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장이라 여겼던 의성에서 찬바람만 실컷 맞고 돌아와
처참한 몰골을 한 채 한 주를 보내고 겨우 정신을 차려 만만해 보이던 화성의 어느 수로를 다시 찾았습니다.
상처 받은 가슴을 달래기에 적절한 것이라 여겨 새벽길을 달려 왔더니 아직 안개가 걷히지도 않은 아침에 물가에 닿았군요.
온전한 24시간의 여유를 갖고 그간의 꽝의 아픔을 씻으려 합니다...?
저 멀리 저 보다 부지런한 이가 있었군요.
저렇게 좋아 보이는 곳에 찌를 심었는데 설마 뿌리가 돋진 않겠지요?
최대한 마름과 갈대의 경계를 건드리지 않고 낚시 채비를 마쳤습니다.
앉을 자리의 갈대를 걷어 내느라 조금 소란이 있었을까 해서 한바퀴 둘러 보고 붕어에게도 여유를 줄까 합니다.
저렇게 갈대를 헤집고 마련한 자리니만큼 그간의 쓰렸던 기억은 이제 지워질 수 있겠지요? ㅎㅎㅎ
찌와 갈대가 섞여 입질이 온들 눈치라도 채겠나 싶을 정도로 맘에 듭니다.
가끔 저 갈대 너머로 물오리들이 떼를 지어 오르내리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더군요.
오른쪽
왼쪽, 어느 하나 맘에 차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이로써 내일 아침엔 가뿐한 기분으로 귀가를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충만해집니다. ㅎㅎㅎ
아직 붕어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기로 하고 주변의 수로와 둠벙을 거닐어 봅니다.
마름도 이렇게 빨간 열매를 갖는다는 걸 여태 몰랐었군요...
저 무성한 갈대밭 안쪽에도 열혈조사 한 분이 계시는군요.
낚싯대를 치켜 세우는 모습을 못봤으니 낚시를 한다고 장담을 못하겠으나
아무도 없는 저 갈대밭에 파라솔을 펴두고 뭐 다른 할 일이 있을까요?
하긴 낚시를 하지 않는 분이시라면 저런 데서 설마 무슨 낚시겠냐고 핀잔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ㅎㅎㅎ
이곳도 참 좋아 보이네요.
저 멀리 반짝거리는 물체가 있는 걸 보니 저기에도 수로나 둠벙이 있나봅니다.
올 겨울 하루 시간을 내서 돌아봐야겠네요.
아직 노란색 꽃을 활짝 피우고 있기도 하니 가을이 가려면 조금 더 남았나 봅니다.
폐쇄된 도롯가에 있는 수로여서 여기도 그리 붐비지는 않군요.
자,
이제 붕어들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뭔가 먹을 걸 찾을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수로에선 밤보다 낮낚시라고들 하니 저도 눈요기를 해야겠군요.
그렇게 서둘러 도착해서 한낮의 멋진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고 나니 조금은 조바심이 드는군요.
하지만 아직 제겐 긴 가을밤의 밤낚시가 남아 있습니다. ㅎㅎㅎ
달도 기울고,
내 마음도 기울고.... ㅡ,.ㅡ
그렇게 또 한번의 가을밤이 하릴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ㅡ.ㅡ
저 뜰채는 괜히 이슬에 푹 젖기만 해버렸군요.
어제 새벽 적토마를 몰고 나타난 관운장이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듯 갈대를 쳐내고 자리를 만들었건만......
그렇게 쓰라린 가슴을 달래긴 커녕 지울 수 없는 꽝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만 더 키운 하룻밤이 되어 버렸네요. ㅡ,.ㅡ
붕어가 넘쳐난다는 의성땅에서도,
이렇게 만만한 화성의 수로에서도....
이제 어떻게 해야 이 지겨운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을런지...... ㅡ,.ㅡ
그런데 철수 하기 전 정말 어이없는 광경을 목겨하고 말았습니다.
여긴 분명 둘러 보면서 막힌 수로란 걸 확인했고,
지나다니는 이곳을 잘 안다는 분들의 얘기로도 빗물만으로, 필요하면 양수기로 옆 수로에서 물을 끌어 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정도 크기의 숭어가 낚였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간혹 숭어가 대여섯 마리 무리를 지어 수면바로 아래서 지나다니는 게 보이더군요....
대체 얘네들은 어디를 타고 올라 이곳까지 왔을까요?
어릴 적 기수역에서 떡밥낚시에 숭어 새끼들을 낚긴 했었지만 이런 곳에서 숭어를 보게 될 줄은...
어쨌거나 이대로 올해의 물낚시를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뭔가 비상수단이라도 강구해야 할 판국이군요.
붕어, 배스 또 다른 모든 낚시하시는 분들께는 부디 풍성한 수확의 가을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