
딸을 대신한 케디스의 복수, 이게 사실일까
프로마나비추스 판사는 출근길 집 근처에서 네 발의 총상을 입고 즉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성추행범들의 손에 직접 안겨준 여인(데이만테의 이모)은 집에 돌아온 딸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우사스와 데이만테의 엄마는 특수경찰의 호위 하에 특별보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핵심 용의자로 떠오르고 있는 드라슈스 케디스는 종적을 감추어버린 상태다.
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케디스가 지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정황에 의한 심증일 뿐 물증은 없다.
경찰은 판사 총격사망사건 이후 "케디스를 본 사람은 즉시 연락해 달라"고 공표하긴 했으나 용의자로서가 아니라 이번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쥔 사람으로서였다.
사건 이후 케디스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까지 케디스의 심리적 상태는 심각했다.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심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마약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은 그러한 정신 상태로 물증도 남기지 않고 그런 완전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사건의 목격자에 따르면, 판사를 총격한 차량에는 두 명이 타고 있었고, 그 중 운전자가 내려서 판사를 쏘았다고 한다.
용의차량은 그날 저녁 또 다른 성추행범 의심자인 안드류스 우사스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완전범죄를 위한 치밀한 계획 차원에서 짠 시나리오일 수도 있고, 케디스가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일 빌뉴스 폭발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도 케디스가 지목되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편, 우사스는 자신이 케디스의 아내와 친분을 얻게 된 것은 딸의 양육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케디스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모든 일을 꾸몄다고 주장하고 있다.
▲ 드라슈스 케디스가 운영하는 개인 페이스북 초기화면. 10월 15일 현재 약 만 9천명이 팬으로 가입되어 있다.
ⓒ 화면캡처 리투아니아
들끓는 국민들 "'용감한 케디스', 당신을 지지한다"
케디스가 범인인지에 관계없이 리투아니아 국민 대다수는 케디스에게 지지를 표하고 있다.
피살당한 판사가 일하던 카우나스 지방법원 앞에는 성추행 사건을 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규탄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케디스의 페이스북에는 이미 2만여 명의 사람들이 팬으로 신청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케디스 딸의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올리거나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 또한 아동성범죄자들을 단지 처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웃나라인 폴란드에서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폴란드 신문에 이 사건이 보도되자 폴란드 독자들은 리투아니아 신문의 독자 댓글이나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 케디스 격려글을 남기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모든 사건이 잘 해결되면 꼭 폴란드를 방문해 주길 바란다"는 글을 남겨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케디스 페이스북에 팬들이 남긴 사진.
ⓒ alina bajorunaite 리투아니아
현재 데이만테는 법적 대리인인 고모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정신치료를 위한 여러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드라슈스 케디스의 '드라슈스'라는 이름은 리투아니아어로 '용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용감한 케디스'라고 부를 수도 있다.
과연 그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타난 영웅인가, 아니면 단순한 살인범인가.
혹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살인사건에 연루된 피해자인가.
리투아니아인들은 딸의 미래를 위해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왔던 이 '용감한' 아버지에게 대단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부디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출처 : 변태성추행 당한 5살 딸 위해 아버지가 복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38627&cmpt_cd=p0000 -----------------------------------------------------------------------------
영웅인가? 살인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