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대학생인데 새벽에 괜히 우울해서 하소연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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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년째 휴학중인데 한 학기 더 연장하려한다.
그러고 그 기간에 무엇을 해야하나,
정확히는 뭘 해서 돈을 모을까 생각하며 뒤돌아보니
지난 1년 남짓의 휴학기간동안 남은 건 600만원가량의 저축뿐인 듯.
평일엔 미술학원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엔 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하며 명절 외엔 쉬는 날도 없이 지냈다.
사실 사고싶은 게 있으면 사고, 그래봤자 책 몇권이나 구제시장에서 득템한 옷 몇벌. 먹고싶은 음식들이 다였지만....
두어번 뿐이지만 놀고 싶을 땐 알바 대타써가며 놀러도 다녀오고
그다지 하고싶은거 갖고싶은거 억누르고 살진 않았다 일년동안.
사실 내가 하고싶은 것, 갖고싶은 것들은 대단할 것 없는 것들이라....
그런데 이제 점점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자취방 구할 생각에,
학교 다니면서 쓸 돈들.
준비해야할 것들.
그리고 이미 천만원 넘게 싸인 학자금 대출과
내후년에 대학에 갈, 악기를 전공하는 여동생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버시는 300만원 못미치는 돈으로
우리 4남매를 포함 여섯식구는 살아가고있다.
나는 휴학하고 내 손으로 돈을 벌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고,
둘째 동생인 내 남동생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천안으로 취직을 해서
한달에 백만원씩을 집에 보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대부분 빚 갚는데에 쓰인다.)
여동생은 지금 고2. 튜바를 전공하기 위해 멀리 청주에서 학교를 다니며 기숙사생활을 하고있고
막내는 아직 철모르는 초등학교 5학년.
아버지는 조치원에 있는 공장에서 기숙사생활을 하시며 일을 하고셰셔서
사실상 집에는 나와 엄마 막내 셋 뿐이다.
이제 내년이 되어 동생이 군대에 가면 그 뒤로는 온전히 부모님 수입으로 빚과 생활비를 모두 감당해야하고
여동생이 대학에 가면 학자금대출 빚은 더 늘어나고 동생에게 들어갈 돈은 더 많아지겠지.
다시 복학하면서는 절대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기위해
방값도, 내 생활비와 용돈도 미리벌어놓으려 고군분투하고있지만
결국 졸업하면 천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시작할 뿐이 아닌가 싶어 허탈해진다.
매일 밤을 새고 코피쏟아가며 과제에 매달려 늘 장학금을 받았지만
500만원이라는 등록금의 반에도 못미치는 장학금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늘 빚을 져야만했다.
우리부모님은, 설령 등록금이 100만원이 나오더라도 그 돈을 한번에 내실 수가 없다.
결국 앞으로는 더 피터지게 노력해야할 텐데
저 치열한 학교 안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워..
고등학교 때 열심히 독하게 입시를 한 탓에 내 전공에서는 그나마 상위권에 속하는 대학에 왔지만
그만큼 내가 경쟁해야하는 대상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나처럼 덜덜대는 컴퓨터로 밤을 꼬박 새가며 작업하는 친구들은 없었고
내가 학교 끝나고 바쁘게 알바를 하러 달려가고있을 때 친구들은 '과제는 언제 해?' 라며 놀라워했다.
응, 밤에 안자고 하면 돼.
근데 쟤네도 안자고 열심히 하는데.
다 같은 시기에 휴학을 하고
나는 뉴욕에서, 파리에서, 런던에서 생활하며 즐겁게 연수하고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며
편의점의 손님들을 상대한다.
열등감이나 질투같은 건 느껴본 적 없지만
가끔 서글퍼진다.
내가 이렇게 잡다하게 돈만 버는 동안에
너희는 더 새로운 세상을 보고 더 풍부한 경험을 쌓고 경쟁력을 기르고있구나.
차라리 놀 줄만 아는 친구들이면 위안이 됐을텐데.
근데 내 맘을 무겁게하는 건 이런것들이 아니고,
우리가 하고싶은게 있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지원해줄꺼라는 우리 부모님.
근데 그 말을 들으며 지금 18평의 작은 집보다 더 작은 집에 부대껴사는 우리가족을 떠올리는 나.
