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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25312
    작성자 : 소침
    추천 : 4
    조회수 : 3548
    IP : 59.28.***.12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2/07 09:47:06
    http://todayhumor.com/?history_25312 모바일
    오호십육국시대, 전연 초대군주 모용황과 이복형 모용한
    옵션
    • 창작글



    오호십육국시대는 말그대로 대혼란의 분열기였습니다. 화북에 입성한 선비, 갈, 저, 강, 흉노족들은 각기 저마다의 국가를 세웠고, 이 시기는 북위가 통일하기 전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속됩니다. 이런 난세에 선비족 모용부의 수장 모용외는 선비대선우鮮卑大單于를 자처하여 주변 모용씨들을 규합해 요동에 근거지를 마련하였습니다. 그의 차남이자 적장자였던 모용황은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연前燕을 세워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모용황에게는 눈엣가지같은 존재가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복형인 모용한이었습니다.


    모용한은 모용외의 서장자로, 비록 생모의 출신은 비천하였으나 용맹하고 팔이 길어 활을 잘 쏘았으며, 군사를 부리는 데 큰 재주가 있어 이르는 곳마다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이는 모용황의 불안을 자아내었습니다. 동생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용한은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선왕을 도와 군사를 일으켰으나 이는 공명을 바라여서가 아니었다. 지금 황제는 나를 의심하고 있으니 앉아서 당하기를 기다리겠는가."



    그러고선 준마를 타고 선비족 단부로 도망쳤는데, 그곳의 수령 단요段遼의 신임을 얻어 높은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단부는 전연과 전쟁을 벌여 크게 승리하고서는 단요의 동생 단란段蘭이 승세를 이어 깊숙히 들어가려하니 자신의 나라가 멸망할까 두려워한 모용한은 이를 급히 말립니다.



    "무릇 장수가 되어서는 응당 신중함에 힘쓰고 만전의 계책이 아니면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만일 모용황이 잠복하여 역습할경우 어떻게 대비할 것입니까?"


    "그대는 조국이 멸망할까 두려워 그러는구려. 나는 모용부를 멸망시킬 생각은 없소. 모용인慕容仁(모용황의 동생)이 있으니 그를 영접하여 나라의 후사로 삼는다면 종묘에 제사가 끊기지는 않을 것 아니오."



    그러나 모용한은 극구 반대하였고, 결국 단란은 절호의 기회를 놓친 채 말머리를 돌리고 맙니다. 진서晉書에서는 모용한이 비록 그 몸은 바깥에 있었으나 본국을 그리워했다고 기록합니다.

    이후 모용부의 공격을 받은 단부는 크게 세력이 위축되어 모용한 또한 우문부에 의탁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나 우문부의 수령 우문일두귀宇文逸豆歸는 그를 경계하였고, 모용한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미치광이가 된 척을 하였습니다. 결국 우문일두귀는 그에 대한 불안감을 거두게 됩니다. 



    모용황은 자신의 형이 비록 전연을 떠났지만 여전히 조국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상인 왕거王車를 시켜 모용한을 찾아가게 하였습니다. 왕거가 황제의 뜻을 전하자 모용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치기만 했습니다. 왕거의 보고를 들은 모용황은 그 뜻을 파악해 왕거를 통해 활과 화살을 보내었습니다. 우문부를 다시 찾은 왕거는 활과 화살을 길옆에 묻은 후 은밀히 모용한을 만났고, 그렇게 340년 2월, 우문일두귀의 준마를 훔친 모용한은 자신의 아들 둘과 함께 우문부를 탈출하였습니다.


    우문일두귀가 기병 100명을 보내 추격하자 모용한이 그들에게 외칩니다.



    "객지에 오래 머문 내가 이제 고국에 돌아가려고 말에 올랐으니 말머리를 돌릴 생각은 없다. 내 비록 미치광이로 위장했지만 무예는 여전히 살아 있으니 나를 쫓지 말라. 그렇지 않을 자는 죽음을 자초하는 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병들이 추격을 계속하자 모용한은 다시 말했습니다.



    "너희 나라에 오래 머물렀으니 너희를 죽이지는 않겠다. 100보 떨어진 곳에 칼 한 자루를 세워라. 내가 그 칼을 화로 맞히면 너희들은 돌아가고 맞히지 못하면 날 죽여도 무방하다."



    기병들은 그 말대로 100보 떨어진 곳에 칼을 박아넣었고, 모용한은 과연 칼 고리를 정확히 명중합니다. 그 비범한 무예에 놀라 기병들 모두 달아나버리고, 그렇게 모용한은 자신의 모국 전연에 당도할 수 있었습니다.



    342년, 모용한은 고구려 원정을 떠나는 모용황을 따라 종군하게 됩니다. 고구려를 치는 길은 남쪽의 험준한 길과 북쪽의 평탄한 길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모용한은 황에게 계책을 내어주었습니다.

    "이전까지 고구려를 침범할 때 항상 평탄한 북쪽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고구려 왕은 북쪽에 방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 테니 우리는 남쪽 길을 향해야 합니다."

    모용황은 이 계책을 따르었고, 결과는 대승이었습니다.



    2년 후에는 우문부를 쳐 대승을 거두었으나 이때 모용한은 화살에 맞아 큰 부상을 입어 몇달간 누워지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후 몸 상태가 나아지자 모용한은 말을 타고 화살을 쏘며 몸을 풀었으나 어떤 이가 모용한이 집에 숨어서 모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무고하였고, 오랫동안 형을 경계하고 있었던 모용황은 그 말을 믿고 모용한에게 사약을 보냈습니다.



    모용한은 하늘을 보며 탄식합니다.

    "타국으로 갔다가 제 발로 다시 돌아왔으니 한스러울 것은 없지만 아직도 중원에는 갈적들이 횡행하고 있다. 일찍이 나라를 위해 중원을 평정하려 했건만 아석히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선왕을 위해 공울 세원 것도 천명이거니와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하고 죽는 것 역시 천명일 것이다."


    모용한은 말을 마치고 사약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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