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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252860
    작성자 : esd0809
    추천 : 0
    조회수 : 221
    IP : 220.121.***.20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12/19 00:08:16
    http://todayhumor.com/?gomin_252860 모바일
    미안합니다
    정확히 4개월간 사귀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알고지낸시간은 작년 5월 하순쯤이네요
    그 당시 그 사람은 재수생이었고 저는 할일없는 대딩 이었습니다
    아는사람의 소개로 우연치않게 알게되었는데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다가 
    3개월쯤 만나다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가더군요  그래서 엉겁결에 고백해버렸습니다
    "너한테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잘 알아, 그러니까 합격할때까지 기다릴께"
    이 말이 그사람한테는 짐이 되었나봅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아직 나는 잘 모르겠고 오빠한테 할짓이 아니라고...
    분명히 거절하는 대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기다려야만 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마음 접은것처럼 굴었구요)) 제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이건 말로 설명할수가 없네요^^;
    무튼 그렇게 시간이 6개월가량 흐른 후, 그 사람은 당당하게 s여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학기초여서 그런지 유난히도 술자리가 많더군요 ot,mt는 둘쨰치고 여대 특성상 미팅자리가
    넘쳐났었나봅니다. 늦은시간까지 술자리가 계속 되다보니 전철,버스 막차가 끊기는 일도 발생했구요
    카톡대화도중 그 사람이 집에 들어가긴 힘들것같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꺼낸순간이 있었는데 
    제 오지랍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바하던도중에 그 말을듣고 무작정 택시를 타고 출발했던 기억이나네요
    (새벽에 강변북로를 질주하는택시는 정말 빨랐습니다-_-)
    괜찮다는 그 사람의 말을 넘겨버리고 제 멋대로 찾아간거지만 싫은 내색은 안하더라구요
    커피숍에서 두어시간 대화를 하다가 그 사람을 재우고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출근도 했구요
    몸은 피곤했었지만 그렇게나마 남자친구'대역'을 할수있다는게 행복했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요동치는걸 느꼈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감추고 참아야했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대역'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그 사람과 저, 그리고 지인들 몇명이서 부산으로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과거를 보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술에취해서 세상이 무너진듯이 울던 그사람의 얼굴과 처절하게 외치던 목소리...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수가 있어, 몇년동안 함께 했는데 어떻게!!'

    그 사람에게는 저를 거절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5년이 넘게 만났었던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했던거죠 
    끝에는 안좋게 헤어졌더라도 결코 짧은시간을 만났던건 아니었기에 그 사람에겐 
    더욱더 미련이 남아있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상황을 본 후 부터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내가 버팀목이 되줄 수는 없을까, 네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렇게 본의아니게 점점 더 마음이 커졌고, 그때마다 술로 달래기를 몇일
    결국엔 제가 버텨내질 못하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멋대로 그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만 남겨놓고
    입대를 하게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끝까지 이기적이었네요
    어이없게도 시력때문에 공익판정을 받고 4주간 훈련소 생활을 마친 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훈련을받으면서도 그사람 생각이 참 많이나더군요 그치만 연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손으로 연락을 끊었기때문에 다시 그 사람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죠
    그렇게 세달쯤을 죽은듯이 지내고있을때, 기적적으로 그 사람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장난섞인 말투로 
    '밥은 먹고 다녀?' 
    '그럭저럭..'
    '나쁜놈'
    '미안해'
    '넌 정말 나쁜놈이야'

    그렇게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에 그 사람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습니다

    '아직도 나 좋아해?'
    '힘들어'
    '뭐가?'
    '너때문에'

    그렇게 우리는 4개월전에 사귀게 되었구요
    서로 너무 멀리 돌아왔기에 그만큼 더 절실하게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가평의 펜션으로 여행갔을때 그 사람이 바베큐 그릴 앞에서 종이를 뭉탱이로 태운적이 있었는데
    뭔가해서 보니까 전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편지들이었더라구요
    편지를 태우고 있는 그사람, 그리고 옆에서 조용히 고기만 굽고있던 나...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정말 모든게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이별같은게 찾아올줄은 정말로 몰랐는데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 사람이 말을 꺼내더군요

    정말 미안하다고...네가 잘 해주는 만큼 널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라고...
    전 남자친구에 대한 기억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고, 잊어야 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고...

    얄궃게도 제가 뭔가를 해줄때면 그 사람은 죄책감에 시달렸더라구요
    항상 웃던 모습만 보여주던 사람이 술도 안들어간 맨정신으로 제 앞에서 울었습니다 
    미안하다며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눈물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냥 놓아버렸습니다

    저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한다면 놓아주는게 맞는거겠죠
    그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 사람이 옆에 있어주는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는데
    전 그 사람을 과거에서 한발자국도 꺼내주지 못했네요..


    이제 겨우 9일이 지났을 뿐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0일이지나도, 900일이 지나도 아무것도 못할것같습니다

    이제와서 아무런 소용도 없는 말이지만
    그 사람, 조금은 행복했을까요?  




    P.s - sd야 너한테 꼭 해주고싶은 말이 있었는데 전하지 못해서 이곳에다가 쓸게 
    4개월동안 네가 곁에 있어준 덕분에 23년만에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수있었어
    정말 고마워, 고맙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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