이렇게 열심히 벌어도
결국 일년 방값과 한학기 등록금일뿐인.
다른 이들에겐 고민도 아닌 일이 나에겐 일년 반의 시간과 맞먹는다는 것.
내년부터 더 힘들어질 우리.
해가 넘어가는 것이 두려운 나.
아무것도 모른 채 튜바를 사달라며 떼쓰는 여동생.
동생에게 튜바사줄 돈을 모으기위해 3교대근무를 2교대로 바꿔 일하느라 지쳐 연락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남동생.
장을보고 엄마가 내민 카드를 긁는 소리가 삑-하고 내 마음을 긁을 때.
엄마 몰래 엄마 통장에 넣어놓은 100만원이 다시 되돌아와있을 때.
엄마가 내가 넣은 돈인 줄 모르고 돈을 썼다가 내 돈이란걸 알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다시 내 통장에 넣어놨다는 뒷이야기를 나중에 알았을 때.
다른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꾸만 턱턱 걸리는 나.
인터넷에 들어와보면 나보다 힘든사람, 그치만 더 힘내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내 주위에는 나보다 모든게 쉬운 사람들인 것 같을까?
"당연히 유학까지 엄마아빠가 대줘야지." 라는,
나는 평생 가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대화로 나누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
자꾸만 답답하다. 나 정말 이 모든 걸 다 딛고 올라설 수 있을까?
나는 이 빚을 내 힘으로 모두 없앨 수 있을까?
막내동생이 대학갈 때가 되면 내가 느낀 것들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부모님은 언제쯤이면 주말과 명절과 공휴일에 꼬박꼬박 쉬는 일을 하실 수 있을까?
남동생은 군대를 다녀와서 오로지 자신을 위해 돈을 벌고 투자할 수 있게 될까?
하고싶은 것, 갖고싶은 모든 것을 생각할 때 가족들이 맘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나도 결혼할 수 있을까?
대학와서 처음사귄 남자친구네 집에 놀러간 날.
차를 마시며 당신들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웃으며 말씀하시는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마주앉아
나는 집에 가스를 땔 돈이 없어 새벽에 남의 집에 가스통을 훔치기도 했었다던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 무거움을 나는 던져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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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등감에 사로잡혀 부정적으로만 썼네요.
언젠가 한번쯤 꼭 하고싶던 이야기라서.
그렇지만 우리가족 정말 화목하고 너무 유쾌하고 다들 열심히
사는 가족입니다. ㅋㅋㅋㅋㅋ
우리가족모습을 인간극장에서 촬영한다면 아마도 인간극장이 개콘을 제칠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요.
저희 집에 남은 빚이, 학자금대출을 제외하고 700만원가량이래요.
어쩌면 가정집 빚으로는 작은 돈일 수 있지만 한달 생활비에 여유가 전혀없는 우리가족에게는 3년을 바라보고 갚아야할 돈입니다.
그치만 늘 엄마랑 얘기할 때면 "3년밖에 안남았다! 빵사먹을 돈도 없어서 누룽지 씹어먹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고기도 맘껏 사먹으니 정말 부자지. 행복하다. 정말 우리가 제대로 교육받고 대학도 올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앞으로 3년뒤면 이제 학자금대출만 천천히 갚고 너희들도 다 자기자리 잘 잡혀있을테니 앞으로 3년이 정말
힘들어지겠지만 고생하자." 라는 말을 한답니다.
그래봐야 여전히 저희 어머니아버지는 주말과 명절도 반납하고 일을 하셔야할거고,
동생까지 합쳐 몇천의 학자금이 남아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삶의 무게들을 느끼며 무력감을 느끼는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내년부터 더 힘내서 더 웃으며 열심히 지내보려고 이렇게 훌훌 털어내려 글을 씁니다.
30살이 되기 전에 학자금 모두 갚고 결혼자금까지
제 힘으로 만드는게 제 목표에요.
아마 남은기간 모두 전액장학금 받는다해도
최소한으로 따져도 학자금이 2천은 더 넘게되겠네요.
근데 이거 정말 허황된 바램이 아니었음 좋겠어요.
그리고 부모님 해외여행을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집안에 빚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잘 하루 있겠죠??
이 새벽에 제 넋두리 봐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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