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진
아이언 "독기"공연 중 몇몇 가사가 오유인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던 것 같아요. MP3, 돈 삥듣었다는 가사였죠. 비판쪽으로 좀 무게가 기운듯 보입니다. 저는 비판 자체보다는, 비판의 선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독기 가사를 요약하면, 돈 없어서 나쁜짓 했으나, 자신의 과거가 쓰레기같다는 걸 알기에 더이상 자신은 돈돈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공연주제가 "돈"이었던 걸 생각하면, 비트의 분위기와 가사자체는 개연성이 있으나, 다른 사람 괴롭힌 걸 가사로 승화해서 상품화하는게 옳은 것인지, 공연이 성공적이었다해서 과거를 용서해도되는지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언의 그 곡에 나름의 반성과 참회에 대한 진정성이 잘 드러났다고 느껴집니다. 최근 학교폭력 군폭력 걸핏하면 폭력사건들이 난무하여, 아이언의 과거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잘 알며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친일파진상규명도, 소극친일 적극친일, 정도에 따라 나눴듯이, 아이언이 극악무도한 가해자였는지, 어쩌면 철없는 과거를 보냈으나 회개가 가능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은 듯 합니다. 사실 한사람의 행동이 흑백논리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이렇게 두가지로 나누기란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성을 했으니 이제 용서하자라는 이야기라기보단, "가해자"라는 한계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얼마전 베오베에 뜬 진중권의 박정희에 대한 발언과 같은 뉘앙스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한명의 인물을 바라볼 때, 어떠한 철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육지담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으로 의견을 대신하겠습니다.
2. 바스락, 락스코, 린킨파스코
이 방송의 시청자무리에는 힙합매니아들도 많지만, 상업적인 프로이다 보니 젋은 일반 대중도 있습니다. 이 양자의 무리는 쇼미더머니가 낳은 논란들마다 항상 대척점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바스코에 대한 온도차는 심했습니다. 바스코에 대한 논쟁에는 2가지 이슈가 존재합니다. 우선 힙합에 대한 리스너들의 견해차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장르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자 여러모로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했을 거에요. 힙합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힙합은 예술인지, 힙합은 랩만 해야 하는지 등등. 한 예로 과거에 피타입이 힙합에 대한 발언을 두고 산이가 디스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두사람은 화해하고, 힙합을 사랑하는 애인에 비유하여 듀엣곡을 부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힙합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힙합에 대한 정의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 리스너들이 저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힙합에 대한 입장차가 다르다는 것, 당연히 공감합니다. 힙합 태생 언급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에게 유교문화가 있다하여 조선시대처럼 살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힙합의 태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이슈는, '쇼미더머니=힙합' 전제에 대한 입장차에요. 저는 "쇼미더머니"가 최근 오디션프로그램의 흥행에 힘입어, 타 오디션프로그램과의 장르적 차별성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지, 힙합의 본질을 위한 방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바스코의 무대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꾸민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으나, 본인 입으로 이것이 힙합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아마도 첫번째 이슈를 중심으로 바스코논란에 대한 대화를 풀어가는 것이 맞는 듯 해요. 그 발언이 바스코의 진심인지, 단순한 쇼맨쉽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런데 쇼미더머니3 오디션 체제는, 초반에는 프로듀서들이, 후반에는 관객들이 정하는 식이었습니다. 바스코는 듣는 사람의 성향과 본인이 그리는 무대를 아울러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오디션을 치뤘습니다. 프로듀서들 앞에서 락을 하지는 않았죠. 그냥 바스코는 경쟁프로그램에서의 나름의 전략과 노하우를 다 보여준 듯 해요. 바스코의 힙합에 대한 정의에 대해, 좋다 나쁘다로 양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아이돌
언더힙합에서 아이돌에 대한 비판은 곡의 소재로 꽤 오랫동안 쓰이곤 했습니다. 본고장에서도 즐겨쓰던 소재이기도 하고, 힙합자체가 비판과 경쟁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으니, 힙합뮤지션에게 아이돌비판은 재밌는 떡밥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sean2slow의 'moment of truth'가 가장 좋았습니다. 쇼미더머니3 또한 언더힙합 종사자들이 등장한 만큼, 아이돌 비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올티와 비아이, 바비간의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올티가 비판할정도로 아이돌들의 실력이 영 없는것이 아니어서 역으로 올티가 비판받기도 했지만. 데프콘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힙합뮤지션들이 20대에 디스와 비판에 몰두하다가, 나이가 들며 다른 소재에 눈길을 돌리는 것 처럼, 올티도 그러하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올티의 나이와 잠재력으로 볼 때, 아이돌디스만으로 올티를 너무 매도하는 건 조금 가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보단 편집자가 그들만의 경쟁을 방송에 담다보니 보는이로 하여금 다소 격하게 보인게 아니었나 싶네요. 올티는 나름 아이돌인 지코와 듀엣을 하기도 했고, 비아이에 대해 입장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방송에 잠깐 잡혔습니다만 바비와도 가벼운 스킨쉽을 할정도로 그렇게 나쁜 사이처럼 보이진 않더군요. 그리고 올티를 꺾어버린 바비는 결승전 무대에서, 노래못해서 랩하는 아이돌들을 디스하며 아이돌디스에 대한 시선을 옮깁니다. 사실 저도 아이돌에 대한 불만은 바비가 말한 그 대상들에게 있거든요. 대체로 아이돌그룹사이에서 랩하는 가수들 보면, 플로우가 거의 똑같다시피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습니다. 아니, 플로우라는 것이 아예 없는 듯 합니다.
