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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25473
    작성자 : 썩은수박
    추천 : 10/4
    조회수 : 4125
    IP : 106.249.***.187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7/03/27 23:49:15
    http://todayhumor.com/?love_25473 모바일
    헤어진 여자친구를 봤어요
    옵션
    • 창작글
    어제 헤어진 여자친구를 봤어요.
    글이 많이 길어질 수 있으니 이해해 주세요.~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두달 조금 넘었어요
    여자친구 집 근처에 가면 혹시나 마주칠수 있을까..
    다시 한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궁금해서 찾아가봤어요.
     
    전 여자친구 사는 동네에 가려고 혹시나 마주치면 마지막으로 좋은 모습 보이고 싶어서 나름 차려입었어요.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찌질하게 보이기 싫어서요.
    만나서 못했던말 미안하다는말 잘지내라는 말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전여친집쪽으로 출발했어요
     
    전여친 사는 동네가 가까워질 수록 가슴은 방망이질을 시작했어요.
    출발전에는 그냥 쿨하게 잘지냈냐고 행복하라는 말 해주고 싶었는데 속마음은 어쩔수 없었나봐요..
    전여친 집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저앞에서 오고있는 전여친이 보였어요.
    꽤 멀리서 오고있는데 한눈에 알아보겠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뒤 돌아서기엔 눈치를 챌것 같았어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헤어진 사람이 다른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찾아가면 전여친과 그분의 상대에게 큰 실례가 되는거라고요.
    그래서 더 마주칠 용기와 자신감이 사라졌어요
    걸어가던 인도 가운데 큰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전여친과 마주칠 자신이 없어서 오는 걸음걸이에 맞춰서 나무 뒤로 겹쳐 걸어갔어요.
    프레젠테이션 1.jpg
     
    다행이 저를 보진 못한거 같더라고요.
    저렇게 이쁜데 마주치지 못하고 숨어서 피하는 제가 못나고 미웠어요.
     
    그렇게 지나쳐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뒤쫓아가서 말을 건네려고 10걸음뒤... 5걸음뒤....마지막 한걸음 뒤까지...
    뒤따라갔는데 마지막 한걸음이 안되더라고요.
    헤어진지 두달이 넘어서 전 여친을 본 그 한걸음이.. 손만 뻗으면 어깨에 닿을 거리인데 좁혀지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렸어요.
    저는 당연히 다른칸에서 기다렸고 문쪽에서 기다렸어요.
    여전히 제 존재는 눈치못챘고요.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그때 여친 얼굴을 볼 수 있었어요.
    이쁘더라고요.
    어딜 가는지 잘 차려입고 거금 삼십을 주고 샀다며 자랑하던 손목시계도 찼고
    렌즈를 꼈는지 동그란 안경도 안썻어요.
    회사 사람 결혼식때 신었던 발이 불편하다는 구두까지 신었고 자주 봤던 꽃무늬 스카프까지..
    잘입지 않던 치마에 겨울에 고향에 내려가서 장만했다던 회색코트..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넋놓고 한참을 봤어요.
     
    1호선을 타고 가는데 자주 가는 구로, 영등포를 지나더라고요.
    내린역은 종각이었어요.
    사귀었을 때는 영등포랑 구로는 너무 많이 갔던 장소라 종로를 많이 오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래주질 못했어요.
    전여친 집이 가까운 곳에서 데이트하고 집에 가는길이 멀지 않게 해주고 싶다보니 종로는 멀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돌아와서 종각에서 내린 후 저는 몸을 숨기려고 편의점에 들어갔어요.
    편의점에서 두리번 거리니 알바분이 의심하는 눈초리로 째려보시더라고요.
    저라도 그랬을 거에요.
    편의점에 들어와서 물건은 보지도 않고 밖만 두리번 거리니...
    전여친이 지나간 후 물 한병 계산하고 원샷했어요.
     
    편의점을 나와서 보니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전화를 하면서 누군가를 찾는거 같았어요.
    두리번 거리면서 걸어가다 뒤를 돌아서 제쪽으로 오길래 지하철 역사에 있는 기둥뒤에 숨어버렸어요.
    바닥에 비치는 그림자를 따라 저는 그 반대쪽으로 몸을 숨겼어요.
    여전히 앞에 나타날 자신이 바닥이었어요.
    저를 눈치 챘는지 힐끔힐끔 제가 있는 곳을 보더라고요.
     
