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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todayhumor.com/?pony_24893
2.
경찰서의 경직된 복도에 은은한 커피 향이 스미어 긴장이 누그러진다. 벌크필드는 잔의 널찍한 고리에 앞발 하나를 끼워 넣고 남은 세 다리로도 잘만 걸었다. ‘여유가 있어야지.’ 커피 잔에 입을 댄 그는 또다시 불쾌해했다. 데자라아가 랏초 왕의 부하들에게 패퇴하고 비관하며 시(詩)를 읊는 명장면이 아직 남았는데도 보지 못한다. 서면(書面)으로 보아도 흥미진진한데 극으로 보면 오죽할까.
솟아난 심술만큼 걸음이 느려져 스쿠틀루가 재촉했다. “경감님. 급한 일 아닌가요?” 그래도 그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건성으로 한 대답마저도 웅얼거려 들리지 않는다. “에, 뭐라 하셨죠?” 여유가 있어야지. “여유가 있어야지.” 옳은 말이다.
소집된 당사자보다 하급자가 더 급하다. 서장의 명령을 직접 받은 사말 경감이 특히 그랬다. 저 빠르게 좀. 하지만 그는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느긋해도 너무 느긋하다. 커피를 끓이느라 잡아먹은 시간만 아니었어도 진즉에 도착했으며 평소처럼만 걸었어도 그러했다. 사말은 불안했다.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경감님.” 말투가 자못 진지하니 그제야 벌크필드가 말을 받는다. “무슨 일인데?” 그는 커피를 들이켰다. “연쇄살마범이 나타났습니다.” 맛보기도 전에 도로 뱉는다.
“그런 건 진즉에. 아니다.” 충분히 영리하지 못한 부하를 탓하려던 그는 스쿠틀루에게 잔을 내밀었다. 잔을 쥐느라 굳은 앞발을 가볍게 푼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면서요?” 그는 고개를 꺾었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너나 가져.” 부하들에게 말이 닿기도 전에 그는 이미 달려가고 없었다.
무슨 맛일까. 스쿠틀루는 커피를 빤히 쳐다보았다. 혀만 내밀어 살짝 핥은 그녀는 인상을 짜부라뜨렸다. 쓰다. 그녀는 이딴 걸 즐겁게 마시는 벌크필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경감 저거, 솔직히 좀 그러지 않냐?” 혓바닥을 가볍게 쓸며 말한다. 사말은 어느 표정도 짓지 않았으나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버스헤드 총경(總警)의 옆에 있으니 창문이 유난히 작다. 달빛이 희미한 밤인데도 그는 창문에 블라인드를 쳐 막았다. “다들 간략하게 얘기는 들었을 걸세.” 콧수염마저 풍성한 포니가 뒤돈다.
털에서 윤기가 나는 캐티(Catty) 경감과 가장 연장자인 셸(Shell) 경감도, 얼마 전에 전근(轉勤)을 온 벌크필드 경감도 모두 뜬금없는 야간소집에 불만이 많았다. 셋 중에서도 벌크필드의 표정이 가장 어둡다. “살마광이 나타났다고 하셨습니까?” 얼굴이 무거우니 찡그려진다.
존경하는 경찰서장은 그를 흘깃 보기만 할 뿐 대답을 주지는 않았다. 버스헤드는 그러는 대신 모두에게 공고했다. “치안청에서 연락이 왔다. 스물도 더 죽인 놈이 이곳을 지나는 기차를 탔다는군.” 세 경감들은 무지막지한 숫자에 놀라 아연실색했다. 스물. 무려 스물의 원한을 꼬리표처럼 단 기차가 지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오싹하다.
“클락스, 겍, 아구르…… 자네들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엄청난 놈들일세. 갱, 거상, 관리, 시인, 장교 등 다 거물들이야. 수법이 기묘해서 잘은 모르지만 아마 어스 포니이며, 단독범이야.” 캐티 경감이 갈기를 쓸어 넘기더니 휘파람을 짧게 불었다. “대단한 놈만 죄다 죽였군요. 참 대단한 놈입니다 그거.” 정말로 한 어스 포니의 소행이라면 당장 스카우트 하고 싶을 정도이다.
서장은 그에게 눈치를 주어 다물게 하곤 말을 이었다. “민간마들도 몇 죽였다네. 죽인 놈들 재산을 뿌리고 다녀서 의적이네 뭐입네 해서 가려지긴 하지만 말이야.” 의적은 개뿔이, 그냥 살해귀가. 벌크필드는 입맛이 썼다. 커피 맛인가. 알 수 없다.
“죽여 놓고 잘 놀았다고 쪽지나 남기고 벽에다 피로 글씨 쓰고, 하여간 미친놈이야. 이런 놈이 왜 하필 여기를 지나가는지 원.” 버스헤드 서장은 그만의 책상으로 가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펑퍼짐한 엉덩이를 겨우 견뎌 뒤로 당겨진다. 서장의 이마에서는 계속해서 땀이 흘러대고 있었다. 그는 땀을 닦지 않았다. “그레인, 합 같은 다른 마을들에선 뒤져도 안 나왔다는군. 그놈이 기차를 탄 건 확실하니까, 어쩌면 여기로 오겠, 아니 왔을지도 모르네.”
