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오스에서는 상대방 영웅을 연속적으로 처치할 시에 2연킬, 3연킬과 같이 ~연킬의 표현을 주로 씁니다.(참고로 롤에서는 더블킬, 트리플킬등의 음역을 합니다) 알파 초창기부터 낯선 표현이라 많은 유저들이 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고, 저 역시 더 나은 표현이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오픈베타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연킬 표현에 대한 문의(※출처1번 참고)가 굉장히 많았는지 이번에는 블리자드에서 직접 성우 녹음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하여 좋은 의견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연킬 번역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저희 팀에서 논의된 사항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재 저희 팀에서는 현재의 "연킬"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 주셨던 분들껜 허탈한 소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어떤 고민을 통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조금 더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숫자"를 배제한 번역에 대하여 2부터 5까지의 숫자를 배제하고 다른 표현을 사용해 연속 처치를 알리자는 참신한 의견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그 의견에 호응해 주셨습니다. 저희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이라는 어떠한 틀을 유지한 채, "바람처럼!" "돌개바람!" "파멸의 바람!" "바람의 힘!" "질풍!" "폭풍이 몰아친다!" 등등 플레이어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요, 분명히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참신한 의견이지만(실제 히어로즈에서도 적 5명, 10명, 15명, 20명 연속 처치에 대해서는 각각 "학살의 시작", "무자비", "폭주", "폭풍의 영웅"을 사용하고 있고요), 숫자는 정신 없이 펼쳐지는 전투 속에서 우리 팀이 적 몇 명을 쓰러뜨렸냐는 현 전황을 알려 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했고, 숫자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 직관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팀 의견이 모였습니다.
2. "숫자+연+킬"의 어색한 조합? 지난번에 "2연승", "3연벙", "4연패", "5연타" 등, 한국어 표현 "-연-"이 갖는 강력한 조어력에 주목하여 "연킬"을 선택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많은 분들께서 "2연킬"처럼 숫자와 한자어, 영어가 조합된 모습이 어색하다는 의견을 남겨 주셨습니다.
저희 팀에서도 처음 논의 단계에서부터 연킬이 낯설다는 의견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내 친구들이 받던 "올수", "올백", "올A"에서처럼, 또 아이돌 가수의 "직캠"에서처럼, 아니면 사진만 보고 "노답"이라고 판단하여 "소개팅"을 거절했는데 알고 봤더니 엄청난 외모의 소유자여서 그날 밤 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불킥"에서처럼, 비록 단어 각각의 출생지는 다르지만 "말이 되고" 또 "말하기 편했기에" 서로 합쳐져 우리 언어 생활에 자연스레 편입된 예들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어떤 신조어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땐 "그 말이 얼마나 의미를 잘 전달하고 또 얼마나 입에 잘 붙느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므로, 외국어/외래어라고 무조건 선택지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무분별한 외래어/외국어 사용은 지양해야겠지요. 격에 맞고, 문맥에 맞고, 장르에 맞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킬"의 경우를 보자면 비록 외국어이고 "처치"라는 한국어 대응어가 있긴 하지만, 1. 히어로즈 같은 AOS 장르나 FPS 장르에서는 "처치"의 대응어로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았다는 점, 2. 길이가 짧다는 점, 그리고 3. 거센 "ㅋ" 발음이 힘을 주기 좋다는 점("이, 삼, 사, 오"는 거센소리가 아니지만 그래도 "킬"에는 힘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연-"과 함께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3. "연속 처치"와 "음역" "연킬"보다는 "연속 처치" 아니면 더블킬, 트리플킬처럼 음역을 사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히어로즈는 게임 특성 상 한타 싸움이 잦고, 개인 단위가 아닌 팀 단위로 처치 수가 집계되기 때문에 연킬 대사가 다른 게임에 비해 더 자주, 더 연이어 나옵니다. 번역의 길이와 붙여 놨을 때의 느낌을 고려할 수 없는 이유인데요, 여러분께서 토론장에 올려 주신의 의견 중 "연속 처치"와 음역 버전은 실제 들어 보고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전체 전장 아나운서 성우분들을 모시고 재녹음을 진행했습니다. 팀 내부에서 이 재녹음한 대사들을 직접 들으며 의견을 수렴해 본 결과, 음역 버전은 의미 전달에 한계가 있고 실제로 그렇게 멋있게 들리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고, "연속 처치" 버전은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며 연달아 나왔을 때 반복되는 음절이 많아 자칫 답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에 최종 선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비록 게임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저희가 녹음한 "연속 처치"와 "음역" 버전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몇몇 아나운서를 선정해 비교 영상을 만들어 봤습니다.히어로즈 아나운서 현지화 음성 비교를 통해 한번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연킬"이 비록 낯선 표현이긴 하나,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또 말하고 쓰기 쉽다는 점("나, 소냐로 4연킬했어!", "우리 팀이 2레벨 뒤지고 있다가 한타에서 5연킬하고 핵점사로 게임 뒤집었어!" 등)에서 저희가 고민한 여러 대안 중 여전히 최선의 선택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알파 및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이 표현이 게임, 커뮤니티, 방송 등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판단은 토론장과 커뮤니티에 여러분께서 올려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내린 것임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히어로즈를 최고의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밑거름이며, 저희 현지화 팀은 최고의 게임 경험을 여러분께 전해 드린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오픈 베타를 앞두고 밥상을 잡은 양손에 힘이 들어가는 시기가 왔네요. 이번 "연킬" 유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비롯하여, 앞으로도 소중한 의견 계속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블리자드다운 철학이 돋보이는 답변입니다. 특히나 성우 녹음까지 하면서 이렇게 현지화에 신경을 쓴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