아무튼 쇼미더머니3에서 다뤄진 아이돌 비판 이야기는, 바비가 우승함으로서, 모든 아이돌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니며 비판받을 대상은 따로있다 정도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4. 일리네어
도끼와 더콰이엇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뮤지션이었지만, 이 방송을 통해 더욱 많이 알려진 것 같아 저도 기쁜 마음이 듭니다. 오유인들이 콜로세움을 잘 세우는데, 사실 더콰이엇도 음악 외적으로 논란이 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논란 적으면 일리네어와 쇼미더머니3의 연결고리를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여기서는 그것보단 일리네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비는 분명 랩잘하는 아이돌이지만, 바비가 우승한 것은 도덕콤비의 공이 상당히 컸습니다. 바비도 나른 단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바스코가 지적한대로, 랩을 빠르게 할 때 발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파트가 꽤 있었습니다. 그걸 다 만회한게 일리네어의 연출력과 바비의 쇼맨쉽입니다. 일단 연결고리의 비트가 관중들에게 정말로 잘 먹혀들어갔습니다. 이곡이 바비덕분에 떠서 주변사람들은 다 바비의 곡으로 알고 있는게 좀 아쉬웠는데요. (원곡은 2014년 5월 발매된 일리네어레코즈란 앨범에 실린 '연결고리'라는 곡입니다. 일리네어 외에 메타 빈지노가 참여한 곡입니다.) 어쨌든 이게 좀 먹히니까 시종일관 연결고리 랩질한게 아쉽긴 했으나, 대체로 초반에는 자신들이 원하던 무대 꾸미다가 경쟁에서 이기기위한 무대로 컨셉을 바꾸다 보니, 나름대로 선택한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준결승에서 바스코를 이긴 곡은, 도끼&더블케이 '라랄라'라는 곡입니다. 이 곡이 락반주와 잘 어우러져 굉장한 연출력을 자아냈습니다. 결승곡은 프리마비스타의 곡을 리메이크 한 것인데, 프리마비스타는 과거 소울컴퍼니 소속으로 역시 더콰이엇과 연결고리가 있는 뮤지션입니다. 바스코의 경우는 프로듀서의 자문을 먼저 구하기보다, 본인이 무대를 먼저 구상하고 스산콤비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곡도 본인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 많았습니다. 아이언의 경우도 YDG가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줬죠. 반면 바비의 경우 모든 연출에 도덕콤비가 관여를 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실제 곡선정도 그러했구요. 그리고 올티나 비아이, 바비, 부현석, 김철범 등 어린 친구들 가운데 랩잘한다고 평가받은 사람들 꽤 있었지만, 도끼의 경우 17살때인가 그 유명한 sean2slow가 '동전한닢'이란 곡에서 '도끼가 보고있으니 긴장해'라는 뉘앙스의 가사를 뱉었을 정도로, 꽤 어린나이부터 실력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랩퍼입니다. 또 일리네어 피쳐링 무대에서 도끼가 5만원지폐들고 랩할 때 보면, 그 랩할 때의 톤은 평소 도끼가 즐겨부르는 톤이 아닙니다. 도끼도 마치 끓어오르는 느낌으로 허스키하게 랩핑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 톤이 바비랑 좀 유사한 면이 있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이 무대에서는 바비에 대한 배려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참 일리네어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바비의 재능폄하로 본다면 오해입니다. 바비는 우승할 자격이 있는 랩퍼였습니다.
5. 저스트뮤직
스윙스는 작년에 본인을 알렸고, 올해는 기획사를 알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이죠. 사실 스윙스는 갑자기 디스만하는 랩퍼가 된 건 아닙니다. 꽤 오래전부터 디스곡들을 시전해왔어요. 특히 개인적으론 과거 addsp2ch를 디스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스윙스가 뜨기 위해 디스전을 시작했다는건,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스전을 대중에게 알린 언론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겠죠. 스윙스가 최근 sns 몇몇 사진과 성향으로 인해 비판받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스윙스는 힙합을 하나의 예술처럼 말하고 다니는 뮤지션 중 한명입니다. 저도 스윙스의 행동이 이해 안될 때가 많지만, 특히 환희드립은 정말 어이없었지만, 스윙스 개인이 뜨기 위해 디스곡을 시전했다라는 이야기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쇼미더머니3를 통해 자신의 기획사를 알렸다는 점은 반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씨잼은 분명 진짜로 랩을 잘했어요. 그런데 스윙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본인을 알린 점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이미 각오하고 출연했겠지만. 참고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언도 자유로울수는 없을 겁니다.
6. 스내키챈, 정상수
타블로가 얘기한 것 처럼 스내키챈이 본격 오디션무대에 갔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 의심한 부분은 공감하지만, 적어도 준준결승무대에서라도 그의 무대는 봤어야 했습니다. 스내키챈이 육지담과 경쟁하여 떨어진 건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3 프로듀서들이 연결고리 리믹스 곡을 냈는데요, 산이가 정상수씨 이름을 언급합니다. 아이언은 독기에서 언급하구요. 그가 왜그렇게 자꾸 회자되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7. 시스템
결승무대를 비롯해 몇몇 시스템은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방송 보니까, 뮤지션마다 무대를 2개씩 준비해 왔더군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결승전 무대가 박진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준결승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느낌이랄까.
8. 쇼미더머니4
본인이 재발굴되길 바라는 마음에 참여했던 바스코처럼, 앞으로도 경험많은 랩퍼들이 참여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됐을 때 정작 진정한 신인들이 발굴될지 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스코의 무대를 본 것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이름있는 랩퍼들이 등장하는 것도 어느정도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양자사이에서 균형감있는 연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