버스헤드는 체하기라도 한 듯 얼굴이 퍼렇게 죽어 있었다. 벌크필드는 그런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잡아오게.” 세 경감은 발굽을 이마에 딱 붙여 경례하곤 서장실을 나섰다. 벌크필드가 문을 여니 셸 경감이 나가고 다음으로 캐티 경감이 나갔다. 벌크필드는 서장의 얼굴을 한번 훔쳐보고 마지막으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
콘크리트 벽이 얼마나 고마운지는 경찰서 밖으로 나가야 알 수 있다. 밤바람이 차디찼지만 벌크필드는 몸을 떨지 않았다.
경찰서 앞의 벤치에서 두 암말이 다정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가로등빛에 비춰져 바람에 실려 온다. 어느덧 따뜻해진 바람은 경감의 다리에 콧잔등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지만 그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스쿠틀루 경장!” 크게 부른다.
유니콘과 시시덕거리던 페가수스는 호명하는 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무언갈 느꼈는지 빠릿빠릿하게 달려왔다. “네, 경감님.” 스쿠틀루의 큰 두 눈을 보는 그의 눈이 혼탁하다. 눈에 살기가 가득 꼈을 범법자를 이런 새파란 놈으로 잡아야 하나. 그놈 딱 보아도 수준급인데. 잡혀서 방해나 되지 않으면 그것이 다행이다.
“스쿠틀루 경장, 날이 밝는 대로 수사팀이 꾸려질 것이다. 3반이랑 5반에서 괜찮은 놈들 한 열 명 추려서 모아.” 하지만 경력 적은 부하는 구체적인 명령조차도 어려워했다. “경감님. 막내가 와라 가라 하면 아무도 안 들을 텐데요?” 벌크필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스쿠틀루는 여전히 반짝이는 눈빛 그대로이다. 가로등처럼 밝다.
한숨이 쉬어진다. “내가 하랬다고 해. 이름 팔아도 안 먹히면 그놈들은 따로 말하고.” 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아 그는 뒤로 돌아서 갔다. 뒤통수를 스치는 바람이 다시 차다.
어깨 뒤로 말소리가 적잖이 시끄럽다. “봐봐. 결국 날 인정한 거라니까?” 방방 뛰는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인정하긴, 개뿔이다 이놈아. 그는 스쿠틀루를 이렇게만 굴리고 싶었다. “나도 곧, 승진할 거야!” 취직한 지 한 해도 못 채운 신참이 배포도 크디크다. 벌크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일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포니가 죽어나갈 텐데 그게 장난도 아니고, 그는 스쿠틀루가 조금 더 진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다시 뒤돌아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번거롭기도 했지만 아직은 너무 일렀다.
뒤를 돌아보기만 하니 배우라던 그녀의 친구가 보인다. 새하얀 털에 연보랏빛 갈기가 아름다운 암말이다. 곰곰이 보니 왕실 시녀 중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하고 랏초 왕의 셋째 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벌크필드의 눈이 사팔뜨기마냥 벌어진다. 시녀도 공주도 모두 목이 잘리고 척추가 부러져 죽는다.
눈웃음을 지으며 친구와 다정하게 말을 나누던 스위티 벨이 고개를 돌리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늑하고 보드라운 눈웃음 그대로 그에게 인사했다. 눈길이 낙인처럼 이마에 박혀 그는 급히 뒤돌았다. 저 포니가 비극의 조연. 주연이고 조연이고 그저 광대일 뿐이다. 비극은 개뿔이. 광대, 광대다.
동터오는 여명은 암탉의 울음과 함께. 바람이 닫힌 창문을 두드려 새된 소리를 냄에도 그는 무시하고 거울을 노려보았다. 얇은 유리에 비친 그의 머리 위로 쇳덩이가 기괴하다.
벌크필드는 살짝 찌그러진 감이 있는 투구를 쓰다듬었다. 차양이 넓은 케틀 햇(Kettle hat)은 위로 높았고 가운데에 움푹 들어간 좁은 구멍엔 서슬 붉은 칼날이 꽂혀 있었다. 얇고 가는 칼이 다리 하나만큼이나 길다.
캔틀롯 권위경찰의 상징인 예각주(銳角胄)이다. 어스 포니인 그가 쓰니 유니콘 같기도 하다. 규정대로라면 근무지를 캔틀롯에서 포니빌로 옮길 때에 반납해야 했으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상관들도 좌천당하는 그에게서 그것을 감히 빼앗지 못하였다.
간만에 쓰니 감회가 새롭다. 투구 끈을 단단히 묶은 그는 목을 절도 있게 내뻗고 당기고 저었다. 움직임에 맞춰 칼날이 새벽을 벤다.
하늘마저 저버린 파렴치범을 쳐 죽일 때에나 매던 땀이 밸대로 밴 끈이 지극히도 반갑다. “죽이는 걸 좋아하는 미친놈은.” 벌크필드 경감은 말을 아꼈다.
투구가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그가 경찰이다. 저 데자라아 같은 놈이 아니라. 아마. 개뿔이다. 헛갈리고 참담해 고개를 숙이고 이를 갈자 이 박살나는 소리가 칼날 끝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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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추리소설 같기도 한데,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주는 추리와 수사가 아닙니다.
케틀 햇. 저 가운데에 유니콘 뿔처럼 얇은 칼날을 달았다고 묘사하는데 레이피어 같은 것으로 했습니다. 그러면 그나마 덜 무겁겠지.
어느 분 말씀처럼 '무겁네. 목 운동 감사해요'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것보다 합리적인 무기를 찾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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