    전화를 끊더니 저를 설레게 했던 걸음 걸이로 어느 남자가 서있는 곳으로 가더라고요.
    새 남자친구였어요.
    전여친은 그 남자품에 쏘옥 안겼어요.
    남자는 전여친을 감싸면서 쓰담쓰담 보듬어 주고요.
    다른 남자 품에 안긴 제 옛사랑은 저 있는 곳을 힐끗 본거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저와 다니던 4번 출구로 손을 잡고 가더라고요..
     
    그 모습을 봤을때 충격보단 못난 저를 탓하게 되더라고요.
    저랑 만나는 동안 제손을 잡은 적도, 더군다나 제 품에 안겼던 적은 없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안기는 모습을 보고,
    저 남자는 전여친에게 믿음과 안정을 주는 구나...
    나에게 없는 모습.. 전여친이 그렇게 바라던 모습이 그남자한테는 있구나...
    나와 있을 때랑 다른 전여친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까,
    제가 그동안 붙잡았던 못난 미련을 놓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렇게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데 왜 잡고있었을까
    제가 싫다고 떠난 여친을 못잊고
    연락하지말라고 해도 연락을 해서 차단을 당하고
    그래도 메일로 구구절절 찌질한 편지를 쓰고
    얼마나 귀찮고 싫었을까
    좋았던 기억이 다 사라져 나쁘고 못난 모습으로 기억될까.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어요.
     
    아침부터 점심까지 아무것도 안먹었는데 배가 안고프더라고요.
    아침에 출발하면서 겨우 초코바를 하나먹었는데 허기가 지지 않았어요.
    집근처 마트에서 마실거 하나 사오는데 거미의 날 그만 잊어요가 나오더라고요.
    노래 완곡을 다듣고 나왔어요.
    저한테 들려주는 노래같았어요.
    그렇게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그때 최선을 다할걸
    기회를 줄때 좀 더 잘할걸
    하지 말라고 할때 하지 말걸
    차라리 오늘 집에서 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모습을 안봤을걸
    후회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괜찮은것 같기도 하고
    마음의 오르내림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밤에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기는 차단돼서 공중전화로 걸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아는 사람중에 하나인줄 알고 까르르 웃더라고요
    저라고 밝히니까 조용하더라고요.
    연락하지 말라니까 왜 연락하냐고 했어요
    '오늘 너 지하철에서 봤고 행복해하고 잘 지내는것 같더라'
    '그 남자는 좋은 사람 같아 보였어'
    하니까
    '할 말 다했어? 나 끊는다' 라고 하길래 알겠어 잘지내 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렇게 마지막 통화를 끊고 집으로 왔는데 전화가 왔어요.
    차단하면 싫은줄 알지 왜 뭐하러 전화하냐고 하더라고요.
    왜 끝까지 이기적이냐면서
    저는 좋아했던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가 그리워 한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랬나는 식으로 횡설수설 말했어요.
    다른 여자 만나래요.
    짜증나게 하지 말고 연락하지 말라고 정을 떼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그랬어요.
    저에게 쌍욕도 섞어가며 연락불가 선언을 했고 잘지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어요.
    욕을 먹었는데도 웃기더라고요.
    여기까지 이렇게 온 건 모두 제가 부족했고 못해준게 크다는 생각에 대꾸를 할 수 없었어요.
    모두 맞는 말이었어요.
    전화를 끊고 못난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 잠이 와서 잤어요.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남친과 찍을 사진이 카톡 프로필 사진이 되어있더라고요.
    저랑 있을때는 저랑 찍은 사진은 프로필로 한적이 없었는데..ㅎㅎ
     
    저도 이제 생각 안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전화기에 있는 사진을 못지우겠어요.
    어떻게 끝까지 이렇게 못났을까 싶어요.
     
    나랑 만나는 동안 정말 생각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텐데 정말 미안
    내가 부족해서 답답함과 허전함으로 많이 지쳤을 텐데도 많은 기회를 줬잖아
    그 기회를 난 눈치없이 날렸고
    그래도 지난 겨울 정말 내생에 최고의 겨울이었어, 진심으로 고마워
    그 남자 정말 좋은사람 같고 좋은사람이길 바래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랄게, 안녕
     
    길고 못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몰래 쫓아간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게 예의라고 생각했고, 확인하고 싶었어요. 죄송합니다.
    지난 겨울은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최고의 겨울이었어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지금 옆에있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스크롤 내리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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