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 메리씨. 지금 당신 집 앞에 있어」
「뭐라?! 그럼 최근 나를 따라 다닌 것은 너였는가?!」
「그래요」
「하루에 100건 정도 전화를 걸곤 아무 말 없이 끊어 버린 것도 너였냐?!!」
「그래··· 응? (100건?)」
「목욕탕 수챗 구멍에 가득했던 그 긴머리카락도 너였냐?!」
「···저기」
「내 여자친구한테 협박 편지 보낸 것도 너 였냐?!!」
「······」
「내 속옷 훔쳐 간 것도 너 였냐?!」
「바, 바보 같은···! 어째서 내가 그런 일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내 리코더를 침 투성이로 만들어 둔 것도?!!」
「저기, 나 메리씨 라니까···」
「내가 반나체로 자는 모습을 호모 잡지에 투고한 것도······」
「응?! 어?!! 너 도망쳐!! 그 집에서 도망쳐!!!!」
40
어느 날 밤, 일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어진 나는 직장 동료들에게
「늦은 밤에 지나가선 안된다」
라고 소문난 고개를 지나가게 되었다.
저주 받은 고개라 불리는 그 곳은 수많은 스트리트 레이서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했다
사고를 낸 사람 중에는 이상한 걸 보았다는 사람까지···.
고개를 타고 올라가며 이윽고 산중턱에 도달했을 무렵
나는 백밀러로 하얀 그림자가 내 차를 따라 오는 걸 눈치했다.
그것은 노파였다.
하얀 옷을 입은 노파가 머리를 산발한 채 미친듯한 속도로 내 차를 쫓아오고 있었다!!
이런 바보같은! 지금 시속 80 km라구!
노파는 유유히 내 차를 스쳐 지나가며 헤죽 웃었다.
이에 나의 레이서 혼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기어를 변경하고 액셀에 올린 발에 힘을 주었다.
폭발적 가속과 함께 멀어졌던 노파가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온다.
나의 가속에 놀란 듯 고개를 돌렸던 노파는 이내 스피드를 더욱 올리기 시작했다.
큭, 굉장한 마력이다!! 특제 고쟁이라도 착용하고 있는 것일까!!
「지지 않아!!」
온몸의 세포가 아드레날린으로 일순간에 비등되었다.
달아오른 혈액이 전신 근육으로 퍼지며, 신들린듯한 브레이킹 테크닉으로 코너를 공략했다
더욱더 스피드를 올려가며 희미한 빛줄기가 시야 뒤로 흘러간다.
마치 시공을 초월한 듯한 감각을 느끼며 더욱 더, 더욱 더, 엑셀을 풀 전개하였다.
마침내 고개 중턱 3번에 걸친 S자 코너에서 할멈을 따라 잡았다!!
할멈 주제에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살기와 같은 승부욕에 휩싸인 나는 드리프트를 시도하며 할멈을 코너 바깥으로 밀어 붙였다
다가오는 내 차를 보는 할멈의 표정에 공포가 어린다
그 때 였다!!
할멈은 무려 자신을 압박하던 내 차 앞 범퍼로 뛰어 들었다.
그때까지 나와 할멈의 스피드는 120 km/h,
내 차를 박찬 할멈의 상대속도는 240km/h.
할멈은 캐터펄트에 튕겨져 나가는 전투기와 같이 앞으로 뛰어 나갔다!!
굉장하다, 이건 나의 완패야
그러나 이 앞은···!!
이 앞의 커브야 말로 숱한 스트리트 레이서들의 꿈을 분쇄해온 마의 커브
이미 전의를 상실해버린 나는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할멈 역시 앞의 커브에 당황해 하며 멈추려 하였다.
할멈의 뒤꿈치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할멈에게 붙은 가속도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할멈은 커브에 설치된 가드 레일을 부수며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올림픽 체조 선수가 보여주는 어떤 도약보다도 높고 화려한 비상.
뛰어 오른 할멈은 밤하늘 높이 날아 오르더니 이윽고 최고 정점에서
슬로모션처럼 떨어지더니 고개 너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몇년 뒤 나는 꽃다발을 가지고 그 고갯길을 방문했다.
너무나 아깝게 스러진, 또 한명의 전우를 기리기 위해
47
내가 초등학교 5 학년이었을 때, 아침에 등교했더니 반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왜?」
내 물음에, 여자애들이 입을 모아
「여자 화장실에 해골이 있어」
그 무렵, 나는 유령이나 초능력같은 사기같은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면 내가 확인해줄까?」
나는 조금 폼을 잡고 싶었을 뿐인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 날의 점심시간,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 혼자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호기심이란 무섭다.
나는 화장실 안, 변기가 놓인 독실의 문을 하나 하나 열어보았다
오래된 문이 열리는 소리, 기분 나쁜 소리….
모든 문을 열고 안의 확인을 마쳤다.
나는 우월감을 느겼다. 역시 내가 옳아, 세상에 유령같은 것 없어
지금은 점심시간, 그렇지! 교실에 여자애들이 있어….
좋아, 보고하는 거다. 그리고 나의 용기 있는 행동을 자랑하는 거야!
교실에 달려간 나는 문을 열며 외쳤다
「지금, 여자 화장실 들어갔다 왔다구!」
반 아이들은 나를 잠시 쳐다 보더니, 이내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예상에 달리, 반아이 중 누구도 내 행동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단, 말을 걸었더니 무시 당했다…
이 고독감은 뭐지…
그런가, 재미 삼아 해골 유령을 찾으려 한 게 잘못 이었나.
저주받은 거야! 나는 해골 유령에게 저주 받은 거야!!
저주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59
설마 나에게 영화속 히어로 같은 체험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한밤중의 번화가 뒷골목, 나는 우연히 그 사건 현장을 목격해 버렸다.
「놔주세요, 제발···」
애원하는 소녀를 둘러싼 3인의 악당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만둬라. 이 악당들!!」
그 광경을 본 나는 무심코 그들을 도발해 버렸다.
아차하고 후회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은 상태
악당 3명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분노했다. 걔중엔 나이프를 손에든 녀석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품속에서 VISA 골드카드를 꺼낸다.
「VISA 골드카드 킥!」
나는 재빠르게, 정면의 나이프를 가진 악당 명치에 강력한 발차기를 먹였다.
쓰러지는 악당
「VISA 골드카드 백너클!」
쓰러지는 동료를 멍하니 보고 있던 녀석의 콧잔등을 손등으로 후려 갈겼다
녀석은 코뼈가 부러지며 넘어졌다
「VISA 골드카드 엘보!」
도망치려는 악당의 뒷통수에 팔꿈치를 꽂았다
두개골이 박살나며 쓰러졌다.
「VISA 골드카드 춉!」
손날로 남는 한명의 목줄기 경동맥을 갈랐다. 피분수를 뿌리며 쓰러졌다.
일격 필살.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고 4개의 핏덩어리가 만들어졌다.
「다음에 싸움을 걸 때는 상대를 보고 걸도록 해」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VISA 골드카드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VISA 골드카드」
출처http://web.humoruniv.korea.com/board/humor/read.html?number=278173&table=p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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